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활이 늘어날수록, 영국인들의 독특한 행동 양식을 습득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몇 가지 제시해 보겠습니다.
영국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 서로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문화가 참 좋습니다. 상대방의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아주 멋진 남자가 지나가길래 쳐다보았더니 저에게 “Good morning”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겁니다. 별 뜻 없이 저에게 아침 인사를 했겠지만, 저는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물론 잘생긴 젊은 남자의 인사가 더욱 좋았지만요. ^^)이런 문화에 적응된 제가, 이번에 한국에 갔다가 저도 모르게 영국에서 하던 버릇을 저도 모르게 하는 거지요. 지하철에서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길래 저도 모르게 미소를 싹~지었더니 상대방이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획~ 돌리는거에요. . 저는 상대방의 태도보다는 미소를 지은 저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
이런 영국 남자가 미소 지어주면 진짜 기분 좋겠지요? (출처: http://www.people.com)
영국인들 뿐 아니라 유럽인들은 친하거나 아는 사이인 경우에는 허그를 하거나 서로의 뺨에 뽀뽀를 합니다. 특히 여자들이 선호하는 인사라고 볼 수 있지요. 저도 모임이나 교회에서 만나는 영국 아줌마 및 유럽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저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안아 줍니다. 이 때 뺨에 하는 뽀뽀는 거의 air-kiss라고 볼 수 있겠어요. 간혹 영국 할머니들 중에는 뺨에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진한 뽀뽀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pics on Sodahead
Hug & Kisses (출처: http://www.sodahead.com)
처음에는 허그 및 키스하는 인사가 참 낯설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울 신랑은 유럽 여자 친구들(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만날 때 꽉 껴안으면서 인사를 해주면 말로는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얼굴 표정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라고요. (하여간 남자들이란….) 전에 중국 친구의 남편은 영국 여자 친구가 허그를 하려고 하니깐 깜짝 놀라서 도망을 가더라고요. ㅎㅎ (아마도 처음이라서 그랬을 거에요.)
역시 이번 한국 방문 시 시댁에 가자마자 저희 시어머니, 시할머니를 뵙자마자 저도 모르게 바로 허그 인사를 했답니다. 이제는 아는 사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상대방을 막 안으려고 하네요.
영국인들은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들의 문화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대로 앞에서 말하는 법이 없고, 비판을 해도 뒤에서 합니다. 제가 어떤 책을 보니, 영국에서 누군가 새치기를 했을 때 영국인들은 왜 새치기를 하냐라는 말을 하는 법이 절대 없다고 해요. 그냥 뒤통수가 따갑도록 쳐다보기만 한다고 해요. 그리고 집에 가서 심하게 욕을 한다고 합니다.
영국 아줌마들과 일을 하다 보면, 그들의 포커 페이스 얼굴에 가끔 심하게 놀라기도 합니다. 꼭 영국인이 아니라도 앞과 뒤가 분명 다른 사람들이 많겠지만요, 영국인들은 너무 뚜렷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영국인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다르긴 합니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고 웃으면서 넘기곤 하지만, 뒤돌아서는 너무 심하게 욕을 하거나 씹는 모습에 가끔은 무서워질 때가 있거든요.
저는 아직은 영국인들처럼 포커페이스 하는 것이 좀 어렵지만, 영국 아줌마들과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 동생도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얼굴 표정과 말에 다 드러냈는데, 영국인들과 일을 하다보니 자신이 어느새 생각과 다른 얼굴 표정과 말을 하고 있더래요.
지나친 포커페이스라고 볼 수 있나요? (출처: 구글 이미지)
영국인들 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반응이 참 크고 다이내믹하지요. 미국, 캐나다인들에 비해서는 영국인의 반응이 그나마 작다고 볼 수 있겠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크게 대단하지도 않은 것에 얼마나 다양한 형용사를 사용해서 말을 하는 지요. 대충 lovely, brilliant, terrific, beautiful 등등
그런데 저도 이제는 그들처럼 별 것 아닌 것에도 약간 오버하는 표정 및 단어를 사용합니다. 솔직히 마음 속으로 우러나서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그러니깐 저도 그들의 반응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앞에서 나열한 행동들을 하는 저를 보면서, 이제 나도 현지인? 이라는 다소 황당한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분명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영국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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