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지난 번 댓글을 보니, 블로그는 품절녀인데 글쓴이는 왜 품절남이라고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남편인 제가 가끔 "품절남" 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포스팅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영국인 (잉글리시)과는 조금 다른 "스코틀랜드인(스코티쉬)"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 합니다.
갑작스런 소나기가 온 뒤, 활짝 핀 에딘버러표 무지개
지난 주에 저의 일본인 친구(女)의 석사 졸업식이 있어서 잠깐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친구의 석사 논문 작성에 제가 조금 도움을 주기도 해서 잠깐 시간을 내어 졸업식 직전에 얼굴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지요. 그런데 그 친구의 졸업식 행사에 같이 참석할 사람이 바로 "그녀의 스코틀랜드 친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으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친딸도 아닌 아들 부부의 일본인 친구, 그것도 졸업식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유를 듣고 보니 상당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국" 이라는 용어는 원래 "Enland" 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국이라는 국가의 공식명칭은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입니다. 우리 말로는 大브리튼 및 북 아일랜드 연합 왕국정도가 될 듯 합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 아일랜드" 라는 각기 다른 연방정부가 중앙정부를 통합한 연합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줄여서 "United Kingdom (UK)" 혹은 "Great Britain (GB)" 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England의 한자식 표기인 영국을 공식국가 명칭으로 표기해 왔기 때문에, 영국이라고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영국인을 영어로 하면 English가 아니라 "British" 가 됩니다.
조금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이 말을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非잉글랜드인인 영국인에게 무심코 "Are you English?" 라고 묻는다면 실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까딱하다가는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ㅎㅎ 그들은 항상 "I'm British, but I'm not English, I'm Scottish" 라고 이야기 하지요.
제가 영국에 오래 살면서 많은 영국인들을 만나왔는데 대부분 잉글랜드인이었습니다.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영국인들의 이미지, 예를 들어 남의 프라이버시를 매우 존중하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수줍음을 타는 것은 보통 잉글랜드인들을 잘 묘사한 말들이지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요. 일본인들과 꽤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인은 잉글랜드인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들은 좋게 말하면 사교성이 좋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기도 하지요. 사실 이번에 졸업한 제 일본인 친구는 석사 과정 중 개인 신상에 힘든 일이 있었지요. 구체적으로 적기는 어렵지만 잉글랜드인과 조금 안 좋은 일에 연루되어 석사과정 내내 정신과 육체 건강 모두 무척 쇠약해졌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스코틀랜드인과 온라인 채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스코틀랜드인은 학기를 마쳤으면 그 곳, 즉 잉글랜드에 머물지 말고 자신의 집에 머물러 논문을 쓰라고 했답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지도 못했던 이 스코틀랜드인 부부는 자신의 집 방 하나를 무료로 내주어 거의 1년 동안 그곳에 머물도록 해 주었다고 해요.
그 부부는 이 일본 친구를 자신의 부모에게도 소개시켜 주었는데, 일본인 친구의 딱한 사정을 들은 이 노부부는 이 일본인을 거의 친딸처럼 보살펴준 것은 물론이고, 친부모 대신에 졸업식까지 참석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깜짝 놀란 것이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노부부는 일본인 친구의 졸업식을 위해 모든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대신 지불해 주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 일본인 친구가 곧 일본으로 귀국을 하는데, 귀국 비행기 티켓까지 사주었다는 점이지요.
요약해 보자면, 한 스코틀랜드 남자가 채팅으로 알게 된 일본인 여자의 처지를 듣고 불쌍하게 여겨서 자신의 아내와 상의해서 거의 1년 동안 자신의 집에 조건 없이 머무르도록 했고요, 자신의 부모에게도 소개시켜주기까지 해서 거의 자신의 한가족의 일원으로서 지낼 수 있도록 정신적인 성원은 물론 경제적인 지원까지 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본인 친구는 지난 1년간 스코틀랜드인들을 만나 본 경험을 털어놓는데...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인들과 너무 다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걸고, 말을 들어주며, 또 언제 봤다고 자신의 속 이야기까지 다 해버린다. 무슨 일만 있으면 도와주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참 신기하더라. 한 두명만 그러면 그러려니 할텐데, 자신이 만나봤던 대부분의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인들과 너무 달라서 참 신기했다. (우리랑 참 비슷하지 않나요? ^^)
모든 스코틀랜드인들이 다 이렇게 친절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다만 저도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봐도 스코틀랜드인은 잉글랜드인에 비해 말을 조금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켈트족의 후손인 이들은 앵글로 색슨족의 후예인 잉글랜드인들에 비해, 보다 직설적이고, 돌려서 말하는 것도 싫어하며, 덜 가식적인 것 같습니다. 술도 더 잘 마시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잉글랜드인들에 비해 고집은 좀 세서 융통성은 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국인의 정서에는 스코틀랜드인이 조금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제 일본인 친구는 지난 영국에서의 2년간 최악의 영국인과 최고의 영국인을 각각 경험한 듯 합니다. 그녀에게는 아주 우연히 최악의 영국인이 잉글랜드인이었고, 최고가 스코틀랜드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말까지만 해도 영국 욕을 그렇게 하던 친구가 이제는 즐겁고 밝은 얼굴로 영국을 떠나게 되는 것 같아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군요. 국적을 떠나 좋은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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