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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에서 야구모자 잘 못 썼다가는 큰 코 다치는 사연

by 영국품절녀 2011. 4. 29.
영국에 온 한국 학생들이 갖는 궁금중의 하나가 "왜 영국 젊은이들은 야구모자를 안 쓰지요?" 였어요.이 질문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깐, 정말 야구모자를 쓴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 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야구 모자를 즐겨 쓰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계절에 상관없는 머스트 아이템이 되어 버렸잖아요. 특히 힙합 하는 가수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들만의 스타일로 야구 모자로 멋을 내지요.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아침에 머리 스타일을 망치거나, 머리 감기가 귀찮거나 할 경우에 쉽게 찾는 소품이 모자 잖아요. 저도 영국에 올 때 야구 모자를 하나씩 챙겨왔지요. 그런데, 이제까지 신랑과 저도 머리 안 감고 잠시 밖에 뭐 사러 나갈 때 에만 썼네요. 


                               미국, 한국의 연예인들은 야구모자에 대한 사랑이 깊은데 말이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국 사람들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야구 모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어요. 한국, 미국 등지에서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요.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시작으로 관중석에는 매일 차고 넘치는 야구 팬들로 가득하더군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의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야구 선호도의 차이로 말미암아 영국 젊은이들은 야구 모자 착용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봤어요.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 학생이 쓴 글을 보니깐, 영국 펍에는 딱 두가지 복장을 금한다고 하네요. 하나는 모자 착용, 후드 티에 있는 모자를 써도 안 된다고 하네요 (야구 모자를 포함해서 머리에 쓸 수 있는 모든 모자들) 나머지 하나는 츄리닝 복장이라고 하네요.

 

그 한국 학생이 영국 펍에 모자를 쓰고 츄리닝을 입고 들어갈라고 하니깐, 그 복장은 출입금지라고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그 글을 읽고 나서야, '모자와 츄리닝은 안되는 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울 신랑이 하는 말이,
영국에서 직장없이, 학교도 안 다니고 불량해 보이는 젊은 남자들, 즉 Anti-social behaviour를 가진 이들의 복장이 딱 야구모자, 헐렁한 후드 티에 츄리닝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혹시 이들이 거칠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복장들을 금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 보았어요. 왜냐하면 이들은 대화 내용 중 90% 말들이 F로 시작하는 욕이고, 목소리도 엄청 커서 그들이 옆에 지나가기만 해도 좀 겁이 나요.




                              능력이라면 임신 잘 시키는 11명의 아이 아빠로 20대인 직업 없이 나라 돈 받고 사는 영국인. 
                         그가 입고 있는 야구모자, 츄리닝 또는 후드 티, 운동화가 딱 영국 사회가 기피하는 사람들의 복장이에요.
                                                                      (출처: dailymail.co.uk)

 

 

근데, 이것은 중요한 사실이니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거에요.
영국에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거에요. 영국 집에 초대를 받으면, 보통 들어오자마자, 서로 인사를 하고, 바로 겉 옷을 벗어 달라고 해요. 그리고 문 앞에 외투, 모자 등을 걸어 놓는 곳이 있어요. 제가 토요일마다 가끔 가는 글로벌 카페라는 곳이 있어요. 캔터베리에 있는 대학의 기독교 동아리를 중심으로 International meeting이 있거든요. 그 때 어떤 한국인 어학 연수 생이 야구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데, 그 곳에 계신 나이 드신 영국 할아버지가 모자를 왜 실내에서 쓰고 있냐고 하면서 무례하다고 당장 벗으라고 했다고 해요. 그러니, 영국에서는 머리 감지 않고 모자 뒤집어 쓰고 어디 가다가는 큰 코 다칠수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약간 황당한 영국의 기사를 소개해 볼게요.

캔터베리에서 버스나 차로 약 1시간 좀 넘게 가면 Bluewater라는 큰 쇼핑몰이 나와요. 이 곳의 규모는 유럽에서 거의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런 대형 쇼핑몰입니다. 저도 두번 가 본 적이 있는데, 영국의 유명한 백화점인 House of Fraser, John Lewis, Mark & Spencer 가 붙어 있어요.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세일 기간에는 아침 일찍 부터 와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주차 공간이 일찍 다 차버리는 경우도 많데요. 제가 갔을 때는 세일 기간이 아니 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더군요.

블루워터에서 2005년에 야구 모자와 후드티 모자 착용을 금지시킨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어요. 그 이유로는 울 신랑이 말했던 그 이유더군요. 공공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복장이라고 했어요. 이 규정을 두고 영국 내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집니다. 거기다가,올해 요크셔에서는 연금을 받고 사시는 할아버지들에게도 그들이 주로 쓰는 베레모(flat cap)착용을 펍 안에서는 금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어요. 그 이유로는 모자에 얼굴이 가려서 CCTV로 얼굴 확인이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요.

                        기사 댓글을 보니, 대머리 할아버지의 대머리에 빛이 반사가 되어 경찰들은 CCTV 카메라로
                        얼굴 확인이 더 힘들 것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하네요.       (출처: telegraph.co.uk)

영국에서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공공의 안녕과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건물 내부에서 모자 착용 금지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들은 한결같이 공공의 안전을 해하려는 사람들(troublemaker)로부터의 공격을 신속하게 예방 및 차단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펍, 블루워터 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펍 안이나 공공 장소에서 모자나 후드 모자를 쓰는 사람들을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것처럼 만드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복장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악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그런 가봐요.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까지 베레모 착용을 금한다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하여간 야구 모자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국에서는 좀 조심하셔야 겠다는 말로 밖에 전 뭐라 할 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