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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여자들이 프로포즈를 받으면 펑펑 우는 이유를 알고 보니

by 영국품절녀 2011. 5. 16.

한창 "우리 결혼했어요"에 아이돌 멤버들만 나오다가, 간만에 현실에 가까운 박소현, 김원준 커플이 등장했지요. 아마도 둘 다 결혼 연령이 다소 지나서 그런지, 너무 잘 어울리는 둘이 "그냥 결혼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그런데, 어제 필리핀 세부에서 김원준이 "내 소현"을 부르며 프로포즈인지 뭔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지만, 사랑의 세레나네를 불러 주었고, 이에 감격받은 박소현은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어요.

 

 (출처: MBC)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만을 위한 노래를 불러준다면 

다들 저렇게 눈물을 글썽일 거에요.  

아는 분의 말을 들어보니, 영국 여자들이 가장 받고 싶은 것이 다름아닌 사랑하는 남자의 프로포즈라고 해요. 이건 딱히 영국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라면 한번 쯤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받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런데, 프로포즈를 받고 싶어하는 이유가 영국여자와 한국여자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영국에서는 현재  편모 혹은 편부가 약 45%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 동거에 의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해요. 아시다시피,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결혼보다는 동거만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영국에서는 잡센터 등록, 인구 조사 등등 필요시 husband/wife or partner 인지를 구분하도록 하더군요.


 

요즘  영국 남자들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만약 이혼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개털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에요. 영국에서는 이혼을 하게 되면, 남자가 위자료, 아이 양육비 등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부인에게 줘야 하거나, 부인이 아이 양육을 위해 경제 생활을 못하는 경우에는,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양육, 생활비 등을 다 부담해야 한대요. 그래서 영국 여자들은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면, '그러한 희생과 부담을 다 감수하면서도 나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 구나'라는 사실에 너무 감격해서 펑펑 운다고 합니다. 주위의 아는 사람들 중에도 나이가 상당히 있는 커플인데, 몇 년 동거 후에 이번 8월에 결혼을 할 것이라고 해서 전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또한 아는 분의 학부형은 8 년동안 동거를 했었는데, 이번에 자신의 연하의 동거인이 프로포즈를 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주변인들에게 자랑을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런게 바로 문화 차이인가 싶어요



 

한국도  남자들의 프로포즈를 받고, 눈물을 흘리거나, 감격스러워 하는 여자들이 있는 반면, 그 중의 어떤 사람들은 오래 사귀다보면 누가 뭐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결혼할 상대로 서로 생각하다가, 양가의 인사를 드리면 곧바로 결혼 준비에 착수하게 되면서, 프로포즈의 기회를 그냥 건너 뛰어버리기도 하지요. 과거보다는 동거를 하는 커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설사 동거를 하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혼인 신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헤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요. 영국은 결코 아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비율은 한국보다 훨씬 적을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편모, 편부가 그렇게 많을 이유가 없지요.


 

 

제가 신랑에게 했던 프로포즈~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영국에서 만나 서로 공부와 연애를 하다가 한국에 가자마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결혼 준비가 시작되어 버린거죠. 그러는 중에 신랑은 아직 학생이라 돈도 없고, 그렇다고 이벤트를 잘 해주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전 계속 "프로포즈를 언제 할꺼냐 안 하면 결혼 안 할꺼다" 그렇게 선전포고를 했지만, 신랑은 저에게 왜 꼭 남자만 프로포즈를 해야 하냐고 도리어 되묻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그 당시에 푹 빠져 있었던 '커피 프린스' 드라마를 보는 중에 아주 멋진 프로포즈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그 장면은 바로 채정안이 이선균에게 하는 프로포즈였지요.



전 드라마 16회를 다 보고나서, "그래, 까짓것 남자만 프로포즈 하라법 있냐!" 싶은 생각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저와 신랑이 연애 중 사랑의 메신저였던 싸이 비밀 방명록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2년 연애 기간동안 저희는 여행 및 학업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거나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서로의 싸이 방명록에 비밀 연애 편지를 쓰곤 했거든요. 그래서 전 프로포즈의 메신저 역시 싸이 방명록으로 결정하고, 싸이 방명록에 제가 결혼 전에 당부하고 싶은 말과 프로포즈를 함께 남겼지요. 그리고 전 신랑이 어떻게 반응할까 콩닥콩닥 뛰는 마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랑 결혼해 줄래?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리고 미안한데, 찬물에 손도 담그게 될꺼야.
대신 노력할께.
좋아한다는 맘 만으로 살기 힘들때 노력할께 더~~  
받아줄래? 



 

 

신랑은 그때 당시 저의 프로포즈를 읽고, 무척 감동했다고 해요. 남자만 프로포즈를 해야되냐? 라고 말하기는 했어도, 정작 저에게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줄까 걱정이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먼저 프로포즈를 해주니, 더 이상 프로포즈에 대한 걱정 안 해도 되죠, 프로포즈 받아서 좋죠, 아주 금상첨화였겠지요. 신랑은 "당시 같이 있었다면,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려주었을 텐데" 그러면서 수화기로 신랑의 감격의 찬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ㅎㅎ  

 

그냥 그렇게 저의 프로포즈로 부부가 되어서, 현재 신랑은 찬물에 매일 손을 담그며,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며 살고 있답니다. ^^ 그래도 오늘 박소현의 모습을 보며, 부럽긴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여자들은 남자들이 준비한 멋진 프로포즈 받고, 결혼하는 게 더욱 좋긴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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