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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신랑의 팔 베게, 숨겨진 꼼수가 있을 줄이야

by 영국품절녀 2012. 5. 20.



오늘은 저와 신랑의 알콩달콩 생활기 중 한 사연을 들려 드릴까 합니다.

신혼 초부터 신랑은 잘 때마다 매일 저에게 팔 베게를 해 주었답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해 주긴 합니다. 신혼 초에는 팔 베게를 하면 잠이 스르륵 잘 왔었는데, 이제는 신랑의 팔베게가 좀 불편하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팔 베게를 해 주는 입장에서 보면, 밤새 무거운(?) 아내의 머리 무게 때문에 팔이 아프잖아요. 또 잘 때 팔 베게로 인해 움직이지도 못하니 잠자리가 편하지도 않고요. 가끔은 신랑도 저에게 팔베게를 해 달라고 저희 품으로 쏙~ 들어오곤 하는데 전 팔이 아파서 몇 분도 못 해주겠더라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랑은 신혼 초에 매일같이 팔베게를 저에게 주었으니 생각만 해도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어요. 

 

                                 신혼 초에 특히 신랑이 팔 베게를 많이 해 준다고 해요.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신랑이 아내에게 팔 베게를 해 주고는 밤새 팔이 저려 코에 침을 막 묻히는 등 그런 웃지 못할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요. 울 신랑은 단 한번도 저에게 팔이 저리다느니 그런 말 한마디 안하고 매일 팔 베게를 해줬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아내: (하트가 가득한 눈으로) 신랑이 나에게 밤새 팔 베게를 해 주고도 팔이 안 아픈 걸 보면, 이건 아마도 사랑의 힘인 것 같아~~

남편: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 그거 너 잠 들면 팔 뺐다가 새벽에 다시 팔 베게 해주는 거야..

아내: 허걱~ 이런 꼼수가 있었다니....  말도 안돼~~~~~ 사랑의 힘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저는 전혀 예상치 않은 대답을 신랑으로부터 듣게 되었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의 힘이 아닌 울 신랑의 현명한(?) 팔 베게 방식이었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울 신랑의 팔 베게 꼼수가 통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요즘은 신혼 초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팔 베게를 해 줍니다. 그러면 저는 잠시 팔 베게를 하고 있다가 잠이 좀 올 것 같으면 신랑의 팔에서 벗어나 베게로 저의 머리를 옮기곤 한답니다. 왜냐하면 잠은 어떤 방해없이 서로 편하게 자야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참고로, 팔 베게가 부부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요. 척추 질환, 요통, 목 디스크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특히 신혼 부부의 경우 신혼 여행 중 신랑의 팔에 마비가 오는 증세를 "신혼 여행 마비"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팔 베게는 잠깐만 하시고요, 잠은 서로 마주보고 자는 것보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니 알아 두시길 바랍니다.

                                                                                 (출처: 강남 베드로 병원 블로그 참조)

 

최근 몇 달 동안 신랑과 저는 할 일이 많아지면서 밤이 되면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곤 했어요. 그렇다 보니 저는 신랑의 팔 베게를 하고 곧바로 잠이 들어 버리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신랑도 저에게 팔 베게를 해주고는 금방 골아떨어지는 거에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저는 여전히 신랑의 팔 베게를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신랑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팔 베게를 하고 무의식적으로 밤새 쭈욱~ 잔 것이지요.

 

나 요즘 아침마다 왜 이리 팔이 아프지??? 

 

울 신랑은 신혼 초에 했던 팔 베게 꼼수를 피곤함으로 인해 더 이상 할 수 없었나 봅니다. 신랑이 아침마다 팔이 아프다고 하니까 제가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역시 사랑의 힘으로 팔의 아픔까지 없애기란  불가능한가 봅니다. ^^; 그래서 요즘에는 자기 전에 팔 베게 약 몇 분만 하고 바로 저의 베게로 돌아오지요. 논문 쓰는 신랑에게 팔은 무척 중요한 부위인데, 저의 무거운 머리로 인해 아프면 안 되니까요. 또한 서로의 건강에 안 좋기도 하고요.

 

             신랑의 팔 베게 없이는 절대 잠을 못 잔다 하시는 아내 분들은 이런 베게를 사용하심이.... 

                                                      (출처: 구글 이미지)

 

블로그 글을 쓰면서, 저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 부부 생활을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신랑은 자꾸 이런 글을 보면 손발 오그라드는 기분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항상 제 옆에서 블로그의 소재가 되어 주는 울 신랑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참, 오늘이 신랑 생일이거든요. 

신랑, 태어나줘서 고맙고, 항상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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