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잔치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 주에 저희 집에서 새해 파티를 했었어요. 저와 동갑인 박사과정 친구와 신랑의 학교 후배, 이렇게 네 명이서 새해 음식을 나누었지요.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지난 번 한국에 있을 때 맛있게 먹었던 "닭 한마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이런 저런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저의 귀차니즘이 발동하려던 차였어요. 이럴 때 저를 구해준 것이 울 신랑입니다.
울 신랑은 손 많이 가는 "닭 한마리" 보다 차라리 "닭곰탕"을 하자고 했어요.
저도 오랜만에 신랑의 요리솜씨를 볼 수 있어 기대가 되었지요.
집 근처에 있는 웨이트 로즈에 가서 닭고기와 이런 저런 재료들을 샀습니다.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 순무(Turnip)도 샀어요. 스웨이드도 괜찮기는 하지만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서는 순무가 나은 것 같아요.
저는 닭을 씻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신랑은 닭 껍질을 벗기고 삶아야 기름이 덜 나온다고 하더군요.
껍질 벗긴 닭이 꼭 사람 엉덩이 같지 않나요?
이제 울 신랑의 폭풍 닭 손질이 시작됩니다.
짜잔~~
손질한 닭 한마리가 물에 동동~ 떠 있어요.
닭 이외에 국물을 내기 위해 순무, 파, 마늘 한통, 생강을 넣었습니다.
아~ 대추도 넣었네요. 예전에 한국에서 올 때 많이 가져와서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삶다 보면 하얀 닭 육수가 나오게 됩니다. 끓이는 중간에 젓가락 등으로 찔러 보면서 잘 삶아졌는지 확인 하시면 됩니다.
닭이 익고, 육수가 충분히 우려 나왔다고 판단되면, 닭을 건져서 찬물에 씻고, 살을 발라 냅니다.
모든 건더기를 걷어낸 닭 육수 입니다. 웨이트 로즈 닭고기가 워낙 좋기도 하거니와, 삶기 전에 손질도 해 놓아서 따로 기름을 걷어낼 것도 거의 없이 깨끗했어요.
닭곰탕에는 다대기가 빠질 수 없지요.
닭 육수와 고추가루, 마늘, 간장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신랑이 만들어준 영국산 닭곰탕 상 차림
제가 이번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바리바리 싸들고 온 시어머니표 김치와 절인고추를 반찬으로 내 놓았습니다. 저는 신랑이 끓여준 닭곰탕과 시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반찬까지 먹을 수 있어 그나마 명절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조금 식힌 밥에 육수를 붓고, 파와 고추 다대기를 넣었습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과 후추도 첨가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날 함께 신랑표 닭곰탕의 맛을 본 한국 친구와 후배는 행복한 표정으로 폭풍 식사를 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울 신랑의 음식을 맛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해외에서 보내야하는 설 명절의 아쉬움 떨쳐낼 만 한가요?
어디에 계시든지, 즐겁게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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