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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유학생 남편의 이중 부담, 안쓰럽기만 해

by 영국품절녀 2011. 9. 10.


지금까지 제가 유학생 남편을 가진 사람이라서, 항상 아내 중심으로만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자기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잣대를 가지듯이요. 저만 생각해 봐도, 항상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신랑의 힘든 모습은 외면했나 봅니다. 남들 쉬는 여름 방학 내내 울 신랑은 알바를 하고 집에 오면 매일 지쳐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답니다. 저는 블로그 발행 등으로 인해 항상 새벽에야 신랑이 있는 침대로 갔지요.


새벽에 신랑 옆에 누우면, 정말 가슴이 찡~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신랑 성격이 아주 예민해서, 제가 옆에 눕기만 해도 살짝 깨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옆에 누가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숙면을 취하는 것 같아요. 숙면이 아니라 그냥 완전 지쳐 기절한 것처럼 자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또한 피곤하면 원래 조금씩 하는 잠꼬대를 이제는 좀 시끄럽게 할 정도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작년 영국에 도착해서 지금까지의 삶을 회상해 보니, "울 신랑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겠다"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집 계약 문제가 생겨, 영국에 오자마자, 저희는 추운 겨울에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힘들었고요. 다음에는 신랑이 집 셋팅에 필요한 이런 저런 세금과 공과금 신청을 했으며, 그 후에는 세미나, 학과 콘퍼런스 발표, 박사 업그레이드까지 정말 1년 6개월 동안 여행은 커녕 정신없이 학업에만 매진했네요.

이제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부담에 신랑은 청소 알바, 번역 일, 아이엘츠 과외까지 닥치는 대로 하고 있지요. 작년부터 남편이 공부는 동안, 제가 번역 일, 블로그 운영으로 수익 창출, 캔터베리 통신원 일(유학원)로 지금까지 생활비를 벌고 있거든요. 다음 학기 부터는 신랑이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지만, 강의 준비를 많이 해야하는 탓에 신랑의 논문 작업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둘이 있어 다행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학업 스트레스, 힘든 알바에도 불구하고, 종종 토라지는 저의 기분을 맞추느라 애교를 떠는 울 신랑을 볼 때면, 한없이 고맙네요. 가끔은 저나 신랑의 친구들은 안정된 직장, 가정에서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왜 이러고 살아야하나?' 잠시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서로를 격려하지요.

항상 울 신랑이 하는 말이 있어요. "백보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라고요. 개구리도 웅크리면 웅크릴수록 그만큼 멀리 뛴다고 하지요. 그만큼 지금은 힘들어도 희망이 있기에 지금까지 큰 탈 없이 달려온 것이 아닌가 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이 시절이 후회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려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장 학업을 빨리 끝내는 유학생 유형 순위?
1위 - 가정을 부양하는 유학생 남편
2위 - 유학생 싱글 여자
3위 - 유학생 싱글 남자
4위-  남편 혹은 아이들을 가진 유학생 아내


아마도 유학생 남편은 자신의 학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정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에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요. 주위를 봐도 남편의 학업이 길어지면 가족 전체가 참 힘들어 지더라고요. 그런 스트레스가 유학생 남편들에게 있어 학업 스트레스 이외에 가장 큰 부담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곧 학업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 둘이 서로 내조, 외조해가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인 울 신랑이 학업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제가 좀 더 도움이 되어야 겠지요.


해외 유학생 남편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