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해서 참 좋았던 것이 “맛있는 시어머니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는 거지요. 영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신랑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날이었어요. 신랑 집에 도착해서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맛있게 차려 주신 음식에 푹 빠져 전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했던 것 같아요. 신랑은 속으로 “너무 심하게 잘 먹는다” 생각하며, 제가 좀 창피했나 봅니다. 이에 반해 시어머니는 그 때 제가 너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무척 맘에 드셨다는 군요.
결혼한 후 시부모님 댁으로 들어가 살았기 때문에, 시어머니의 음식에 전 푹~ 빠져 살았지요. 또한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시어머니께서는 제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매일 만들어 주셨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전 시어머니의 음식만 또 먹고 오는 그런 철없는 며느리였지요. 저는 어머니표 된장찌개, 닭볶음탕, 꽃게탕, 동태찌개 등등 이번 방문 시에도 어머니 표 음식을 많이 먹고 왔습니다. (저 혼자만 먹고 와 울 신랑에게는 미안하지만요.)
울 시어머니표 닭볶음탕 끝내줍니다.
어머니는 이런 저를 두고 신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시어머니: (웃으시면서) 며느리가 꼼수를 부리는 것 같아,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하며 너무 잘 먹으니깐 내가 안 해 줄 수가 없잖아” ^^
신랑: 꼼수 좀 그만 부리게, 요리 좀 시켜 보세요. 에고~
여기서도 그러거든요. ^^;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좀 그런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 시어머니와 신랑의 음식이 너무 맛있는데 어쩝니까??
아마도 신랑이 어머니의 요리 센스를 그대로 타고 난 것 같아요. 울 신랑이 미혼일 때에는 한번도 집에서 요리를 한 적이 없었다며, 어머니는 신기해하시지만요. 제가 신랑과 친해진 계기도 신랑의 특출난 요리 솜씨때문이었거든요. 현재는 제가 신랑보다 더 많은 요리를 하고 있으며, 잘 한다는 것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어제 영국에서는 "어머니의 날" 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엄마를 위한 예배와 행사가 있었어요. 멀리서 사는 자식들은 손자, 손녀를 데리고 부모를 만나러 캔터베리에 많이 왔답니다. 거리마다 가족끼리 엄마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식사도 같이 하는 모습을 보니, 저희도 한국에 있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졌어요.
영국 거리에는 수선화를 가지고 다니는 여성들로 가득했지요. 저는 자주 "엄마 보고 싶다, 시어머니 보고 싶다" 이렇게 말했는데, 어제는 신랑이 처음으로 "나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이러는 거에요.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놀랐어요.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여행도 안 가고 오직 일, 공부만 해 온 신랑이거든요. 신랑이 요즘 좀 힘든가봐요. 엄마 보고싶다는 신랑의 말에 전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저와 신랑은 하루 종일 엄마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면서, 맛있었던 시어머니의 음식 이야기만 했네요.
신랑과 만난 지 일년 되는 날, 신랑이 준비한 연어 스테이크와 토마토 치즈 샐러드
(울 신랑은 연애 때 돈이 없어서 항상 기념일때면 음식으로 선물을 대신 했답니다.)
신랑이 좋아하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이에요.
어렸을 때에는 자칭 귀여웠다고 하네요. (어릴 적 안 귀여웠던 사람 어디 있나요? ㅎㅎ)
어제 신랑의 외모로 인해 오해와 잡음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조승우는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나온 모습만 좀 흡사한 것 같으며,
차인표와 이상민은 높은 콧날과 짙은 눈썹만 닮았습니다.
참고로, 50대 이상의 아줌마들만 호감을 갖는답니다. (2~30대는 별로)
안부 전화를 드릴때마다, 항상 저의 건강을 먼저 걱정해주시는 시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기도로 살아가는 며느리입니다. 이제 5월이면 한국에도 어버이의 날이 있을텐데, 그런 날 자식들이 아무도 옆에 없는 시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파 오네요. (안부 전화 더욱 자주 드려야 겠어요.)
알면서도 속아주시는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저는 다음 한국 방문시에는 시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드릴 것을 이 곳에서 약속드리는 바 입니다. ^^ (19/03/2012 도장 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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