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약 8~9주 정도인 것 같은데요, 여전히 입덧은 저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힘을 내고 있지요. 직접 체험한 입덧 해결책에 대해 알려 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오늘은 제가 작년부터 영국에서 짧게나마 불임 치료를 받은 경험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본격적인 불임 치료 전에 다행히도 자연 임신이 되어 본격적인 치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그 과정 및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저희 부부 소개를 간단히 하면요, 결혼 6년 동안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No 피임)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결혼 전에 산전 검사는 했었고, 결혼한 지 1년이 되자 저는 임신을 위해 잠시 한국에서 산부인과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에 의사로부터 배란 장애가 있는 것 같다라는 말만 들었지요. 제가 생리가 다소 불규칙하거든요. (스트레스가 심하면 생리를 몇 달동안 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국에서 불임 치료를 받아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 저는 산부인과를 다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하고, 생리를 안하면 생리 촉진 주사.. 자궁 초음파.. 배란 날짜를 잡아 주는 등등.. 돈은 돈대로 들고 심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약 4달 정도 병원을 다니다가 나 죽겠다 싶어서 그저 마음 편안하게 임신을 기다려 보자라고 마음 먹었지요.
그 후 영국으로 왔습니다. 이 곳에서는 경제적 상황이 어렵고 신라이 학생 신분이라서 아이를 갖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한 채 살기에만 바빴습니다. 신랑도 학업 스트레스가 많았지요. 주변에서는 나이도 많은데 어서 나야지 라고 부추기기도 .. 어떤 분들은 차라리 입양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등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도 가끔 임신 압박을 받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겉으로만 "네네, 낳아아죠!" 라고 대답을 할 뿐, 당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없었어요. -물론 생기면 낳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피임은 안하고 있었지만요 - 왜냐하면 현재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저는 원래 아이를 크게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임신이라는 자체가 크게 와닿지도 않았어요. 그저 막연하게 결혼을 했으니 애는 있어야 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한지 5년째인 작년, 이제는 아기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기 시작했어요.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왜 이리 예쁜지... 드디어 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 마음대로 임신이 안 되는 걸 어찌 합니까..
그런데 저희 부부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작년 여름에 자궁 경부암 검사를 하러 갔다가 간호원이 저에게 묻더군요.피임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안하는데요..
그럼 어떻게??
저는 아이를 낳아야 하거든요. ㅎㅎ
간호원은 그때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이런 저런 질문을 하더니, 자신도 결혼한지 꽤 되었는데 아이가 없어서 시험관을 했다고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저에게 의사를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친절한 간호사 덕분에 일사천리로 저희 부부는 그날 오후 7시에 의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영국 불임 검사 및 과정에 대해 알아 볼게요.
1. 영국 불임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단 불임 검사를 원하는 부부는 담당 의사(GP) 진료 예약 후 만납니다. 그러면 의사는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 후에, 남자에게는 정자 검사를, 여자에게는 피 검사를 받도록 처방전을 작성해 줍니다. 영국에서 피 검사는 예약 없이 의사의 처방전만 있으면, 아무 때나 가서 받을 수 있습니다. 신랑의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첫 만남은 GP 의사였지만, 그 후로부터는 불임 클리닉 (Infertility Clinic)의 간호사를 만나 상담을 받게 되었어요. 제 담당 간호사는 앞으로 불임 검사 및 상담, 치료는 적어도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했고, 이런 치료가 모두 다 실패로 돌아간다면 비용이 드는 체외 수정(IVF)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친절하게 약속 날짜를 적어서 줍니다.
약속이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문자 통보로 알려 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피검사 4번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풍진 항체가 있는지에 대한 검사였고요, 다음은 생리 주기에 맞춰 호르몬 검사를 위해 세 번에 걸친 피검사와 나팔관 조영술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예약없이 받을 수 있었던 피 검사와는 달리 나팔관 조영술은 생리가 시작하자마자 전화 예약을 해야 하는데 두 달 동안 이미 예약이 다 차서 제가 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불임 클리닉 정기 만남이 있던 날, 담당 간호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팔관 조영술 결과가 없으면 더 이상 치료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또 다시 예약이 안 되면 바로 나에게 전화를 해라. 그러면 너는 무조건 검사를 받도록 해주겠다.
☞ 이렇게 네 번의 피검사과 나팔관 조영술 및 두번의 상담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5개월입니다. (작년 8월~12월) 한국이었으면 한달도 안 되어 모든 검사가 다 끝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2. 불임 검사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해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영국은 불임 검사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립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이에 대해 답답하다고 난리들이지만, 저는 불임 검사 및 상담이 얼마나 편하고 부담이 없었는지 몰라요. 제가 잠깐 겪었던 4개월간의 한국 산부인과 경험에 비하면 영국식이 저에게는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나팔관 조영술 검사의 예를 들어 보면요,
제가 온라인 카페 등의 후기 및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검사는 정말 아프고 거북하며 기분이 안 좋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도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몰라요. 속으로 내가 이런 검사까지 왜 해야 할까 라면 얼마나 기분이 착찹했던지.. 하지만 검사를 담당했던 영국 간호사 세 명은 저에게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정말 스트레스 하나도 안 받도록 도와 주었어요. 실제로 저는 크게 아프지도 않게 검사를 잘 끝냈습니다.
