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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인처럼 더치 페이로 결혼한 한국 유학생 부부

by 영국품절녀 2012. 5. 2.



한국인의 허례허식 중의 하나인 결혼식 문화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닐 정도로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제 주변만 봐도 결혼 준비를 하다가 혼수, 예물 문제로 혼인이 깨지는 일이 허다하고요. 또한 깨지지는 않았지만, 결혼 전에 양가 부모님의 혼수, 예물 등의 의견 조율 및 미래 배우자와의 의견 충돌로 울고 불고 하는 친구들도 많았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적 형편도 안 되는 사람들이 무조건 호텔 결혼식, 호화 예물 및 신혼 여행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돈으로도 아닌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대부분이지요.) 

 

            자기 분수보다 결혼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는 한국 미혼 남녀  (출처: 구글 이미지)

 

저희 부부는 당시 돈벌이를 못하는 학생들이었기에, 검소하고 간단하게 결혼식을 하기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혼수, 폐백, 예물 생략 그리고 본식 비용, 스튜디오 사진 촬영, 한복 구입, 신혼 여행 등 결혼식 비용을  5:5로 딱 더치 페이를 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신랑은 집을 구할 돈이 없었으므로, 그냥 저희는 시댁으로 몸만 들어가기로 했어요. (사실 결혼 후에 신랑의 학업으로 인해 영국으로 다시 나올 계획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예상치 않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체가 되어 시댁에서 살게 되었지만요.하지만, 저희들의 결정을 이해 못하시는 양가 부모님들을 설득하느라 결혼 전에 힘든 고비가 있긴 했어요. (한국의 결혼은 단지 신랑 신부 당사자만의 결합보다도 양가 부모님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따라서 준비 과정에 있어서도 부모와의 마찰이 어느 정도는 따르기 마련이에요.)

그렇게 간단하게 결혼식을 하기로 했던 저희는 크게 준비할 일도 없었지요. 한국은 결혼식 패키지가 있어 편하잖아요. 저희는 스튜디오 촬영만 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하객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저희 양가 부모님들은 돈을 버셨다는 후문) 우리의 분수에 맞게 신혼 여행도 남들이 가는 그런 호화 허니문이 아닌 정말 저렴하게 자유 여행으로 도쿄 3박 4일로 갔다 왔고요. 그래서 저희 둘은 결혼식 비용, 신혼 여행까지 다 해서 500만원으로 모든 것을 끝냈습니다. (그래도 시어머니께서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꼭 받아야 한다고 준비해 주셨고요. 첫 생일에는 순금 가락 반지 한쌍을 선물로 받았어요. 저희 엄마는 신랑에게 양복 한 벌, 시할머니께는 이불을 드렸답니다.)

 

결혼식 비용 때문에 저희가 큰 빚을 안 지고, 양가 부모님들에게 부담도 안 드리고 검소하게 결혼식을 올린 것이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지금 행복하게 둘이 알콩달콩 잘 살고 있으니까요. 아직 4년차이지만,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다들 저희 부부를 보면 신혼 부부같다고 하시니, 저희 부부에게 아직도 깨소금 냄새가 나는 가 봅니다. 저희는 아직 집도 없고 매 달 비싼 영국 집 월세를 내고 있으며 남들 다 있는 차도 없지만 그저 행복합니다. ^^ (울 신랑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돈 없다고 구박 하지 않는 아내인 저에게 보배라고 한 답니다. 저도 돈 없긴 마찬가지인데 왜 남자에게만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하나요.)

 

영국에 와서 제가 직접 결혼식도 가 보고, 주변에 결혼한 영국인 젊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국은 결혼 전 동거하는 커플들이 증가하면서 굳이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사는 부부같은 사람들이 많긴 해요. 비록 그들은 결혼식은 그저 관례적인 행사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혼식을 할 때에는  "실리적이고 검소하게" 한답니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보통 결혼식을 교회, 성당에서 합니다만,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귀족 가문 및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 정원, 성, 야드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력이 다르듯이 개인차가 있습니다. 이번에 결혼한 울 신랑 친구인 미국인은 영국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정말 가족, 친지만 모여서 아주 단촐하게 결혼식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남자가 현재 학기 중이라 신혼 여행도 안 가기로 했다고 하네요. 이에 반해 아는 분의 경우에는 딸 결혼식을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했는데, 본식 비용만 1억 +@ 였다고 하니, 피로연 등까지 합하면 억~소리 나게 비용이 들었을 거에요.

