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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영국

주몽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 영국 캔터베리의 모습은?

by 영국품절녀 2011. 4. 8.


한 도시를 방문 했을 때 그 도시의 역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 아닐까요? 울 신랑이 원래 역사를 전공해서 그런지 여행지를 갈 때마다 박물관 가는 것을 빼놓지 않지요. 저는 처음에는 그냥 끌려 다니곤 했지만, 이제는 저도 둘러 보다 보니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영국 박물관들은 볼거리도 많이 있는 것 같더군요. 오늘은 캔터베리의 옛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캔터베리 Roman Museum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박물관의 외관이에요. 좁은 골목에 우뚝 서 있어서 잠시 딴 생각하면 지나칠 수 있답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입장료가 나와 있습니다. 어른이 3.10파운드니까 조금 쎄~긴 하네요. 학생 할인도 있는 것 같으니 학생증을 준비합시다.

들어가면 바로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고 그 옆으로 간단한 기념품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솔직히 기념품은 살 만한 것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살만한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엽서에요. 이곳의 엽서 가격은 무려 10p. 다른 곳이 20~50p하는 것을 감안하면 엽서는 이 곳에서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 저희는 캔터베리 레지던트 카드가 있어서 무료로 입장가능 했답니다. ㅋㅋ 그럼 본격적으로 박물관 관람을 해보겠습니다.


전시실 계단 내려가는 입구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한 계단 마다 100년이라고 하네요.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우리는 100년씩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겁니다.


계단이 총 20개 정도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2000년 전의 캔터베리로 돌아갔습니다. , 이제 2000년 전부터 캔터베리의 역사를 더듬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들 로마인들이 온 이후부터 영국이 본격적으로 문명의 세계에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기원전 1세기에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군대를 이끌고 영국에 들어옵니다만, 1세기가 되어서야 영국에 로마인들이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원주민들도 있었어요.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살던 원주민을 영어로 Briton이라고 합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마자 서 있는 로마 기병의 인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로마군이 강했던 것은 보병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왔던 로마 병사 코스튬보다는 촌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고증에 충실한 영국 사람들답게 사실과 가깝게 복원한 것 같기도 해요.


서기 150년 경의 캔터베리 모습입니다. 왼쪽에 신전도 보이고 가운데에 원형경기장이 공사중에 있네요. 건축의 달인인 로마인들 답게 도시를 깔끔하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현재 캔터베리 City Centre 외벽에 둘러쌓인 성도 그 윤곽이 이 때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합니다.



서기 350년 경의 캔터베리 모습입니다. 원형 경기장이 거의 완성 되었네요. 이 곳에서 검투사들의 경기나 연극 등이 공연되었을 것 같아요.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데 이때부터 그 잘나가던 로마제국에 망조가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군대도 철수하기 시작하고요. 그러자 당시 야만인으로 불리우던 앵글로-색슨족이 단체로 영국으로 쳐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무지막지한 앵글로-색슨족은 캔터베리뿐만이 아니라 영국 곳곳을 휩쓸고 다니면서 학살과 파괴를 일삼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그들도 영국 땅에 눌러 앉기 시작합니다. ㅋㅋ


서기 750년 경의 캔터베리 모습입니다. 온전하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네요. 앵글로-색슨족, 그리고 이 후에 영국을 또 한차례 휩쓴 바이킹들 역시 야만적이기는 매 한가지였나봅니다. 이들은 로마인들이 건설하고 유지해 왔던 도시를 운영할 줄 몰랐다고 합니다. 운영이고 할 것도 없이 도시는 이미 초토화 되었습니다.




그래도 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곳이고, 성벽도 어느 정도 남아 있으며, 강도 성안으로 흐르다 보니 사람들이 터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를 예쁘게 건설했던 로마인들이 지하에서 울 정도로 아주 원시적인 도시가 되었네요. ㅋㅋ



서기 1170년의 캔터베리 모습입니다. 대략 현재의 모습이 거의 만들어 진 것 같아요. 캔터베리는 영국 전역에 있던 순례자들이 일단 집결한 장소로, 이곳에서 몇일 휴식을 취한 뒤 도버로 이동해 그 곳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이런 배경속에서 지어진 것 같아요. 이렇게 또 몇백년이 큰 변화 없이 영국의 종교적 성지로서 전통을 이어 왔건만 캔터베리에 큰 시련이 닥쳐옵니다.


2차 세계대전 입니다. 이 곳 캔터베리는 유럽대륙 - 특히 프랑스 과 가깝다 보니 유럽을 한때 석권한 독일이 수 많은 폭격기를 보내어 영국 남부지역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이 때 캔터베리, 포츠머스, 사우스햄튼, 브리스톨 등 영국 남부 도시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이 곳 사람들은 심하게 폭격을 받아 도시가 flatten되었다고 하더군요. Flatten의 의미는 말 그대로 다 부서지고 flat – 즉 평평해 진 것이죠. City Centre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도 동쪽 지역만 남고 나머지는 파괴된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이 난리통에 캔터베리 대성당은 무사했다는 것입니다. 울 신랑과 친한 시티 카운슬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파괴된 도시는 고고학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되었던 것 같아요. 고고학자들은 1946년 그리고 1990 2회에 걸쳐 대규모로 로마시대 및 과거의 흔적을 대규모로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현재 박물관이 있는 자리로서 당시 발굴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캔터베리는 영국 내에서 로마인들이 가장 먼저 도시를 세운 곳입니다. 유럽으로 가는 출구이자 런던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캔터베리 박물관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2000년 역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진만 보아도 캔터베리 뿐 아니라 영국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더군요. 덕분에 아주 공부를 많이 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