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이 곳 캔터베리는 인구수가 4만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캔터베리 대성당이 작은 도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데, 관련 법상 주변에는 그 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적은 인구를 생각해보면 높은 빌딩이 필요하지는 않나 봅니다. 날씨가 좋거나 주말에는 시티센터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하지만요. 이에 반해 시내를 둘러싼 성벽 밖으로만 나가면 조용한 주거지만 쭉 늘어서 있어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볼 수 있어요. 한없이 고요하기만한 작은 동네이다 보니 지역 신문 1면에 나오는 기사라고 해 봤자 - "용감한 주인, 화재를 뚫고 집안에 갇힌 자기 개 구출" - 뭐 이런 식이에요.
캔터베리 대성당 근처에는 이렇게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요.
그런데 얼마 전 이 동네에 엄청난 치정사건이 벌어져 작은 시골 동네를 뒤 흔들었습니다.
사건은 불륜으로 시작되어 살인으로 끝날 뻔한 꽤 큰 사건이었는데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펍을 운영하는 남자(편의상 A)가 자신의 아내(C)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되는 남자(B)를 해치고자 했던 모양입니다. 이른 아침(약 6시 30분 쯤) B가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는데, 갑자기 A의 차가 그 차를 일부러 뒤에서 꽝~ 들이 받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B를 칼로 무참하게 배 부분을 여러번 찔렀다고 합니다. 다행히 B는 위와 신장이 관통되는 중상임에도 무사히 수술을 받아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군요.
BBC 및 지역 뉴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 정도가 나오고 현재 피해자의 상태 및 재판 일정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일체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제가 이 사건이 불륜 때문에 벌어진 살인미수인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바로 코 앞에서 본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제 친한 동생과 같이 일하던 사람이라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갔을 때 자초지종을 들었나 봅니다. 이 목격자의 말로는 경찰이 가해자의 아내의 신변도 걱정되어 사건 즉시 펍과 자택에도 들렀다고 하는데, 아내는 어느 곳에도 없었답니다. 아직까지는 행방불명이라고 하는데 뉴스에는 이 사실이 나오지 않았으니 아직 경찰이 그녀를 찾고 있는 가 봅니다.
이 사건을 들으면서 한가지 제 이목을 끄는 사실이 있는데요.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연세가 60이 넘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비교 해 봐도, 요즘 영국 사람들은 결혼을 비교적 일찍 하는 것 같으니 나이가 60세 정도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됩니다. 또한 동양인에 비해 영국인들은 워낙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도 있지요. 제가 주변에서만 봐도, 영국 노인분들은 재혼 및 연애를 참 자유롭게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불륜 커플(?) 이었던...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인해 지금은 부부지만요. (AP)
그런데 궁금한 점 하나 더!! 이 분들(B와 C)은 도대체 어디서 몰래 연애를 하셨을까요?
영국인들의 불륜은 보통 알던 사람들과 이뤄진다고 하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손바닥만한 작은 동네에서 두 분의 비밀 연애가 쉽지는 않아 보였을 것 같네요. 여기는 한국처럼 러브 호텔이란 곳도 없는데요.
오늘 한국 인터넷 뉴스를 보니 배우자의 불륜의 흔적을 잡기 위한 다양한 첨단 기술 - 이를테면 블랙박스부터 네비게이션 추적까지 - 이 동원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한국 사회에 불륜이 보편화된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불륜의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혼자들이여! 불륜은 잠시는 짜릿하겠지만, 끝은 정말 추하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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