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경악했던 것 중의 하나가 쓰레기 분리 수거였습니다. 제가 처음에 영국에 왔던 2005년에만 해도 병만 분리해서 버렸거든요. 실제로 서구 선진국 중에 영국의 쓰레기 재활용은 거의 후진국 수준이라고 합니다. 영국은 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평균 11% 이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 말이에요. (평균 유럽 및 북아메리카는 50~70%정도 수준)
당시 영국의 가정은 모든 쓰레기들을 검은 봉지 안에 한꺼번에 넣어 버렸었어요. 제가 홈스테이, 기숙사 등등 많은 곳에서 살아봤는데, 병을 제외한 나머지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는 집은 한 곳도 없었거든요. 특히 대학 기숙사에 사는 영국 젊은이들은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그냥 음식물, 일반, 종이, 플라스틱 등을 한꺼번에 검은 봉지에 넣어 쓰레기 통에 넣어버리곤 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한심하게 생각했지만, 저도 재활용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없어져 편하긴 했었지요.
흰색은 재활용 쓰레기, 보라색은 일반 쓰레기 봉투에요.
처음에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Bin이 집 앞에 없어, 난감해 하고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곳에 큰 쓰레기 통이 있어서, 한동안 그 곳에 쓰레기 봉투를 저녁에 몰래 버렸지요. 그런데, 영국에서 오래 사신 한국인 아줌마가 그렇게 남의 쓰레기통에 버리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엄청 내야 한다고 하시면서, 저희와 같은 사람들을 적발 해 내는 고발 프로그램도 있다고 막 겁을 주시는 거에요.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저희 집처럼 쓰레기 통이 없는 곳은, 카운실에서 정한 요일 별로 재활용 및 일반 쓰레기가 든 봉투를 대문 앞에 놓아두면, 아침 일찍 쓰레기 차가 싹 치워갑니다. (가끔 술 먹은 이상한(?) 젊은이들이 쓰레기 봉투를 차고 지나가서 완전 기겁한 적이 있어요)
집 앞에 이렇게 생긴 bin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데, 없는 곳은 카운실에 필요 시 요청하면, 집 위치와 상황에 맞게 bin을 보내주기도 한다고 해요.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문제는 재활용 쓰레기 치워가는 날짜에 일반 쓰레기를 내다 놓으면 안 치워갑니다. 또한 재활용 봉투에 일반 쓰레기가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치워가지 않고, 경고 노란 딱지를 붙이기도 합니다. 이런 재활용 쓰레기 시스템이 몇 몇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많이 귀찮은 일인가 봅니다. 저희 집 앞 영국 사람들이나, 전에 옆 플랏의 중국인들은 자꾸 규정을 어겨서 치워가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이들은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자꾸 음식물 또는 재활용이 안 되는 것들을 넣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더군다나, 치워가지 않는 쓰레기들을 집 안으로 가져가지도 않고 계속 문 앞에 방치해 놓는 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통행의 불편함을 주거나, 환경 미화뿐 아니라 위생에도 안 좋거든요. 왜 이리 매너들이 없는지요. 또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여전히 낮고요. 특히 어린 학생들이 사는 집은 재활용도 하지 않고, 검은 비닐안에 각 종 쓰레기들을 버리는 경향이 크다고 하네요.
쓰레기 차가 치워가지 않아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는 재활용 쓰레기들입니다.
또 하나, 병은 치워가지 않는 대신, 따로 버리는 장소가 동네마다 설치되어 있어요. 특이한 것은 영국에서는 수거된 병을 다 깨버린다는 거에요. (제 경험상으로는요) 제가 2005년 기숙사에서 병을 수거하러 온 아저씨들이 모든 병을 깨서 가져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고요.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도 세인즈 베리 근처에 병을 깨는 곳이 있어요. 아는 한국인 아줌마가 스트레스가 쌓일 때에는 그곳에 병을 들고 가서 병들을 막 던지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고 하더군요. 아직 저는 가 본 적이 없어, 저의 뒷 마당에는 수십개의 병이 굴러 다니고 있네요. 저도 조만간 집에 모아둔 많은 유리병을 가지고, 스트레스 한방에 날리고 오겠습니다. ㅋㅋ
현재 영국은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고 있어, 쓰레기 재활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점점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 제도가 나아지리라 생각되지만, 더욱 더 많은 영국 사람들이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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