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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일본의 원전 사고 대응에 할말을 잃었다는 영국 아줌마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by 영국품절녀 2011. 4. 1.


일본에 지진이 일어나고 영국에서는 한참 동안은 무조건 지나가는 아시아인들에게 영국 사람들은 차를 세우면서까지 괜찮냐는 안부를 묻곤 했지요. 이들에게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을 구별해 내는 것이 우리가 영국인, 미국인, 호주인 등을 구별하는 것과 같겠지요. 그러면 저희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대답을 함과 동시에, 우리는 괜찮다고 했어요. 울 신랑은 일본 친구들과 일어로 항상 이야기를 하다보니, 모르는 친구들은 일본인인 줄 알았나봐요. 페이스 북으로 긴 장문의 편지가 왔어요. 내용은 뭐, 말 안해도 아시겠지요?


신랑 왈 "우리 나라는 괜찮아, 그런데 나 한국사람인 거 알지? " 그렇게 회신을 했지요. ㅋㅋ

지진이 일어나고 거의 약 2주 동안은 주변 일본인 친구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묻느라 페이스 북을 자주 들락날락 했어요. 다행인 것은 캔터베리에 우리가 아는 일본인 친구들은 다들 안전하다고 해서 한숨은 돌렸지요. 일본에 있는 신랑 및 제 친구들도 다 괜찮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그런데, 가족은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방사능 확산 및 공포 등 일본은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잖아요. 여기 일본 친구들은 공부는 해야겠지만, 계속 눈은 인터넷 뉴스로 향해 있어요.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마다 걱정에 잠을 못 잤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가족 걱정에 얼마나 맘이 아프겠어요.

일본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너무 stupid하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구했던 우물 안 개구리였다면서, 다른 나라와의 협조도 못 받아들이는 일본 정부라고 막 비난을 하면서, 이번에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어요.

현재 영국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Redcross는 일본 지진에 대한 기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일본 학생들 자체적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모금 운동을 하네요. 물론 켄트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도 모금이 한창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돈이 모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힐튼 자매들도 일본 기금 운동에 참여하고 있네요. (Source: Glamour.co.uk)

오늘 영국 아줌마들을 만날 일이 있어 잠시 차를 마시는데, 이야기 내용은 자연스럽게 '일본 지진" 문제로 흐르더군요.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은 일본하고 가까워서 방사능 공포가 심하겠다면서, 걱정이 많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중국의 소금 사재기 등등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말도 안된다며 웃어 넘겼지요.

영국 아줌마들이 한 목소리로 소리 높여 하는 말이 " 항상 자신 만만해 하던 일본 정부가 방사능에 대한 대처 방법이 이렇게 허술하고, 어설픈 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며 다들 쇼크"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도 이번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러면서 흥미로웠던 사실은  그렇게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에 대한 해결 방법을 잘 찾지 못하고, 이제서야 다 망가지고 난 후에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이제서야 서방 국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소탐대실의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정부를 정말 잡아 먹을 기세로 비판하고, 국민들이 난리를 쳐서라도 상황을 빨리 해결하도록 압박을 할텐데 말이죠. 뉴스에서 보면, 이들은 너무 차분한 모습에 다들 놀랐다고 하잖아요.워낙 지진이 빈번한 곳이라 그에 따른 대비 훈련 및 교욱 등에 따른 적응이 되었다는 보도가 많더군요. 그런데 정말 이들이 선진국의 시민으로서 높은 교양과 질서의식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현실 상황이 악으로 치닫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말을 믿는 그런 사람들인가 의아한 생각이 드는 군요. 또한 전 그들의 그런 침착한 모습이 마냥 긍정적이지 만은 않아요. 물론 국민들간에 사재기, 폭동 등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요. 

이게 사실이라면, 전 이게  일본 정부가 원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식으로 말을 해도 일본인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차분하게 반응을 하니, 일본 정부는 좀 더 안일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요. 아무래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일본 정부에게는 제 살을 깎아먹는 일이니까요. 원래 자존심이 강해 나쁜 것들은 전혀 보여주지 않으려는 특성을 가진 일본이니까요.

여하튼 영국인들은 다행히 이곳은 피해가 없어 안심을 하는 분위기 였어요. 그러면서 과거에 캔터베리 근처의 지역인 Folkstone에서 집 내부의 물건이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있었다면서 자신들의 겪었던 경험등을 이야기 해 주시더군요. 이제 어느 곳이나 안전 지대는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