 

참고로, 영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결혼식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결혼식 비용 자체가 좀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본식 이외에 피로연도 따로 있거든요. 그래서 하객의 수, 장소, 음식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영국인 결혼식 평균 비용은 3천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네요. (물가 상승률로 인해 점점 비용이 높아져서 결혼식 비용을 부모들이 경제력이 되는 경우에는 분담해 주기도 한다고 해요.)

 

원래 영국의 전통 결혼식에서는 신부 아버지가 결혼식 비용을 거의 부담했지만, 현재는 실리적으로 바뀌어 신랑 신부가 혼수 비용의 절반씩을 각각 부담한다고 합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예단 개념은 없고 결혼식에서도 선물 및 기프트 카드 등을 하객들로부터 받으므로, 실제 현금을 주고 받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집도 공동 명의로 하며, 함께 비용 분담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신랑 신부 중 부자인 경우에는 아예 부모가 집을 구입해 주거나 혹은 미리 유산으로 받기도 한다네요. 

 

결혼식 비용도 남녀를 떠나서 경제력이 좋은 사람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기도 한다고 해요. 역시 남녀 평등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요? 무조건 남자라고 해서 더 많이 내야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력에 따라 결혼 비용을 더 부담한다고 하니 참 합리적인 것 같아요. 제 주변의 영국 젊은이들을 보면 경제력이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호화스럽게 결혼식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 여자들 曰 "당연히 남자가 집을 해 와야지" 반응에 한국 남자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기도 하겠어요. 

(출처: kbs)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은 "남자는 무조건 집 장만", "여자는 혼수, 각종 예단" 그런 관습이 없어져야 우리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전히 일부 부모들은 미래의 사위와 며느리에게 아주 몰상식하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마음에 안 들면 부모가 나서서 자녀의 혼사를 깨버리거나 나중에는 이혼까지도 불사합니다. 또한 일부 한국의 미혼 남녀들도 마찬가지로 "결혼은 재테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하면서 '내가 받아야 할 것, 앞으로 상대방의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온통 관심사인 것 같아요. 거기다가 이것 저것 받았다면서 과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좀 천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라고요.~~~  (출처: KBS 1)

 

신촌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나온 친구가 그러더군요. "왜 학력이 높은 여자일수록 더욱 그런 허례허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주변에 신촌에서 대학을 나온 그녀들은 한결같이 "자신은 결혼식을 어디서 하는지, 결혼할 때 남자에게 무엇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얼마나 과시를 하는지..또한 그것을 들으면서 부러워하는 그녀의 친구 및 여자 선후배들의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고 했어요.

이제는 결코 여자에게만 해당되진 않아요. 한국 남자들도 이제는 여자의 직업 및 재력을 고려해서 배우자를 찾습니다. 특히 집이 부유하거나 고연봉 직업이거나 "~사" 들어가게 되는 경우에는 처가로부터 엄청나게 혼수 및 예물을 원하잖아요. 특히 그 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 주변에도 "~사" 자 들어가는 사람과 결혼하려다가 상대방 부모가 예물을 상당히 심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그만 두기로 했다더군요. 또한 연봉이 높은 남자들도 이제는 여자의 재력을 얼마나 따지는지요, 펀드 매니저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전에는 소개팅을 받을 때 여자의 외모에 대해서만 물어봤는데, 이제는 "외모 +  재력"까지 함께 물어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라와 관습에 따라 분명 결혼식 문화는 다르며,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라고는 판단할 수 없어요. 다만, 한국은 너무 남에게 보여주기에 급급한 결혼식 문화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가 상당히 걱정스러워요. 또한 빚을 지면서까지 혹은 부모들의 노후 자금에 손을 대면서까지 분수에 맞지 않는 혼수, 예단(예물), 호화 결혼식을 굳이 해야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남들도 그렇게 하는데, 원래 그런 것이니"라는 이유가 아닌 진정한 결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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