3. 불임 검사 결과 및 치료 방향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줘요.
불임 상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두 번의 상담을 받았는데요, 그 때마다 정확한 검사 결과 및 앞으로의 치료 방향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게다가 불임 검사 및 상담을 받은 후에는 언제나 며칠 내로 검사 결과 및 상담 내용이 자세하게 쓰여 집으로 편지가 배송됩니다.
병원에서 온 편지의 양이 엄청 납니다.
매번 편지에는 저희 부부의 검사 결과 및 다음 상담 약속 장소 및 시간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모든 검사가 마무리되고, 올해 1월에 받은 검사 결과 편지에는 신랑은 이상이 없었고요, 저는 배란 호르몬 수치가 좀 낮아서 배란 촉진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처음으로 불임 담당 의사를 만난 것은 2월 말~
의사는 저에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배란 촉진에 필요한 약(3개월치)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당시 제가 생리도 하지 않았으므로 생리 유발약 처방전도 함께 주었어요. 의사는 생리를 하지 않는 저에게 약 2주일 정도는 계속 테스트기를 이용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그 후 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요. 그 후 다시 의사와의 상담 내용 및 처방 약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섭취 방법이 써 있는 편지가 도착했고요. 그 다음에는 다음 번 약속 시간과 장소가 다시 적힌 편지가 차례로 배송되었답니다.
불임 치료 약 처방전과 설명서, 그리고 다음 상담 날짜~
만약 불임 치료가 진행이 된다면, 저희 부부는 의사를 6월에나 만나게 된답니다.
4. 불임 검사 및 상담은 무조건 부부 동반이에요.
제가 영국 병원에서 가장 놀랐던 사실은 부부 동반이 아주 흔하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으로 제 피검사 결과를 보러 가는 날 간호사는 저에게 왜 신랑이 안 왔냐고 하는 거에요. 저는 순간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속으로만 '같이 오라고 안 했잖아요? 내 검사 결과만 보러 온 건데 신랑이 꼭 있어야 하나요?'
저는 외롭게 혼자 기다렸답니다.
게다가 이 때 카톡으로 제 여동생이 임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순간 어찌나 만감이 교차하던지요. ㅎㅎ
병원 가기 전날 영국 할머니의 표정에서 저는 왜 간호사가 저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답니다. 제가 병원에 간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신랑하고 같이 가니?" 하시는 거에요. 저는 "아니요 혼자 가는데요." 그랬더니 다소 슬픈 표정을 지으시면서 "잘 다녀와" 하셨거든요.
그 후에 할머니께 간호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더니 아이는 혼자 만드는게 아니잖아, 무조건 부부가 함께 병원에 가는 거야~하셨답니다.
그 날 저만 혼자 덩그러니~ 다들 부부 동반이었지요. 저는 순간 신랑에게 분노의 메세지를 보냈어요. 신랑은 자신은 억울하다면서 이 상황을 몰랐다고만 하더군요. ㅎㅎ 그 후 웃기게도 편지에는 이런 소견이 왔어요.
"그 날 끝내 파트너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피검사 결과를 그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 신랑은 불임 상담은 물론이고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검사 시 무조건 동반해 주었지요. ㅎㅎ
2월 말에 병원에서 돌아 온 후 극적으로 일주일 뒤에 제가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주변 분들이 불임 검사를 하다가 임신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저를 위로해 주시기도 했었고요, 나팔관 조영술을 한 후에 잠시 임신률이 높아진다는 말도 들어서 저는 은근히 기대도 했었거든요. 또한 시어머니께서 태몽도 꾸시고.. 그런데 이렇게 감쪽같이 임신이 되었네요. 아주 기적적으로요. ㅎㅎ
빨간 줄이 두개가 되는 날을 항상 상상만 했었는데..
실제로 보는 순간 신랑부터 불렀답니다. ㅎㅎ
지난 약 8개월 동안 저희 부부는 느리지만 스트레스 없이 무료로 불임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느려터져서 어떻게 기다리냐고 했지만, 저는 오히려 느긋하게 불임 검사 및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임신을 기다렸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아무튼 영국에서 불임 치료 바로 전에 임신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처럼 결혼한 지(6년차) 오래지만 아기가 아직 없는 부부들에게 저희와 같은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임신 바이러스 나눠 드릴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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