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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수학 교사가 한국 아줌마에게 버럭 화낸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7. 22.


얼마 전에 영국 사립학교에서 수학 천재들을 둔 한국 아줌마와 수학 선생님의 이야기를 올려,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너무도 많은 댓글에 저 또한 놀랐으며, 일일히 제가 댓글을 달아드리지 못해, 2탄을 다시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글 또한 많은 논쟁거리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여러분들의 의견들을 또 읽고 싶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립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 둘을 가진 한국 아줌마 사연입니다. 아줌마는 한국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고, 대학에서도 강의를 몇 년 하시다가 일본 명문대 박사 과정 도중에 건강과 아이 교육을 이유로 연구를 잠시 중단했다가, 그만 두시게 되었지요. 아줌마를 보면 아이들의 교육에 참 열성적이십니다.


하지만, 한국 아줌마 역시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분이라, 다소 한국적인 교육 사고를 가지고 계시지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중학생인 큰 아들이 수학 문제를 연습장 두 세장 정도를 써 가면서 빼곡하게 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줌마가 살펴보니, 근의 공식을 이용하는 이차 방정식 문제였다고 합니다. 아들은 그 문제를 연습장 몇 장씩을 할애해 가면서 결국 답을 도출했다고 해요. 아줌마가 딱 보니, 근의 공식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대요.

한국 아줌마: (아들에게 근의 공식을 써 주면서)  "이 공식에 수를 대입하면, 바로 답이 간단하게 나오는 거야..."
(이것이 바로 한국 수학 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합니다. 근의 공식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 그냥  공식만 외워서 숫자를 대입하는 교육 방식...) 


아들: (공식을 보고 문제를 풀어 보더니) "엄마,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엄마는 완전 천재다~~~!"

그리고 나서 몇일 후에, 학교 수학 선생님이 한국 아줌마에게 호출을 했지요. 아줌마는 영문도 모르고, 학교로 갔어요.

영국 수학 선생님: 어머니, 혹시 이 공식을 어머니가 알려 주었나요?
한국 아줌마: 네. 제가 알려 줬습니다.
영국 수학 선생님: (화난 표정으로) 아이를 망치고 싶으세요? 이런 것을 왜 알려 주는 건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한국 아줌마: 네? ....네, 알겠습니다....




영국은 수학 문제를 풀 때 답보다는 과정을 우선적으로 봅니다. 만약 수학 시험에서 문제를 풀 때 과정이 없이 답만 있으면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무조건 왜 이런 답이 나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고 온 한국 학생들은 공식에만 쭉~ 대입을 하는 수업을 받아 왔기 때문에 문제 해결 과정을 쓰는 기술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다들 답은 100점인데, 과정을 쓰지 못해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대요. 또한 한국의 수학 시험을 보면 대부분 숫자로 되어 있지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영국은 수학 문제가 글로 되어 있어요. 즉 응용 문제라고 할까요.. 수학 문제가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과 수학을 적용하여 만든 문제들을 냅니다. 그러니 수학 천재 소리를 들었던 한국 학생들은 점차 학년이 올라 갈수록 이런 영국 수학 교육과 문제들이 낯설어 점점 수학에 대한 흥미와 점수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중에는 일부 영국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를 따라가기 조차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일반 영국 학생들보다는 한국 학생들이 수학을 더 잘한다고는 합니다.)


전에 다음 아고라에서 보았던 글이 있어요. 
MIT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한국 학생이 -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분인 듯 합니다 - 박사과정 1년차 때까지는 그 과에서 수학을 제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분 말이, 도대체 MIT의 대학원까지 온 주변의 미국 친구들이 쉬운 문제조차 못 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대세는 뒤바뀌었다고 해요. 한국 학생분은 나중에는 그 미국 학생들의 창조적 문제 해결사고을 보면서 놀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영국 학생들의 형편없는 수학 실력으로 인해 영국 교육계는 걱정이 아주 크다고 합니다. (출처: BBC News)



누군가 그러더군요.  한국 학생들은 단순히 산수(계산)를 잘 하는 것이지, 수학을 잘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저도 이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인들은 수학을 잘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많은 학생들이 산수조차 못하는 실정이니, 영국 수학 교육도 분명 문제가 있지요. 영국 정부는 영국 학생들의 낮은 수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 한 해만 240억 파운드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영국 학생들은 수학을 떠나 산수 능력 조차 기준 미달이랍니다. 즉 직업 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산수의 처음과 끝은 구구단이 아닐까 합니다. 구구단을 노래처럼 외우는 한국 사람이 기본적인 산수를 못해 취직을 못할 걱정은 안할 듯 합니다. 그러나 수학은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아요. 울 신랑은 수학을 딱히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때 정말 재미있게 몇 달 동안 수학만 공부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렵다는 문제집만 골라서 풀고, 그것도 성에 안차서 자신만의 문제 풀이 방식까지 만들었다고도 하더군요. 신랑 말이,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학의 재미를 알았던 것 같고, 지금 돌이켜 보면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성이 훈련되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고 합니다.

수학은 숫자를 이용한 철학이자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훈련인 것 같아요. 단순히 문제 풀이 기계로 키워지는 한국 수학교육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