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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정보

영국인의 저녁 식사 초대에 음식은 없다.

by 영국품절녀 2011. 3. 17.


작년 12월에 캔터베리에서는 처음으로 영국인의 집에 저녁식사를 초대받았어요. 점심식사 초대나 가벼운 다과 및 차 등은 대접을 받은 적은 많았지만요. 저희를 초대해 주신 분은 캔터베리 임마누엘 교회 목사님이었어요. 아는 친구도 그 분 집에 점심 식사 초대를 받아, 기대를 좀 하고 갔었는데 목사님께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셨다고 해서 같이 웃은 적이 있어요

 

집에 도착해서 목사님 내외분과 세 아이들이 저희들을 반겨주었어요. 목사님 내외 분의 인상이 참으로 좋았어요. 저는 주부인지라, 그 집의 인테리어, 부엌 등이 제일 먼저 관심이 가지더라고요. 깨끗하고 넓어 세 아이들과 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인 집이었죠.


                                    영국의 오랜 집과는 달리 달리 아주 현대식이고 깔끔하지요.

목사님은 저희에게 태극기를 보여주시면서 오늘 저희들을 위해 그리셨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태극기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역사를 전공한 신랑도 땀이 삐질~~ 그래도 뭐라뭐라 설명을 하더군요. ㅋㅋ 또 큰 아들 톰은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 속에 한국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하네요. 저희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지요.



사모님은 주로 저녁식사로 특별하게 먹을 영국 음식이 없어서, 그냥 여러 나라 음식을 간단하게 해먹는다고 하셨어요. 오늘의 요리는 "타이 그린 카레" 였어요. 롱 그래인(long grain) 쌀과 카레를 비벼 먹었어요. 정말 간단한 요리였지만 그래도 처음 먹는 그린 카레여서 그런지 그런대로 맛있게 두 그릇 비웠어요. ㅋㅋ 그리고 크리스마스 민스 파이와 크리스마스 푸딩을 만들어 주셔서 맛있게 먹었어요. 한국과 달리, 한국 가정집에서 저녁 음식 초대를 받으면 음식이 남지 모자르지는 않잖아요. 영국 저녁식사 초대가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크리스마스 등 그런 큰 기념일 말고 그냥 보통 저녁식사 초대는 자신들이 평소 먹는 음식을 가볍게 나누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푸딩이에요. 달고 맛있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것은, 목사님과 사모님이 두 분다 Oxford 대학 교에서 출신이라고 하시네요. 목사님께서는 원래 변호사셨다고 해요. 자녀로는 현재 톰, 안나, 해리 세 명에다가 사모님 배 속에 또 아이가 있어요. 톰은 심한 장난꾸러기라 저희들이 얘기하는 내내 아빠 엄마에게 수 십 번 주의를 받았지요. 안나는 정말 여성스러운 소녀로 식사 전 후로 엄마 일을 다 도와 주는 효녀였고요. 아직은 막내 인 해리는 정말 튼튼하고 잘 먹는 아이로 잘 웃는 18개월 된 아기였어요. 특이한 점은 두 명의 아이들은 현재 홈 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영국은 홈 스쿨링이 합법적이지만 많지는 않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목사님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가족 사진들을 보여주셨어요. 전 영국 집을 방문할 때마다 맘에 드는 점이 있다면 바로 벽에 걸려있는 가족 사진들을 볼 수 있다는 거에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family story가 이 곳에 다 있다는 거에요. 영국 인들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가족 사진들을 보여주며 소개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어떤 집에 가보니 달력을 1월부터 12월까지 가족 사진들을 넣어서 만든 것도 보여주시더라고요.



                      영국에서는 어느 집이나 12월 한 달 동안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 안에 진열해 놓아요.

                                가족들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에요. 이런 문화가 참 인상 깊어요.

 

따뜻한 환대를 받고 집에 와서 목사님께 감사의 메일을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오늘 찍은 가족 사진을 첨부해서요. 집에 오면서 참 따뜻한 가족을 만나고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한국과는 다르게 푸짐한 음식은 비록 먹지 못했지만, 영국의 다양한 가족의 문화를 배우고 온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