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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교육 양극화 심화, 한국도 닮아가는가?

by 영국품절녀 2011. 9. 28.


한국에서는 예전과 비교해 "개천에 용났다"라는 말이 사라질 정도로, 잘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더 좋은 대학, 직장을 갖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SKY대학 입학 정원 중에 상당 비율이 강남 거주, 전문직종 종사자 부모의 자녀, 과학고, 외고 출신들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대학 가는 일이 학생들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대학을 가는 일이 가족 모두의 몫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영국에서는 이미 '개천에 용났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국은 부에 따른 생활, 문화, 교육 수준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통 귀족 집안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은 명문 사립 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립 학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영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인지, 한국 학생들의 수도 꽤 된다고 합니다.

제가 영국에 있으면서, 유명한 영국 명문 사립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한국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좀 있었는데요, 이들 역시 한국에서 강남 거주 혹은 전문 직종 혹은 사업가의 자녀들이거나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재벌 그룹의 자녀들도 있었지요. 



             영국 최고 명문 사립 학교인 Eton college 입니다. (출처: http://www.etoncollege.com)
                  

 보통 영국 명문 사립 학교는 한 해 학비만 4천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학교, 학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외 부대비용까지 합한다면 몇 곱절이나 늘어날 정도로 비용이 상상초월입니다.



이런 영국 명문 사립학교 출신들은 대거 영국 명문 대학 입학 하는데 다른 출신들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아집니다. 먼저, 사립 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영국 명문 대학교에 진학률이 훨씬 높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경우, 영국 전체 고교 약 3,700개 중에 약 200개의 명문 고등학교(사립 학교 80% 차지)에서 보낸 입학생 비율이 50% 정도라고 하니까요.) 예를 들어, 같은 성적을 받아도 공립 학교 출신보다 사립 학교 출신들이 영국 명문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요.


 

                   이튼 사립 학교 학생들의 모습이지요.   (출처: http://www.etoncollege.com)


다수의 사립 학교 출신들이 영국 명문 대학에 입학하다보니, 사립 학교 출신끼리의 모임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버린것 같아요.


제가 석사를 했던 학교가 영국 내에서 사립 학교 출신이 많다고 이름난 곳이었어요. 저희 과에서도 일부 영국 학생들은 사립 학교 출신들끼리 모여 취미 활동(승마, 골프 등)을 하러 다니는 것을 보았어요. 그들은 정말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고, 친분을 쌓은 것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거든요. 그런데,사립 학교 출신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통해 대학에서 사립 학교출신들끼리 모이는 모임이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영문학을 전공하는 영국인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그녀는 공립학교 (State School)출신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학교에 입학을 하고 보니, 자신의 과에 자신과 같은 공립 학교 출신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같은 과 사립 학교 출신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이 좀 어려운 것 같다고 했어요. 같은 영국인이라고 해도 다른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란 친구들 속에 섞이는 것은 쉽지는 않은 가 봅니다.


영국 정부는 해마다 교육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공립 학교 출신들의 대학 입학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비한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강남, 제주도 등지에 영국 명문 사립 학교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 학교의 과반수 이상이 한국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한국도 이미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이제 한국도 영국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 가 하네요.



물론, 결과에 대한 평등은 존재할 수도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까지 박탈당하는 사회가 과연 온전한 사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