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켄트 지역은 과일 나무가 많기로 참 유명한 곳입니다. 직접 농장에서 기르는 품질 높은 과일들과 과일 쥬스 및 사이더 등을 맛볼 수 있지요. 매년 열리는 음식 축제에서도 과일로 만든 쨈, 와인, 사이더 등은 빠지지 않는 단골 지역 특산품입니다. 그 많은 과일 중에도 사과가 으뜸입니다.
이처럼 사과가 인기있는 이유는 맛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건강에 가장 좋은 과일로 손꼽히지요. 건강 관련 사이트에서는 수십가지가 넘는 사과의 이로운 점을 설명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인들은 과일 중에 사과를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혹은 점심 시간에 교내 및 캠퍼스, 거리에서도 사과를 먹으면서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거든요.
저희 신랑도 박사 과정 초창기에 갑자기 점심 도시락에 사과를 꼭 넣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에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연구실에 있는 영국 학생들이 다들 점심 시간에 사과를 먹는데, 그렇게 맛있어 보이더랍니다. 그런 후로는 지금까지도 사과는 도시락의 필수 음식입니다.
켄트산 사과는 종류와 맛이 다양하고, 값도 저렴합니다.
이처럼 사과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사과 먹는 모습은 저에게는 참 낯설게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제가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영국인들의 사과 먹는 습관"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 물론 제가 모든 영국인들을 만나 보지는 못했기에, 저의 경험을 토대로 쓰는 것임을 밝힙니다.
1. 껍질 깎지 않고 먹기.
지금까지 저는 - 남녀노소 막론하고 - 영국인들 중에 사과 껍질을 깎고 먹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굳이 사과가 아니더라도 배도 껍질을 깎지 않고 먹는 것 같아요. 한국산 배보다는 껍질이 연해서 그런 것이겠지만요. 참 구운 감자도 껍질까지 다 먹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사과 껍질이 몸에 좋다고 해서 그냥 통째로 먹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에,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2. 자르지 않고 입으로 베어서 먹기.
영국인들은 사과를 먹을 때 칼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껍질을 깎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사과를 1/2 혹은 1/4로 자르지 않고, 간편하게 입으로 베어서 먹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사과를 먹을 때에는 접시에 잘라서 포크로 찍어 먹지만요. 여기서는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 놓고 각자 하나씩 먹는 것 같습니다. 일부 마트나 카페에서는 디저트로 먹기 좋게 사과를 조각으로 잘라서 팔기도 합니다.
(출처: Google Image)
주변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심 도시락으로 사과를 싸가지고 와서 한 입씩 베어서 먹습니다. 마찬가지로 초등학생들도 엄마들이 도시락 가방에 사과 하나씩을 싸 준다고 해요.
영국인의 점심 도시락
더욱 놀랐던 것은, 영국 엄마들은 3~4세 정도인 어린 아이들에게도 사과 한 개를 그냥 줍니다.그러면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큰 사과를 잡고 한 입씩 베어서 먹어요. ㅎㅎ 굳이 사과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샌드위치도 그냥 큰 덩어리로 줍니다. 입에 넣어주는 엄마들도 없고요, 아이들도 엄마가 준 것을 그냥 잡고 잘 먹습니다. 참 영국 엄마들은 게으른건지.. 원래 그렇게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는 건지... 아무튼 엄마 입장에서는 편해 보입니다. 한국 엄마들은 일일히 사과 껍질을 깎고 잘라서 입에 넣어주기까지 하는데요.
(출처: Google Image)
3. 씻지 않고 먹기
모든 영국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일, 채소를 씻지 않고 그냥 먹는 사람들이 한국보다는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서인국이 딸기를 대충 씻는 것을 보고 "경악~" 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실제로 일부 영국인들은 과일, 채소를 그냥 흐르는 물에 살짝 씻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씻는다는 느낌이 아닌 물을 뿌리는 정도로요. 더욱이 아예 씻지도 않고 과일, 채소의 비닐 랩을 뜯은 후에 그냥 바로 먹기도 합니다. 이런 광경들을 본 한국 유학생들은 혀를 내두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엄마는 과일용 세정제까지 사용해서 씻는데...
제가 정말 경악스러웠던 장면은, 버스 정류장에서 영국 젊은이들이 테스코 비닐 봉지에서 사과를 꺼내더니 그냥 먹는 것이었어요. 그 사과에는 품질 표시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몇 입 베어 물더니 그 스티커를 떼고 다 먹어 버리더군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꽤 목격한 후부터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봉사하는 카페에서도 영국 아줌마들은 채소를 씻지 않고 그냥 샐러드를 만드십니다. 때로는 흙이 묻은 파를 발견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이 분들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고 샐러드를 먹는 것 조차 꺼려졌는데, 이제는 저도 적응이 되어 갑니다. 전에 딸기 농장에 갔다가, 딸기를 따서 씻지 않고 그냥 먹었는데요, 진짜 맛있었어요. 씻으면 당도는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가지고 와서 씻어서 신랑을 줬는데 흙 잔여물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요, 이것들이 다 제 몸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었답니다. ㅎㅎ
과연 영국인들은 왜?? 과일, 채소를 잘 씻지 않고 먹는지 그 이유를 찾아 봤어요.
NHS에서는 2011년부터 사람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먹으라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식중독에 대비해서 고기는 안전하게 잘 다루는 반면에, 채소와 과일 세척에는 무관심하다고 합니다. 또한 속설로 "약간 더러운 것(흙)은 먹어도 괜찮다" 라고 여긴다고 해요.
(출처: NHS)
종종 유럽에서는 토마토, 오이에 묻은 흙 등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했던 적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대파와 감자에 묻은 흙에서 대장균 등이 발견되면서, 과일과 채소를 올바르게 씻는 방법까지 소개하는 등 각별히 주의를 주고 있지만요, 제가 주변에서 목격한 바 여전히 채소, 과일 세척의 비율은 참 낮아 보입니다.
제가 영국에서 살면서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과일, 채소 세척" 에 관한 것입니다. 설사 씻는다고 해도 너무 성의없이 살짝 물만 뿌리거나, 아니면 아예 씻지도 않으니까요. 어쩌면 영국인의 물 절약 습관이 여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영국인들이 과일, 채소 세척에 인색한 이유를 알았는데요, 이제는 제 주변 지인들에게라도 NHS "과일, 채소 세척"에 대한 권고 사항을 알려 주고, 깨끗이 씻어서 먹어야 한다고 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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