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까 해요. 저희가 작년 1월에 도착해서 3월 어느 날 우연히 일어난 사건(?)입니다. 영국은 3월도 여전히 추웠지만, 그래도 조용했던 시티 센터에서 켄트 대학교 주관으로 공연이 주말에 열린다고 해서, 저희도 공연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왔어요. 그런데, 영국의 거리 공연은 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대하거나 대단하지 못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시시하다’, ‘뭔가 부족하다’ 라는 말이 나올 법하죠. 한국에는 공연이라고 하면 모든 멤버들이 일사 분란하게 척척 맞추어 잘하잖아요. 여기는 무슨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이 즐기면서 코스튬을 입고 악기를 간단하게 연주하거나 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게 끝이에요. 저희는 이러한 공연들을 몇 번 보다 보니 이제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게 되었죠. ^^
이번에도 공연 팀을 보고 역시나 저나 신랑이나 ‘여기 길거리 공연이 다 그렇지 뭐’ 그랬죠. 그런데 계속 구경하다 보니 저도 그 리듬에 신이 나네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성대하고 프로페셔널 한 공연도 좋지만, 이렇게 누구한테 꼭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자신들도 함께 즐기면서 남도 즐겁게 해주는 그런 자연스러운 보여주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맨 앞 열에 연세가 좀 지긋하신 리더 한 분이 입에는 호루라기를 물고, 악기를 치면서 공연 팀을 통솔하는 모습이 무척 멋있었어요. 그 연세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하는 모습에 저도 힘이 나더라고요. 나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여기서 또 느낍니다.
영국에서는 거리 공연을 하는 경우에,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과 관중들을 통제하고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함께 거리 공연을 따라 다니는 경우를 볼 수가 있어요. 이번에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여름에 찍었던 경찰 아저씨의 모습이에요. 경찰은 촬영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몰래 찍느라 힘들었어요. 경찰 아저씨 귀여운 것 같아요. ^^
본론은 여기서부터 입니다.
What a surprise!! 재미있는 일이 생겼어요.
저희 부부가 신문에 나왔다는 거죠. ㅋㅋㅋ 아침에 신랑 학교를 보내고 공짜 캔터베리 지역 신문 (2010년 3월 5일자)이 배달했길래 한 장씩 넘겨 보고 있는데, Oh, my god, 아싸라비아. 신문 사진 속에 많이 본 듯한 사람들인 ‘저와 신랑’ 이 있네요. 사진을 보고 한참 웃다가,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죠. 신랑도 학교 가는 버스에서 신문을 보는 중이었어요. ㅋㅋㅋ
왼쪽 사진에서 왼편에 있는 카키색 아우터에 배낭을 메고 스마일 표정 남자가 제 신랑, 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접니다.
기사 제목은 Crowds turned out to support the parade through Canterbury- 군중들이 캔터베리에서 공연하는 행렬에 호응하기 위해 나왔다- 에요. 저희가 길거리 공연을 보고 행렬을 따라 집에 가는 길에 찍힌 것 같아요. 이 사진을 보고 파파라치가 생각이 났어요. 저희가 유명인은 아니지만,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저희가 찍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죠. ㅋㅋ. 이 사실을 안 켄트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신랑 선배는 - 참고로 경찰출신 – “그렇게 얼굴 팔리면 안돼”라고 웃으면서 말씀 하셨대요. 그래서 여지없이 저희 신랑 얼굴은 블록처리 합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 알렸는데, 신문을 이미 본 친구들은 그게 저희들인지도 몰랐다는 거에요. 저희만 알았다는 게 더 웃겨요. 아마도, 제가 나온 거라 눈에 들어왔던 거겠죠. 춥기만 했던 저희들의 캔터베리 생활 중 활력소가 되었던 사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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