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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800년 전통 영국 펍(pub)을 찾아서

by 영국품절녀 2011. 5. 26.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오래간만에 신랑 친구의 차를 타고  우리가 간 곳은 캔터베리 근처 Chestfield Barn입니다. 이 곳에서 의외로 아주 오래되고 훌륭한 펍을 발견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짜잔~ 오래되 보이죠? 이 건물의 나이가 무려 800살에 가깝습니다. 이런 곳은 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입구에 가면 이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Chestfield Barn(헛간)이네요. 현재 왼쪽 아래에 있는 긴 건물만 Pub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골프장 관련 건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여러 각도에서 건물들을 살펴볼게요.



                                                 사진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Pub의 입구가 나오고요.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당에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야외석이 있지요.

 

 



         앞에 작은 연못도 있고요. 이 곳에는 잉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잉어들에게 음식을 주지 말라고 적혀 있었네요.

 

 



                저희가 갔던 때가 3월이어서 마침 근처에 벚꽃이 막 피려고 하고 있었어요.  자~ 이제 들어가 볼까요?

 




          펍의 실내 모습입니다. 의자나 테이블은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역시 높은 천장 구조가 눈에 좀 들어옵니다.

 



펍 한쪽 벽에는 큰 스크린까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스코틀랜드와 이탈리아의 럭비 경기가 하고 있었지만, 그걸 보는 사람은 없어 보였어요.


 



                                    천장에 있는 장식과 벽난로 등  꽤 오래된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아요.

 

 



          맥주 뿐만이 아니라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데요. 메뉴 중에 비둘기 가슴살(Pigeon Breast) 보이시나요?
          음식용 비둘기라고 믿겠지만, 어쩐지 찝찝했습니다. 우리는 Bread and Olive를 먹었어요. 음식도 깔끔하더군요.



맥주는 종류별로 하나씩 시켜보았습니다. 왼쪽부터 Larger, Ale, 흑맥주입니다. 신랑 친구 말에 의하면 이 곳 맥주 맛이 참 괜찮다고 합니다. 참, 이 곳에는 일본의 Asahi 맥주가 생맥주로 팔더군요. 주변에 일본인 친구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맥주는 진짜 맛있었어요. 역시 맥주는 펍에서 마셔야 제 맛 이에요.


맥주도 먹으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희 테이블 옆에 주크박스가 눈에 띄더군요. 신랑 친구가 1파운드에 4곡 들을 수 있다면서 저보고 골라보라고 하더군요. 울 신랑은 The Eagles의 Hotel California를 신청했고, 제가 데리고 간 친구는 Ralph McTell의 Street of London을 골랐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아날로그 레코드 주크박스였어요. 레코드 판으로 작동되는 것들이라 90년대 이후의 곡들은 없었어요.

 

 

                                      기계가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레코드를 골라 레코드 핀에 돌리더군요.
                         핀에 긁히면서 나는 약간의 노이즈가 더욱 더 옛 분위기로 젖어 들게 하는 것 같았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 여자친구의 집에 갈 때마다 같이 들었던 어떤 음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레코드는 항상 어느 부분에 도달하면 약간의 노이즈가 음악과 같이 흘러 나왔다고 해요. 훗날 주인공이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같은 노래를 들어봐도 그 노이즈가 없으면 그 음악이 아닌 것 같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저는 레코드로 음악을 들었던 세대는 아니지만, 오늘따라 왠지 공감이 가는 것 같았어요. Hotel California와 함께 흘러 나오는 그 노이즈가 왠지 그 노래를 더욱 완성시켜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오늘 정말 좋은 곳에서 좋은 노래 들었다는 기분입니다.



 보너스!! 주크박스에서 흘러 나오는  Ralph McTell의 'Street of London'  감상하며,  펍 내부 분위기 살짜쿵 느껴 보세요.





저는 펍과 주변만 보고 왔는데, 교회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바로 근처의 Chestfield의 타운 센터도 제법 운치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같이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저희는 나중에 한 번 더 가보려고요.
저는 캔터베리에서의 봄 맞이를 이 곳 Chestfield Barn에서 제대로 지낸 것 같아요.

축구 경기에서 잘 나오는 말 있죠?
“Right Place, Right Time” 이 말이 딱 정답이네요.

 


혹시 이 곳에 버스 타고 가실 분은 더 보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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