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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외국에 남편 따라 온 한국 여자의 삶, 부러운가

by 영국품절녀 2011. 8. 31.
영국에는 남편의 학업과 일 때문에 따라온 한국 여자들이 많습니다. 영국에 남편을 따라온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럽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작년 1월에 영국에 간다고 하니깐, 주변 친구들은 다들 "너가 부러워, 외국에 사니 좋겠다" 이런 식의 말을 저에게 했지요.

 


하지만, 영국 생활을 이미 경험한 저는 항상 그들에게 이렇게 말 하곤 하지요.
"해외에서 사는 것 보다는 여행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아마 해외 생활을 하시거나 경험하신 분들은 저의 말에 공감을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제 주변 친구들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사실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므로 그냥 웃고 말지요. 한국에 사는 주변인들이 부러워하는 영국에 사는 한국 여자들의 사연을 보면, 이들의 삶이 결코 부럽지 않습니다.  



                                                      해외 생활의 외로움은 누가 알아 줄까요?

영국에 사는 한국 아줌마들이 가입해 있는 카페나 사이트에 가보면, 거의 하루 이틀 꼴로 올라오는 사연들이 있어요. 대부분의 공통된 사연은, "우울하고 심심한 일상 생활에 지쳐간다" ,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 급기야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 "죽고 싶은 심정이다" 라는 극단적인 사연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낯선 영국 땅에 남편 하나 믿고 따라온 이 곳에서, 한국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아이 양육 및 교육 때문에 뭔가 집중할 일이 있겠지만,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이가 없는 한국 여자들은 참으로 심심하고 우울한 일상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편은 학교나 직장에 일찍 출근해버리면, 집안 일 외에는 특별하게 할 일이 없는 한국 여자들은 무기력해짐을 느낀다고 합니다. 생활이 넉넉하면 어학원 및 취미 강좌를 들으면 되겠지만, 그것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힘들긴 합니다.

한인 비율이 높은 지역에는 같은 처지의 한국 여자들이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힘든 영국 생활을 서로 공감 하기도 하지만, 영국 시골과 같은 한인 비율이 적은 곳에서는 솔직히 만날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제 휴대폰은 정말 시계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하루 중에 신랑 이외에 한 통화도 오지도 걸지도 않을 때도 있거든요. 저도 처음에 영국에 와서 거의 3개월 동안은 아는 사람도 없어, 매일 혼자 카페에서 노트북을 들고 가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이미 영국 생활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영국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고되고 외로운 생활이였어요. 전에 학생 신분으로 왔을 때에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있고, 학업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지만, 이제 나이가 먹어서 다시 찾은 영국은 만날 사람도 별로 없을 뿐더러 이야기 할 대상을 찾기 조차 어려웠습니다.

 


한국 아내들은 학업을 다시 해 보려고 하기도 하고 일을 잡으려고도 하지요. 하지만, 학업은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요. 일부 학업에 뜻이 있는 분들은 영국 석사 및 박사 과정에 입학을 하지만, 모두 다 학업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또한 일부는 영국에서 일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영국 대도시 및 한인 비율이 높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영국 시골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갈수록 외국인들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구직 활동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은 영국 현지인 및 EU 사람들도 취업 할 때가 없어서 놀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저도 작년 내내 구인 활동을 했지만, 인터뷰 조차 해 본 적이 없네요.


마지막으로, 해외 생활은 인간 관계가 좁다보니, 주변 사람들로 인해 몇 번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보면, 아예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는 한국 여자들도 있다고 해요. 거기다가 우울한 영국 날씨에 영향 받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경우에는 남편과의 관계 및 자녀 양육에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일부는 한국에서 받는 직장 스트레스 등에서 해방되니 얼마나 좋겠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일이, 만날 사람조차 별로 없는 해외 생활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니, 해외에 사는 주변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이유로 시기, 질투섞인 말이나 행동들은 좀 삼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친구들의 그런 가벼운 말로 인해 상처를 받는 한국 여자들이 꽤 있거든요.

해외 사는 한국 여성분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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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