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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문득 달력을 보니 저와 품절녀님, 그리고 아기가 영국을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영국을 다녀온 뒤에는 논문 마감, 프로젝트 마무리, 그리고 또 다른 논문 집필로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지난 한 달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무척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안 보면 과연 그 곳에 갔는지 조차 실감이 나질 않을 정도니까요.

 

지난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졸업식 참석" 이었습니다. 원래 작년 11월에 참석했어야 했는데, 아기가 딱 마침 그 때 태어나 아쉽게도 못 갔습니다. 영국 대학은 대개 1회에 대해서 졸업식 참석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다행히 이번에는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 데리고 여행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생에 딱 한 번뿐인 졸업식이라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큰 결심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안 갔으면 어쩔 뻔 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제가 공부한 켄트대학은 시내에 있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졸업식을 진행합니다. 모든 졸업생이 한 번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고, 학부 별로 며칠씩 나누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졸업식 자체가 보통 3~4일 동안, 그것도 하루에 2~3회씩 나누어서 이루어집니다.

 

영화를 통해서 보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영국 대학의 졸업식에서는 총장이 졸업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졸업식 행사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악수입니다. 즉, 총장과 악수한 번 하고 졸업장을 받으러 그 머나먼 영국 땅을 다시 밟은 것입니다.


마침 대학 측에서 졸업식 사진(출처: University of Kent Alumni) 을 공개해서 양질의 사진을 많이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사진으로 직접 분위기를 느끼시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합니다.

 

 

우선 졸업식이 열린 캔터베리 대성당입니다.

입구로 총장 및 교수진들이 따라 들어가는 것이 보이시죠? 

 

 

학생들은 지정된 곳으로 가서 가운을 수령합니다.

이 때 가운을 대여하는 의복업체 직원들이 가운을 정돈해 주지요.

 

 

사각모와 회색 후드는 학부 졸업생을 뜻합니다.

 

 

위의 노란색 후드를 입은 학생들은 석사 학위자입니다.

가운을 입은 후에는 졸업식 1시간 반 전까지 지정된 장소로 가서 대기해야 합니다.

성당 옆에 학생들이 대기할 수 있는 긴 회랑이 있더군요.

 

 

박사 학위자들의 가운과 박사모는 조금 특이하지요? 

 

 

총장 및 담당학과 학과장 및 교수들도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를 합니다.

사진을 보면 모자와 가운의 색깔 및 디자인이 모두 다르지요?

바로 출신학교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부, 석사, 박사 졸업생들이 순서대로 입장하고 나면, 총장 및 교수진들이 뒤이어 들어옵니다.

그리고 총장의 축사로 행사가 시작됩니다. 뒤에 브라스 밴드가 보이시나요?

행사 중간중간 마다 짱짱~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구었습니다.

 

 

트럼펫 주자의 모습입니다. 
 

 

호명하는 순서대로 학생들은 나와서 총장과 악수를 나누고 졸업장을 받습니다. 
 

 

 

 

학생은 졸업장을 받고 관객들 사이로 퇴장을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청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학생들을 축하해 주더군요.

 

 

졸업식 드레스 코드는 엄격합니다. 청바지와 같은 캐쥬얼 복장은 절대 안 된다고 해요. 남자는 정장이고, 여자는 드레스였습니다. 단 각 나라의 전통의상은 괜찮다고 하더군요. 위의 학생처럼 입고 온 학생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스코틀랜드 출신인가 봅니다. 근데 속옷을 입었을까요? 하하~~

 

 

총장보다 나이 많아 보이던데, 제 바로 옆에 앉아 계셨던 분입니다.

워낙 중후하셔서 학교 졸업 사진의 주인공으로 뽑힌 것 같네요. ㅎㅎ

 

박사 학위자는 단순히 악수만 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후드를 벗고 왼팔에 곱게 접어 걸쳐놓았다가, 총장이 그것을 학생의 목 위로 둘러 묶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실내 방송에서는 관객들에게 이 졸업생의 박사학위 논문 등을 소개합니다. 이 와중에 총장은 저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더군요. 

 

 

이 분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입니다. 명예 박사 학위자는 빨간 가운을 입더군요.

예전에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올란도 블룸도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까 위에서 대기 중이던 교수들입니다. 출신 학교가 다르니 가운도 형형색색 다양하지요.

가운데 보이는 남자 교수는 켄트 대학 출신인가 봅니다.

 

 

학위 수여에 관한 일정이 마치면 총장과 교수진 순으로 퇴장하고,

그 뒤를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 순으로 퇴장합니다.

 

(출처: All photos of University of Kent Alumni)


모두 퇴장하면 가족 및 지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졸업식 가운은 반납합니다.

 

Tip. 박사과정 학생은 가운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서울 모 대학 근처를 가면 전세계 대학 가운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저는 그냥 대여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졸업식 전에 찡찡대던 아기가 졸업식이 시작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잠들었다고 합니다. 졸업식이 있던 날 소나기도 내리고, 날씨 변덕도 심해서 아기 컨디션이 딱히 좋지 않았습니다. (졸업식 몇 시간 전에 유모차에서 자던 아기가 갑자기 내린 우박까지 맞는 불상사까지 있었지요.)

아기가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졸업식 자체를 힘들어할까 걱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할 품절녀님 걱정이 가장 컸지요. 그런데 막상 졸업식이 시작하자마자 잠든 아기는 크게 울려퍼지는 큰 브라드 밴드 팡파레 소리와 주변의 박수에도 주구장창 잤다고 합니다. 그리고 총장이 퇴장하자 아기는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역시 행사에 강한 아기라는 이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몇몇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고향 친구들이 마치 해리포터와 같다고 하더군요. 제가 해리포터를 못 봐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렇습니다만, 전통이 살아있는 영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졸업식이라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생에 딱 한 번 뿐인 졸업식, 힘들었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길이 남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Posted by 영국품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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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이티포 2015.08.20 21:5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ㅋㅋㅋ역시 서양은 선진국이네요

  2. 배성화 2015.08.22 09:03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딸 쌍둥맘입니다. 지금 고3이고요. 둘다 영어를 잘해서 대학교 다닐 때 교환학생 생각하고 있습니다. 님의 졸업식 사진을 보니 우리 나라 대학교 졸업식과는 달리 엄숙하고 학위자의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제 딸도 님처럼 훌륭하고 멋진 모습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 작토 2015.09.05 21: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축하드려요~! ^^ 옛날생각 나네요... 저는 2011년에 졸업식 했거든요. 박사가운 완전 큰맘먹고 구입했었는데, 정말 쓸일이 다시는 있을까 싶네용 ㅎㅎ 이제 만삭 임산부의 몸이라 행사에 강한 아기...참 이쁠듯요^^

  4. 마렝고 2015.09.12 09:01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우와, 그 Chaucer의 Canterbury Tales에 나오는 그 대성당이군요!!!!! 엄청 멋지네요! 오.. 서울 모 대학이 어딘가 궁금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