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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에서 만난 재일 한국인, 왜 가슴이 울컥

by 영국품절녀 2012. 6. 9.



저는 신랑과 함께 매 주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금쪽같은 주말이지만, 이 한 몸 불살라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매 주 토요일에는 이를 악물고 일하러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토요일 아침에는 좀 더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긴 하지만, 하루 일당을 생각하면 신랑과 저는 바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게 된답니다. ^^

몇 주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 여대생을 봤습니다. 그녀는 일본인들과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영어 역시 거의 원어민 수준이었습니다. 생김새도 약간 일본인하고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리고는 몇 시간 뒤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그녀: Where are you from?

나: South Korea

그녀: 어머나~~ 한국인이세요? 저 재일교포에요.

나: 어...그렇구나.... 반가워요....

그녀: 제 이름은 OOO에요.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더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그녀가 일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일본인처럼은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저의 촉이 맞은 것이지요. 그녀는 재일 교포 3세이고요. 현재 부모님은 일본 오사카에서 사시고, 그녀는 조선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어요. 또한 집에서도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이 한국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국어도 안 잊어 버리고 할 수 있었다고 해요. 거기다가 그녀가 지금까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었어요. 그녀는 초등학교(조선학교)를 마치자마자, 영국으로 유학을 와 중 고등학교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재일교포에 대해서 정확하게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재일교포들의 국적 때문에 오해가 생기곤 하는데요. 재일 교포들은 크게 대한민국 국적자, 북한 국적자, 그리고 조선국적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일교포를 아예 일본사람 - 일본국적자 - 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 알고 계신 것으로, 쉽게 이해하자면 일본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교포들도 많지요. 그 중 일부는 귀화는 했으되 자신이 한국계임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일본 제일의 부자 손정의씨나 일본 축구 대표인 이충성 선수가 이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조선국적자인데요.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싸우는 조국이 싫어, 일본에 강제병합되기 전의 국가인 "조선"을 자신의 국적으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정대세 선수의 어머니가 그런 경우인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여학생은 대한민국 국적자입니다. 다만 부모가 일본학교를 보내기 싫어 민족(조선)학교를 보낸 경우인데, 예전과 달리 이 곳 민족학교에서도 더이상 주체사상과 같은 것을 가르치지는 않아서 대한민국 국적자인 교포들도 민족학교에 많이 보낸답니다.

 

                                      민족학교 여학생 교복    (출처: 동아일보)

 

그녀는 제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반가웠던지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 저는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어요. 갑자기 월드컵 경기에 앞서 정대세가 감격에 차서 우는 얼굴이 떠올랐거든요. 정대세도 재일 교포지만 조국 - 물론 이 친구가 생각하는 조국은 윗 동네이지만요 - 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이 아이도  똑같더라고요. 자신의 아빠는 비지니스차 일년에도 수십번씩 한국을 방문하시고, 엄마는 일본에서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보신다고 했어요. 자신도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면서, 갑자기 카라의 노래를 부르면 춤을 막 추더라고요.

 

                     일본 언론은 정대세의 눈물은 재일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제가 나중에 우리 집에 놀러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니 저 떡볶이 먹고 싶어요" 하더군요. 자신은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마다 런던에 가서 한국 음식을 왕창 먹고 온다면서요. 거기다가 영국인 남자친구도 자기 때문에 카라를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며, 같이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같은 민족끼리는 만나기만 해도 스스럼없이 빠른 속도로 친해지곤 합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이번에 제가 만난 재일 교포인 여대생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어쩌면 재일 교포라는 이유로 저는 그녀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제 친척 중 일부도 재일교포거든요. 그 분들이 한국에 오실 때마다 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이런 이유도 있어 더욱 울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제가 그녀에게 그리운 조국인 한국을 대표해서 맛있는 한국 음식도 해 주고, 한국어로 이야기도 자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지금까지 재영교포들은 많이 만났어도 이런 찡한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재일교포는 왠지 남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아마도 일본이라는 나라로 인해 힘들게 살아 온 재일 한국인의 역사 때문이겠네요. 아무리 과거 청산이라고 부르짖어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대할 때 한국인이라면 감정적으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 것,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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