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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신랑의 영국산 닭곰탕으로 설 명절의 아쉬움 떨쳐

by 영국품절녀 201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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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은 본격적으로 설 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전에 살던 브리스톨에서는 한인이 많아 학교 건물을 빌려 설날 행사를 크게 가졌었는데요, 캔터베리는 한인 비율이 낮기 때문에 설날 행사는 거의 없어요. 물론 주변에 친한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설 음식을 해 먹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요. 명절이 되면 해외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가족들, 명절 음식 등등이 눈에 선하지요. 인터넷 기사 사진에 보이는 설을 준비하는 재래시장, 귀성객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조용한 영국 시골 마을인 캔터베리이지만 중국인 혹은 중국계 동남아시아 학생들은 많은 편이라 그들 나름대로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것 같습니다. 작년 설날에는 저희 집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초대해 좀 크게 설날 음식을 나누었지만 올해는 그저 조용히 지나갈 것 같습니다. 그냥 당일 날 떡국이나 끓여서 가까운 친구 일부와 함께 먹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설날 분위기는 내고 싶지만 새 학기가 지난 주부터 시작된 터라 다들 바쁜 것도 한 이유가 되겠네요.

설날 잔치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 주에 저희 집에서 새해 파티를 했었어요. 저와 동갑인 박사과정 친구와 신랑의 학교 후배, 이렇게 네 명이서 새해 음식을 나누었지요.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지난 번 한국에 있을 때 맛있게 먹었던 "닭 한마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이런 저런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저의 귀차니즘이 발동하려던 차였어요. 이럴 때 저를 구해준 것이 울 신랑입니다.

울 신랑은 손 많이 가는 "닭 한마리" 보다 차라리 "닭곰탕"을 하자고 했어요.
저도 오랜만에 신랑의 요리솜씨를 볼 수 있어 기대가 되었지요.


집 근처에 있는 웨이트 로즈에 가서 닭고기와 이런 저런 재료들을 샀습니다.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 순무(Turnip)도 샀어요. 스웨이드도 괜찮기는 하지만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서는 순무가 나은 것 같아요.



저는 닭을 씻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신랑은 닭 껍질을 벗기고 삶아야 기름이 덜 나온다고 하더군요.
껍질 벗긴 닭이 꼭 사람 엉덩이 같지 않나요?

이제 울 신랑의 폭풍 닭 손질이 시작됩니다.
짜잔~~



손질한 닭 한마리가 물에 동동~ 떠 있어요.



                   닭 이외에 국물을 내기 위해 순무, 파, 마늘 한통, 생강을 넣었습니다.  


아~ 대추도 넣었네요. 예전에 한국에서 올 때 많이 가져와서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삶다 보면 하얀 닭 육수가 나오게 됩니다. 끓이는 중간에 젓가락 등으로 찔러 보면서 잘 삶아졌는지 확인 하시면 됩니다.

       
       닭이 익고, 육수가 충분히 우려 나왔다고 판단되면, 닭을 건져서 찬물에 씻고, 살을 발라 냅니다.


모든 건더기를 걷어낸 닭 육수 입니다. 웨이트 로즈 닭고기가 워낙 좋기도 하거니와, 삶기 전에 손질도 해 놓아서 따로 기름을 걷어낼 것도 거의 없이 깨끗했어요.

        닭곰탕에는 다대기가 빠질 수 없지요. 
       닭 육수와 고추가루, 마늘, 간장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신랑이 만들어준 영국산 닭곰탕 상 차림

제가 이번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바리바리 싸들고 온 시어머니표 김치와 절인고추를 반찬으로 내 놓았습니다. 저는 신랑이 끓여준 닭곰탕과 시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반찬까지 먹을 수 있어 그나마 명절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람에 속상하게 사진이 조금 흐리게 나왔네요. 

조금 식힌 밥에 육수를 붓고, 파와 고추 다대기를 넣었습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과 후추도 첨가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날 함께 신랑표 닭곰탕의 맛을 본 한국 친구와 후배는 행복한 표정으로 폭풍 식사를 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울 신랑의 음식을 맛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해외에서 보내야하는 설 명절의 아쉬움 떨쳐낼 만 한가요?
어디에 계시든지, 즐겁게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