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한국 인터넷 뉴스를 통해 ‘달인 김병만’을 인터뷰한 것을 봤습니다. 인터뷰 기사 중에 ‘어느 식당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밥을 먹던 주한 미군들이 알아 보고 인사를 건 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외국인이 보기에도 김병만씨가 하는 ‘달인’ 코너는 인상이 깊은 가 봐요. 하긴 이 달인 코너는 특별히 한국어를 몰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하는 대사가 더 재미있기는 하지만요. 하긴 몇 년째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개그맨 김병만씨는 진짜 ‘달인’이 된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아요.
‘달인’ 코너를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 코너가 주로 ‘행동’으로 재미를 선사하는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슬랩스틱 코미디는 서양에서도 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고전적인 영화나 영국 코미디언 ‘미스터 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죠. 이 외에 코미디의 장르가 바로 스탠드 업 코미디(stand-up comedy)로 말 그대로 서서 재미있는 유머를 관객 혹은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입니다. 뭐 물론 두 종류가 종종 섞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슬랩스틱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스탠드 업 코미디 인 것 같아요.
He’s so funny, isn’t he? (출처: 구글 이미지)
흔히 외국어를 배우는 데에 있어서 가장 고급 단계가 그 나라의 유머를 이해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유머에는 그 나라의 문화, 풍습, 사고 체계 등이 담겨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즉, 유머를 듣고 이해하면 그 언어에 담겨 있는 비언어적인 요소들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외국의 스탠드 업 코미디를 보고도 즉각적으로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물론 외국의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스탠드 업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기 힘든 것처럼 말이에요.
BBC One에서 방송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 프로그램인 Live at the Apollo를 진행하는 Sean Lock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영국 유머를 느끼실 분은 한번 보세요. 사람들은 막 웃는 데 전 왜 우울해 질까요? ㅠ.ㅠ
요즘은 좀 덜하는 것 같지만, 영국인들이 흔히 독일인을 놀릴 때 사용하는 말이 ‘Germans have no sense of humour” 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항상 유머를 하고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유머가 우리에게 그다지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음의 예를 한 번 볼게요.
He has a cucumber up his nose, a carrot in his left ear and a banana in his right ear.
(그는 코에는 오이를, 왼쪽 귀에는 당근, 오른쪽 귀에는 바나나를 꼽고 있었습니다.)
"What's the matter with me?" he asks the doctor. (의사 선생님 제가 무슨 문제일까요?)
The doctor replies, "You're not eating properly." (의사 왈, 그다지 잘 먹는 것 같진 않군요.)
웃은 분 계시나요? 전 솔직히 이게 뭐가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조금은 오래된 영국 유머이긴 합니다만, 영국인들은 이런 유머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다음의 웹사이트를 보시고 우리가 보기에 영국인들의 유머가 얼마나 (우리에게) 썰렁한지 한 번 느껴보세요.
http://webspace.webring.com/people/tf/freecooljokes/short-jokes.html
위 웹사이트를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영국(잉글리시) 유머에 단골 소재로 올라오는 것들이 바로 잉글리시와 스코티시를 비교하는 유머라는 것입니다. 울 신랑 말로는 아일리시도 종종 단골 소재가 된다고 하네요. 약간의 문화적 편견이 작용하는 유머들이기는 하지만 이들 유머를 통해 잉글리시, 스코티시 그리고 아일리시 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영국식 유머의 다른 단면 중의 하나는 약간 과장된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울 신랑이 경험한 일입니다. 학교 찻집에서 영국 및 독일인 친구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갓 나온 차라서 좀 뜨겁긴 했나 봅니다. 영국인 친구가 “Wow, this is hotter than Sun.” 그랬더니 독일인 친구 말이 “No way, Sun is much hotter than tea” 그러면서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 줄 아냐고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독일 친구의 그런 반응에 영국인 친구는 그냥 황당한 얼굴로 말을 못 이었다고 하네요. 차 마신 후, 울 신랑이 그 영국인 친구와 같이 있을 때, 영국식 유머는 독일인에게는 안 통하는 것 같다고 하니까, 바로 대답했대요. “Humour doesn’t work on Germans” 이라고요. 솔직히 자기는 유머라기 보다는 그냥 약간 과장했던 것인데, 그런 반응을 보이니 어의 없었다고 했대요. 제가 경험해 봐도 영국인들은 종종 과장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광고가 있어요. 한 번 보세요. 배꼽빠지게 웃었어요. ㅋㅋ
What are you thinking about? 영어 공부 열심히 합시다. ㅋㅋ
제가 대학생 때니까 꽤 오래 전 일이에요. 그 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때 교회에서 만난 언니가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었어요. 그 때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영국에서 약 1년 반 정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언니는 영국에서 있었던 얘기를 그렇게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요. 한국 들어오기 직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잉글리시 유머를 보고 웃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기뻐서 눈물이 다 났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저도 유머를 들어도 자발적으로 웃지는 못해요. 분위기 보고 따라 웃기만 하죠. ㅋㅋ. 웃음의 포인트가 당최 어딘가에 있는 것인지… 언제 웃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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