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느닷없이 겨울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캐롤 서비스냐 하시나요? 제가 너무 좋았던 추억이라 나누고 싶은 맘이네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캔터베리 대성당의 캐롤 서비스의 날입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일찍 내려왔어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연휴(28일까지)를 앞두고, 학교 도서관이 4시에 일찍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캐롤 서비스는 7시 반에 시작되지만 6시부터 성당을 개방한다고 하여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5분에 도착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대성당까지 5분 정도 걸리거든요.)
대성당의 야경은 언제 봐도 멋있어요.
대성당에 입장하는 순간 Oh, My God!!! 벌써 사람들이 반이나 차 있는 거에요. 사람들이 밖에서 6시가 되기 전부터 기다렸던 것 같아요. 겨우, 중간 정도에 자리를 잡아서 앉았어요. 시작하기 한 시간도 더 남았는데 가운데 좋은 자리는 거의 다 차버렸네요. 날씨가 추워서 조금 늦게 나올까도 생각했었는데, 하마터면 구석에서 볼 뻔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남은 1시간 20분 동안 할 것이 없다는 거에요. 울 신랑은 이럴 줄 알았다면서 조그만 책을 주머니에서 빼더니 읽고 있고, 전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서 입장할 때 받은 책자를 살펴보았어요. 옆에 일본인 여자애들과 뒤에 영국인 아주머니들은 어찌나 시끄럽게 수다를 떠는지, 귀가 다 아팠어요. 7시가 되자,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요. 그랬더니 관객들도 조용해지면서 서서히 음악을 들을 준비를 하더군요.
6시 5분밖에 안되었는데, 사람들이 앞 좌석에 이렇게 많네요. 참고로 캔터베리에 있는 University of Kent와 University of Christ Church의 졸업식 장소이기도 해요.
자~ 드디어 시작. 성당의 조명이 갑자기 꺼지더니, 정면에서 성가대 소년 1명이 솔로로 노래를 시작하더군요. 1절이 끝나자 2절부터는 성당 뒤에서부터 십자가와 촛불을 든 사제들 뒤로 성가대가 노래를 부르면서 입장했어요. 한 무리가 서서히 앞으로 나오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경건한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어요. 규정 때문에 사진을 못 담은 것이 정말 아쉬울 뿐이에요. 그런데 성가대는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었어요. 소년들이 소프라노와 알토 파트를 맡고, 어른들이 테너와 베이스를 맡았는데, 완전 중세시대 삘~이 물씬 풍겼어요.
서비스 내용은 1부부터 7부까지 나뉘어져 있었어요. 1부는 예수가 태어날 것이라는 구약성경의 예언에 관한 성경말씀을 각 사제들이 읽어주고, 그와 관련된 곡을 합창단이 부르고 때때로 모두 다 같이 일어나 합창을 했죠. 거의 처음 듣는 노래여서 저희는 입만 벙긋벙긋, 즉 립싱크 했어요 ㅋㅋ. 노래는 영어로 된 노래도 있지만, 라틴어, 불어, 독어 등이 섞여 있어서 어떨 때는 듣는 것 조차 힘이 들더군요. (대학 합창단 출신인 저희 남편도 역시 버벅되더군요. ㅋㅋ)
3부 마지막 곡 때에, 성가대가 퇴장하길래 잠시 쉬는 시간이 있는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성가대가 무대 뒤쪽으로 가서 계속 프로그램 진행하는 거에요. 무대 뒤에서 에코~로 듣는 성가대의, 특히 소년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7부의 성경말씀은 영국 성공회 대주교(Archbishop)님이 낭독하는데, 목소리가 성우 뺨치게 멋있었어요. 말씀을 마치고 축도(the Blessing)을 하는데요. 감동이었어요. 멋있어서 ㅠ.ㅠ 축도가 마치자 모두 일어나서 합창단과 관객 모두 합창으로 “O Come, all ye faithful”을 불렀어요. 이 곡은 어찌나 자신 있게 울 남편이 부르던지요. 목소리 완전 크게. ㅋㅋ 교회나 성당 다니는 분들은 모두 아시는 곡일 거에요.
대성당의 캐롤 서비스와 제일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 클립을 링크해봤어요. 감상해 보세요.
첫곡 "Once in Royal David's City":
마지막곡 " O Come, All Ye Faithful":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모습 그대로 성가대가 중앙 통로로 퇴장했습니다. 입장과 퇴장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네요. 모든 순서가 마치자, 퇴장하는 관객들에게 신부님들이 일일이 악수를 해주시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로 성탄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울 남편은 90도 인사를 해가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ㅋㅋ. 영광의 순간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 ^^
Archbishop of Canterbury (바로 위 사진) 및 사제들이 일일이 나가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분이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주례를 보실 거에요. 아주 유명한 분인 것은 확실하지요? ^^
오늘같이 춥고 바람도 불고 우박도 떨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당에 모인 관객들을 봤을 때 참 인상적이었어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Carol Service를 참여하기 위해 2시간 전부터 기다린 영국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영국의 전통이자 문화인가 봐요. 남편 친구 말처럼 성당 지하에서 열린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웅장한 행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영국에 계신 분들!! 캔터베리에서 영국 크리스마스 문화에 흠뻑 빠져 보시지 않겠어요?
대성당 앞에 장식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요. 2011년의 크리스마스가 또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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