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제가 주영국대사관에 다녀온 후기와 투표 인증샷을 올렸는데요, 참 주의할 것이 있어서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인증샷으로 절대 투표 용지를 찍으시면 안 됩니다. 또한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와 "그것을 알려주는 행위"가 담긴 사진을 찍어서도 안됩니다. 단지 투표함에 넣는 모습만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고 하니 반드시 유의하세요. 괜히 잘못했다가는 소중한 한표가 무효 처리가 되니까요. ^^
오늘 함께 일을 하는 정치학과 재학 중인 영국인 남학생을 만났는데 대뜸 이렇게 묻는 거에요. 제가 지난 주에 그 학생에게 대통령 투표하러 런던에 간다고 했었거든요.
(웃으면서) 너 "독재자의 딸 (Dictator's daughter)" 찍었니?
저는 그의 말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순간 멈칫 했습니다.
요즘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 대선 기사를 꽤 많이 쓰고 있는 것 아시지요? 특히 금요일에는 Time 커버지에 실린 박근혜를 지칭하는 "The Strongman's daughter" 에 대해 한국 언론 및 새누리당이 이상하게 해석을 해서 다시 인터넷 판에는 "The Dictator's daughter" 로 바꿔서 기재했더라고요. 금요일 내내 검색 1위는 단연 타임지가 사용한 "Strongman" 의 해석 차이 (독재자 vs 실력자) 였으니까요.
(출처: www.time.com)
영국인 대학생에게 "strongman" 의 의미를 물어보니, 상당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단어라고 했어요. 물론 Dictator보다는 조금 약하지만요. 따지고 보면, 타임지는 약간 순화된 표현으로 박근혜를 소개했다가 더욱 강한 부정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바꾼 결과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금요일에는 한국에서 "Strongman" 의 해석 차이 등에 대한 일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는 어이없어하며 박장대소하더군요. 사실 한국인인 제가 봐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올 정도니까요.
BBC에서는 박근혜를 일찍부터 "독재자의 따님 (Dictator's daughter)" 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박근혜 vs 문재인" 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놓은 기사가 있습니다.
(출처: BBC)
박근혜 → The daughter of former military strongman Park Chung - hee
문재인→ A human rights lawyer, jailed for protesting against Park Chung-hee's administration
박근혜는 "군부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Strongman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사전에서 Strongman을 찾아보니 정치적 리더자, 독재자, 실력자, 차력사 등이 있는데요, 타임지 인터넷판에서 정확하게 "독재자(dictator)" 를 의미한다고 알려주었지요. 이에 반해 문재인은 박정희 정부에 대항하다가 옥살이한 이력이 있는 인권 변호사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 대한민국 두 대통령 후보 라이벌들의 성격이 확연하게 다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Time 인터넷 판에 제목을 바꿔 올린 기사입니다. (Strongman -> Dictator)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요, 저는 그 학생에게 그저 모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ㅎㅎ (비밀투표이니까요. 저희 부부는 서로 누굴 찍었는지 묻지도 않았거든요.) 그 학생도 꼬치꼬치 묻지는 않더라고요. 그의 반응은 '설마 독재자의 딸을 네가 뽑았을까..' 이런 뉘앙스였어요. 그의 태도를 봐서는 "그 나라의 독재자였던 전 대통령의 딸이 새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 이 이상하게 보이나 봅니다.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해외 언론은 과연 어떤 식으로 기사 제목을 또 뽑을까요??
한국 온라인 기사 및 블로그를 통해서 "독재자의 따님(?)" 박근혜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영국인에게까지 그 단어를 직접 들으니 BBC 기사로 읽었을 때와는 사뭇 기분이 다르네요. 그 때의 심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군요. 금요일 타임지 커버 타이틀 용어에 대한 한국 언론과 일부 사람들의 창피한 대응과 그러한 모습에 박장대소하는 영국인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어제는 일하는 내내 한없이 씁쓸한 기분만 들었습니다. 어쩌면 영국인 학생은 그저 유머로 아무 생각없이 웃었겠지만 한국인인 저에게는 상처로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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