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저희는 영국 가족을 저녁 식사에 초대 했습니다. 지난 3년 내내 한결같이 저희 부부에게 큰 관심을 주신 분들이거든요.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에 저희를 불러 주시기도 했지요. 특히 그 가족 중에 막내 아들이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되는 경사도 있었습니다. 대입 축하 및 집들이겸 해서 저희는 그 가족을 집에 초대한 것입니다. 때마침 한국 유학생도 저희 집에 놀러왔는데, 알고보니 둘다 같은 학교 신입생이었답니다.
비록 저희가 이사 온지 일년도 넘었지만, 다들 처음으로 우리 집을 방문해서 그런지 꽃을 가져 왔지요. 워낙 실용적인(?) 성격인 울 신랑은 다소 실망을 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집들이 선물로 생필품을 사가는 문화가 있잖아요. 이를테면 휴지, 세제 등등... 그래서 집들이를 하면 한동안은 휴지를 아예 살 필요도 없게 되지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화장실 휴지 브랜드 (출처: Google Image)
그런데 영국인들은 집들이에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나봐요. 전에 영국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제가 집들이 선물(House warming Party Gift)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요.
우리는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생필품을 집들이 선물로 한다고 했더니...
그들은 순간 잠시 멈칫~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 표정을 하면서...
말로는 괜찮은 선물같다. 생활에 큰 도움이 되겠네... 하더군요.
어떤 영국 사이트에서 보니까, 집들이 선물 팁을 주는데 "화장실 휴지"는 하지 말라고 써 있더라고요. 받는 사람이 당혹스러워할 것이라고 하면서요. 덧붙여서 특이하고 웃긴 집들이 선물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나온 대답이 바로 "Toilet Roll" (두루마리 화장지) 였습니다.
사실 영국은 한국만큼 두루마리 휴지(Toilet tissue) 질이 좋지 않아요. 아마도 이들이 한국 화장지를 본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휴지를 화장실에서만 사용하지 않고 널리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에 반해 영국은 가정에서도 화장실 휴지, 냅킨, 티슈 등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화장실 휴지를 아예 선물 품목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여담인데요, 가든 인테리어 일을 하는 지인이 런던 대저택에 일 하러 갔다가 화장실을 잠시 들렀는데요, 두루마리 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색깔이 검은색이었다고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검은 휴지를 그 곳에서 봤다고 했어요. 저도 검정색 두루마리 휴지가 있다는 사실은 그 날 처음 알았는데, 일부 대형 마트에서 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한동안 인기였다고 하더라고요.
검정 말고도 다양한 색상의 두루마리 휴지들
평범한 두루마리 휴지보다는 다소 비싼 편입니다.
(출처: Google Image)
영국 집들이 선물 사이트 품목들 (두루마리 휴지는 없어요.)
(souce)
제가 만난 영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집들이에 와인, 샴페인과 같은 술, 꽃 (화분), 음식 등을 가지고 간다고 했어요. 저희도 전에 집주인 아줌마에게 집들이 선물로 화분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집들이 선물은 그 의미를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휴지는 "일이 술술~ 잘 풀려라" 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영국의 전통 집들이 선물 품목과 그 이유를 한번 알아 볼게요.
빵 (Bread) - 절대 배고프지 않기를~
와인(Wine) - 항상 즐거움만 가득하길~
소금(Salt) - 삶의 묘미를 느끼길~
양초(Candle)- 인생에 항상 밝은 빛이 있기를~
식사 초대에 앞서 미화를 위해 제가 구입한 꽃~
꽃병이 없어 플라스틱 통에 잠시 보관 중인 집들이 선물 꽃들~
문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과 한국의 집들이 선물 품목은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여 집들이 선물 품목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요, 여전히 우리의 전통 품목인 두루마리 휴지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집들이 선물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집들이 선물인 휴지가 좋아요. 생활적인 면에서요. ㅎㅎ 식사 초대를 위해 일부러 꽃을 오랜만에 구입했는데, 갑자기 꽃 선물이 들어와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답니다. 여분의 꽃병도 없어서 그냥 플라스틱 통에 두 꽃다발을 잠시 넣어놓았는데, 앞으로 어찌 해야할지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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