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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북한 국기 해프닝, 영국인의 격한 반응에 놀라

by 영국품절녀 2012. 7. 27.



 

 

영국 품절남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 오늘입니다. 어제 한국 대 멕시코 축구 경기 다들 보셨는지요?  다들 그러셨겠지만, 한 골이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어요. 한국 선수들 참 잘했는데요. 왜 이리 골이 안 터지는지 경기 내내 너무 답답했답니다. 아직 두 경기 남았으니 태극 전사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여자 축구 경기에 해프닝이 있었지요. 한국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북한과 콜롬비아 여자 축구 경기에 앞서 북한 선수 소개를 할 때, 북한의 인공기가 아닌 한국의 태극기가 전광판에 나와 북한 측이 경기를 보이콧하여 1시간 정도 가까이 경기가 지연되었다고 합니다.

 

 

 

  올림픽 축구 경기 주최측에 항의하는 북한 팀 관계자 (출처: BBC)

 

 

 

실제로 국가가 경기 시상대 (혹은 경기 전) 에 잘 못 나오거나, 국기가 다른 경우가 사실 종종 있었습니다.

지난 독일 월드컵 때로 기억하는데, 한국 대표의 상대팀 국가가 나올 차례에 한국 국가가 2번 나온 적도 있었고요. 심지어 외교 무대에서도 국가가 잘 못 나오는 일도 아예 없지는 않지요. 예전에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미국측에서 중국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을 대만 (Republic of China)으로 잘못 호명하고, 국가도 대만 국가가 나왔던 적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러한 해프닝은 국제 운동경기나 외교무대에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고는 합니다. 사실 이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기는 하네요.

 

 

사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말씀은 일전에 드렸는데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평상시에는 학교 연구실에서 줄곧 있다가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쉬다가, 1~2장 정도 (그것도 억지로) 보다가 취침을 합니다. 집에서 인터넷을 안 하니 자는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긴 하네요. 그래서 북한 경기에서 그런 해프닝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BBC에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여지 없이 저의 휴대폰 벨은 시간 관계없이 울립니다. 바로 저의 영국인 지도 교수님이신데요.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 (그래도 나름대로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였으니까 직책을 붙여줍시다) 이 사망했을 때에도 새벽같이 전화하시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저녁 10시 반이 지난 시간에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흥분하십니다.

 

영국 주최측이 너무 무지한 것 아니냐?”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일을 왜 그딴 식으로 처리하냐?”

개막식이 시작하기도 전인데 어쩌려고 그러냐?”

 

 교수님이 너무 흥분하시는데, 갑작스레 듣는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와서 컴퓨터를 켜 보니 북한 축구 경기 국기 해프닝은 BBC를 비롯한 영국의 언론의 1면을 장식했더군요. 영국인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어서 BBC 북한 국기와 관련 기사에만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남겨져 있을 정도고요. 런던 무료 신문 메트로의 1면 역시 이 사건 관련 기사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려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글들입니다.

 

말도 안 된다. 전혀 다른 국기 모양인데 어떻게 헷갈릴 수 있을까?

창피하다. 올림픽 시작부터 왜 이러냐출발이 좋지 않다..

4년 동안 준비한게 이 모양이라니...

 

 

대부분 댓글에는 “embarrassing mistake” 라는 표현이 눈에 자주 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만난 영국인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이번 국기 해프닝과 북한 팀의 항의에 관한 것이었답니다. 영국인 가족과 함께 사는 한국인들은 오늘 아침 인사가 북한 관련 뉴스였다고 하니까요. 또 어떤 한국인 학생은 어학원에 갔더니 선생님이 "북한이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면서…… 그들이 그 경기에서 졌다면 아마도 무슨 일 냈을 것" 이라고 했다고까지 하더랍니다.

 

당시 축구 경기를 담당했던 글라스고 준비위는 북한 팀과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사과도 했고, 경기도 북한측의 승리로 끝나 더 이상 논란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북한 팀은 솔직히 당황하고 불쾌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반응하는 영국인들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 못지 않게 영국인들도 무척 당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인들에게 60년 이상을 기다려온 올림픽입니다. 영국으로서는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진행을 통해 경제와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키려고 하던 찰나에 이런  말도 안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제가 작년에 가르쳤던 영국 학생도 며칠 전 대화 중에 테러사건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무척 조바심을 내더군요. 아무쪼록 더 이상 이런 해프닝 - 혹은 외교적 결례 - 이 없이 평화와 화합 속에 즐거운 올림픽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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