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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유학생 부부의 한식 레서피

내 생애 첫 김치를 영국에서 담게 되다니

by 영국품절녀 2011. 6. 14.


결혼 3년 차 주부이지만, 워낙 요리에 관심이 없어 김치를 제가 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살았어요. 영국에 오니, 김치는 그립고,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김치는 받기가 무섭게 동이 나지요. 그러다가 울 신랑이 워낙 김치를 잘 담그니, 전 옆에서 조금 거들뿐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는 통 관심이 없고, 결과물인 김치 맛보기에만 열중했었지요. 그러다가 신랑이 최근에 너무 바빠서 제가 모든 요리에 책임을 지게 되었어요. 언제 김치를 먹었는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요즘, Tesco에서 배추가 반 값 세일로 55p에 팔길래 얼른 8개를 사왔지요.

 

바쁜 신랑에게 김치을 담가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배추를 그냥 놔두고 있자니, 말라 버릴까 걱정이 되었어요. 안되겠다 싶어, 이번 기회에 내 생애 첫 김치를 담가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배추를 잘라 소금에 절였어요. 여기 배추 크기는 한국의 배추 한 포기의 약 1/4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냥 먹기 좋게 잘라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편리해요.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 약 5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어요.

 

다음은 김치 속에 들어갈 무로는 스웨이드를 선택했습니다. 한국 무처럼 생긴 것을 캔터베리에서 구하기가 다소 힘들어서요. 스웨이드는 딱딱해 자르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참 맛있답니다. 이번에 전 스웨이드 한 개를 몽땅 채로 썰어서 넣었어요.

 


                              스웨이드를 한 개 다 채 썰어 놓은 거에요. 팔이 무척 아프답니다.

 

다음으로는 김장 속을 만드는 일이에요. 전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수고스럽지만, 양파, 생강, 마늘, 매운 빨간 고추를 다 갈아 넣었어요.

 

 

 

스웨이드, 양파, 매운 빨간 고추, 생강, 마늘을 넣은 모습이에요. 여기에 파와 찹쌀 죽, 매실 엑기스, 설탕 조금, 새우젓, 액 젓(Fish sauce)을 듬뿍 넣어 비비면 됩니다. 전 양파를 갈다가 손에 상처가 나서, 신랑이 대신 비볐습니다.

 

                                          울 신랑이 김치 속 재료와 배추를 섞는 모습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졌어요. 먹음직스러워 보이나요? ㅎㅎ

 



       김치을 담근 날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돼지고기 수육이지요
. 전 김치을 담그고, 신랑은 옆에서 고기를 삶았지요.

 

                                                      양파와 삶은 돼지고기 (rasher)

 

                     신랑이 만들어준 새우젓 양념장과 함께 먹는 돼지고기에요. 진짜 맛있었어요. ㅎㅎ

 


          배추
8포기를 담았는데, 3통밖에 나오질 않았어요. 이제 당분간 김치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생애 첫 김치는 신랑의 계속되는 잔소리와 가르침으로 인해
, 성공을 했지요. 다음 번에는 신랑 없이 저 혼자도 척척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김치 담그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주변의 일본, 중국 친구들이 울 신랑이 담근 김치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이번에 제 김치는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일본인들에게 선보였다가 국물까지 마신 대박 났지요.
이번 기회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요리를 안해 봐서 못하는 게 아닐까요? 

여하튼  제 생애 첫 김치는 성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