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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일본 유학생들, 김치에 미치다

by 영국품절녀 2011. 6. 6.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친구가 학위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작별 파티가 열렸어요. 어느 정도 친해지면 항상 이별이 다가오는 해외 생활이 정말 싫어지는 순간입니다. 파티 음식들을 조금씩 각 자 준비하기로 했기에, 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일본 학생들에게 물어 본 결과,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비빔밥, 갈비, 불고기, 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파티에 참석하는 일본 친구들이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우리가 먹는 한국 김치만 가져와도 좋다고 하면서요. 운이 좋게, 제가 저번주에 김치 8포기(8포기라고 해도 포기의 크기가 너무 작아요) 를 담았거든요. 지금까지 울 신랑이 김치를 항상 담가 줬는데, 신랑이 너무 바쁜 관계로 이번에는 제가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드디어 저번 주에 내 생애 첫 김치를 담그는 역사적인 순간이 왔지요. ^^ 물론 신랑이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좀 도와 주긴 했지만요. ㅋㅋ

                                               제가 온 정성을 다 쏟아서 만든 제 생애 첫 배추 김치에요.

제대로 된 익은 한국 김치를 선보이기 위해, 하루 정도 실온에서 익혔어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금방 김치의 익은 냄새가 집 안을 진동하더군요. 그래서 저랑 신랑은 푹 익은 배추 김치와 쌀밥, 미역 무침을 가지고 파티에 갔어요.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기에, 준비한 음식도 대부분이 일본 음식으로 차려져 있었어요. 

                       모양은 한국의 김밥하고 닮았지요? 한국의 김밥하고 다른 점은 일본인들이 만든 스시 재료는 
                                            아무 조리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라는 것 입니다.   

                        

                한국의 청국장 맛과 비슷한 일본 나또를 안에 넣어서 만든 나또 롤이에요.  제 입에는 좀 안 맞았어요.

                           니꾸자가라고 불리는 일본식 쇠고기 감자 조림이에요. 달짝 지근하면서 맛있더군요.

                             한국의 나물과 비슷한 일본 당근 요리래요. 맛은 약간 시큼하며, 괜찮더라고요.

드디어 저의 김치가 선보였지요. 다들 김치 향에 매료된 듯한 표정으로 일본인들의 젓가락은 저의 김치로 막 향했어요. 그러면서 다들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냐고 깜짝 놀라면서, 김치를 팔아도 되겠다는 거에요. 몇 십분 안되어 김치는 동이 나고 말았어요. 다들 진짜 제가 만들었는지를 재차 물어보면서, 다소 맵지만 너무 맛있다는 거에요. 물을 막 들이키는 일본 여학생들부터, 김치 국물까지 떠 먹는 일본 남학생들까지 다들 제 김치 맛에 빠졌어요.


                             몇 일 푸욱~ 익혀서 가져간 배추 김치에요. 김치 익은 향이 진짜 강하더라고요. ㅎㅎ


제가 빵 터졌던 것은, 정원에서 김치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던 일본인 친구들이 갑자기 우연히 지나가던 일본인 여자 친구들에게 김치 맛을 보여 준 거에요 ㅋㅋ 그들은 밖에 서서 남은 김치 조각을 맛 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더 가지고 올껄~' 그런 아쉬움마저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지요.


                                         남은 것 조금하고 국물 뿐인데도, 먹겠다고 놔 두었어요.

         청남방 입은 일본 학생이 담장 넘어로 건네 준  김치를 일본 여학생들이 밖에서  맛보고 있는 모습이에요.       
     먼저 맛을 본 오른쪽 친구는 매운가 봐요. ㅋㅋ 입을 막네요. ㅎㅎ 그들도 김치 맛을 보고 아주 맛있었다고 했대요.

이제 전 일본 학생들에게 김치 잘 담그는 사람으로 제대로 인정 받았어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김치가 진짜 맛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무채를 만들다가 손에 상처가 나서 신랑이 비비기는 했지만,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든 김치에요. 울 신랑도 먹을 때마다 이번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항상 말을 해요. 어찌되었든, 일본인들이 이렇게 김치를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