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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영국

영국인도 못 견디는 잔인한 영국의 날씨, 이제 그만

by 영국품절녀 2012. 4. 30.



영국 4월은 "April Shower"로 유명하여 하루에도 난데없이 비가 자주 내립니다. 그런데, 올 4월 날씨는 외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인들에게도 참기 어려운 날씨였습니다. 오늘 BBC 날씨 예보 기사 중, "How long will the bad weather last?" (얼마나 나쁜 날씨가 계속 될까?)라는 제목만 봐도 알 만합니다. 현재 영국은 이번 4월에 내린 비로 잉글랜드 전 역 여기저기에서 비 피해가 일어났으며, 홍수 위험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 북부, 웨일즈 등에는 주말에도 많은 폭우가 내렸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영국의 시인 T.S. Eliot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요? 특히 금년 4월은 잔인하다 못해 사람을 지치게 만들 정도였어요.

다행히 제가 사는 잉글랜드 남동쪽은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 쳤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맑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날씨 예보를 보니 온도가 꽤 올라갈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비 예보는 있네요.

 

                         잉글랜드 지도만 봐도, 현재 날씨 상태를 아시겠지요? (출처: bbc weather)

 

정말 요즘 영국인들마저 살기 힘들다고 몸서리치는 날씨가 4월 한달동안 이어졌습니다. 주변의 영국인들은 올 4월 내내 날씨를 불평하면서 "miserable"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만나는 영국인들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최악의 4월 날씨는 처음 겪는다고 하면서요. 또한 영국에서 처음 4월을 보내는 한국인들은 영국의 봄 날씨에 당황하면서 영국은 언제부터 따뜻해지냐고 저에게 물어 보네요.

 

4월의 영국 날씨가 어땠나면요??

3월은 정말 비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 초여름 날씨였어요. 그래서 영국에는 가뭄이었거든요. 4월에 들어서자마자 하루도 안 빠지고 거의 매일 흐린 하늘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거기다가 완전 추웠어요. 저는 내복을 입고 바람막이 자켓만 매일 입고 다녀야 했어요. 영국인 아줌마들도 요즘 날씨가 춥다면서 집에 난방을 하지 않으면  추워 못 견디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추위를 덜 타는 영국인들이 난방을 할 정도니, 저를 포함한 주변의 한국인들은 다들 전기 장판을 켜고 잔다고 하네요. (원래 영국 4월은 한국인들에게 좀 춥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올 4월은 좀 더 심한 것 같아요.)

영국의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해도 이렇게 변덕스러울수가 있을까 할 정도에요. 거짓말 좀 보태면, 하루 종일 비가 왔다 그쳤다를 농담 삼아 수 십번씩 하고요. 어떤 날은 파란 하늘에 햇빛은 쨍쨍 내리 쬐는데, 비는 계속 내린 답니다. 또한 바람은 얼마나 세게 부는지, 걷기도 힘들고요. 우산은 뒤집혀서 망가지고 옷은 다 젖습니다. (그래서 우산보다는 바람막이 자켓과 레인 부츠를 신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햇빛을 별로 못 봐서 그런지 4월 동안 저의 감정 상태가 별로네요. 날씨가 사람의 기분 및 건강 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잖아요. 특히 날씨에 민감한 저로서는 올 영국 4월 날씨는 하루가 너무 지루하기만 했던 것 같아요. 할 일이 있는데도 하기 싫고, 기운도 안 나는 등... 하긴 제 트친님의 말을 들어보니, 영국 할아버지도 60년 만에 이렇게 나쁜 4월 날씨는 처음 겪는다고 하셨데요.

 

                        켄트 대학교에서 찍은 캔터베리 모습이에요. 5월에는 이런 날씨였으면......

 

어제 만난 영국인 아줌마는 "이런 날씨에 누가 영국에서 살고 싶겠어?"하며 날씨 때문에 영국을 떠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4월 내내 영국에서 벗어나 따뜻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재 비자 연장으로 여권 수속 중에 있어, 신랑이 약속한 5월의 로맨틱한 여행 계획도 몽땅 수포로 돌아갈지 몰라요. (제가 우울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해요. ㅠㅠ)

영국 옆에 있는 아일랜드는 이런 날씨가 거의 일년 내내 이어진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몇 년 전, 4월에 아일랜드 더블린, 골웨이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춥고 비바람이 엄청 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괜히 아일랜드 사람들이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등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닌가 봐요. 그래서 어떤 지역의 아일랜드 인들은 햇빛이 쨍쨍 내리 쬐기라도 하는 날이면 대부분이 학교, 회사 안 가고 하루 종일 햇빛을 쬐면서 쉰다고 합니다.

 

최악의 날씨가 계속되는 영국 4월을 보내다보니, 절실히 한국의 화창하고 따뜻한 봄 날씨가 그립습니다. 여권이 수중에 없으니 별수 없이 영국에 있어야 하는 저희 부부의 신세를 불쌍히 여기사, 따뜻하고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5월을 선물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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