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원의 장점 중 하나가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대학원 과정이 짧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이 영국 유학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석 박사 통합과정이 많아 보통 5년~7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영국은 석사 1년 및 박사과정 3년, 총 4년으로 학위를 마칠 수 있지요.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학위 기한이 짧은 만큼 그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박사과정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지도교수와 함께 리서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관련 책과 논문 등을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리서치 프로젝트를 미리 준비해서 올 경우에도, 정작 입학하여 교수와 몇 번 얘기하다 보면 바뀔 때가 다소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짧게는 한 학기, 혹은 1년이 걸리기도 한답니다. 독창성(Originality)와 학계에 대한 기여도(Contribution)을 모두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울 신랑도 Research Question을 정하는 데만 거의 6개월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영국 대학 박사과정은 처음에 연구 석사(Mphil)로 시작해서 upgrade를 통과하면
PhD Candidate가 된 답니다. (물론, 모두 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는 않지만요.)
Research Question이 정해지면 이 때부터 영국의 박사자격시험(Upgrade Exam)을 준비해야 할 때 입니다. 업그레이드는 자신이 박사과정 연구가 일정 수준을 넘었음을 교수 및 학과에 증명하는 일종의 시험으로 영국의 박사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학교 및 전공 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며, 그 기준 역시 그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도 업그레이드는 크게 2가지의 방향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Upgrade문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l 연구배경 (Problem Area Description: 약 500 words)
l 선행연구 검토(Literature Review: 약 1500 words)
l 문제제기 (Research Question: 약 500 words)
l 이론적 바탕(Conceptual/Theoretical Framework: 약 3000 words)
l 연구방법 및 연구자료 제시 (약 3000 words)
l 논문의 각 chapter의 줄거리 (약 1000 ~1500 words)
l 독창성, 학계의 기여여부 및 연구수행 중 예상되는 문제점(약 1000 words)
l 계획표 등 기타 (약 500 words)
대략 10,000~12,000자의 업그레이드 문서가 됩니다. 즉 자신의 연구의 아웃라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로써 자신의 논문에 대한 연구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물론 담당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준비해야 합니다.
울 신랑의 경우에는 업그레이드 문서(15,000자) 및 2개의 chapter (Theory chapter 및 이어지는 chapter 3: 각각 12,000자 내외)를 제출했어요. 신랑 말이 “난 양으로 승부해…” 그러더군요. 이 때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영국인 친구에게 꼭 문법 체크를 받아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영어가 깨끗해야 읽는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 문서 작성이 완료되면, 담당교수 (보통 2명) 및 박사과정 학생들을 담당하는 교수 (보통 1~2명),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들 앞에서 발표(프레젠테이션)를하게 됩니다. 약 30분의 프레젠테이션과 1시간 정도의 교수 및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제출한 업그레이드 문서나 챕터를 통해 대략 통과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레젠테이션과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신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수시로 들어오기 때문에, 웬만큼 준비해서는 자신의 연구를 방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충실한 준비만이 살아남는 방편이지요. 내용적으로도 철저해야 하며, 미리 리허설을 통해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중간 중간에 쓸 농담까지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질의응답 시간까지 끝나면, 교수들은 약 10분 ~ 30분 - 혹은 하루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하네요 – 정도 회의를 갖고 통과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냥 간단히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발표자를 다시 불러서 다시 한 번 논의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겠지요. 만의 하나 Upgrade에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대학은 한 번 더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Second Chance에서 또 실패하면, 그 때는 OUT입니다. 실제로 켄트 대학교 사회학과의 일본인 대학원생은 교수가 두번째 기회조차 주지 않아서, 박사 과정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영국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가장 큰 1차 난관이 바로 박사자격 시험(Upgrade Exam)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무사히 통과하면 PhD candidate 자격이 주어지니까요. 영국이나 유럽 학생들 조차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시험입니다. 더군다나 필기시험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문서 및 챕터 등을 통해 평가 받는 시험이기에 벼락치기 공부가 통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1~2주에 위와 같은 내용을 작성 할 수는 없잖아요? 그만큼 꾸준하고 성실하게 준비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시험이지요.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박사과정은 과정이 훌륭하다면 결과가 나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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