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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 집 열쇠로 인해 신랑 앞에서 대성 통곡한 사연

by 영국품절녀 2012. 2. 13.



보통 영국 집들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이 아날로그 방식이지요. 특히 제가 사는 캔터베리는 '한국의 경주'라고 말하면 딱 어울릴만한 역사적인 도시라고 알려져 있지요. 거기다가 저희 집을 말할 것 같으면 약 200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니 따로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영국 집 열쇠" 입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번호키에만 익숙한 저는 영국에 오니 열쇠를 챙겨서 다니는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답니다. 바로 "집 열쇠"로 인해 저희 부부에게 위기의 순간이 있었지요.


2010년 영국 일요일 오후 (한국은 설날)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는 영국에서 한국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그 날 저희는 중국인들이 크게 설날 파티를 연다고 해 그 곳에가기로 했어요. 시간이 좀 남아 잠시 산책을 하기 위해 간편한 차림으로 둘이 나와 문을 쾅~ 닫았는데..........

아뿔싸~~~~ 둘 다 집 열쇠를 집에 놓고 나와버린 거에요.
서로 열쇠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저희는 순간 얼어버렸어요.

참고로 전부터 신랑이 저에게 열쇠를 매일 가지고 다니라고 주의를 주었어요.
"나도 혹시 열쇠를 놓고 나오는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도 항상 열쇠를 가지고 다니도록 해라~~~"
그런데, 저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버릇이 잘 안되서 그런지 신랑의 말을 저도 모르게 무시했던 것 같아요. 신랑이 확인할 때마다 저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신랑도 세 네번 정도는 그냥 넘어 가기는 했었지요.

그런 과거가 있기에 신랑은 더욱 크게 저에게 화를 냈어요.
"자신의 실수도 분명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너가 열쇠를 챙긴 적이 있었냐"고 하면서 막 소리를 질렀어요.
제 자신이 왜 이리 싫은지...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먼저,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런데 전화를 통 안 받는 거에요.
어쩔 수 없이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술자 전화 번호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 날이 일요일 늦은 오후라서 다들 연결이 안되는 거에요. 그러다가 힘들게 연결이 된 곳은 예약이 있어 4시간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했어요. 급한 나머지 알았다고 예약을 했는데...

문을 여는 비용이???

무려~~ 120파운드 (22만원 정도) 

금액에 너무 당황했지만, 그래도 어떡합니까? 문은 열어야 하잖아요.
손을 덜덜 떨면서 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예약 시간을 잡았지요.


한편, 저희 부부는 서로 한 마디도 없이 집 문 앞에 서 있었지요. 신랑은 자신이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잠시 카페에 가서 몸을 녹이라고 하네요. 그 당시 저는 저 자신도, 이런 상황도, 신랑도, 영국도 그냥 다 싫었던 것 같아요. 한국은 즐거운 설날인데, 우리는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물론 저희 불찰로 인한 일이지만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문 앞에 서 있었지요. 신랑은 아까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저는 아무런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밤이 찾아 왔지요. 날은 춥고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기술자 등장~
아저씨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열쇠 구멍에 장비를 넣어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열지를 못합니다. 한국 기술자들은 몇 분도 되지 않아 열잖아요.

옆에서 보고 있는 저는 미칠 것 같았어요. 결국 아저씨는 문을 열지 못하겠다고 하는 거에요.
다행히 신랑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해 아저씨는 문을 열 수 있었답니다.
(남들이 따라할 소지가 있으므로 비밀이에요.)



집 문이 닫힌 지 약 6시간이 지나서야 저희는 집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어요. 저는 신랑에게 "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혼자 공부 마치고 돌아와라~" 그렇게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신랑은 펑펑 우는 저를 따뜻하게 안아 주면서 "너 없으면 내가 여기서 혼자 어찌 사니" 하며 위로했지요.


영국은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일은 무조건 비싸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일이었으면 약 50~60 파운드 정도지만, 그 날은 일요일 오후였기 때문에 더 비쌌던 것 같아요.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인들은 집 열쇠 때문에 저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영국인들 역시 집 열쇠를 몇 개 카피해서 가까운 친한 이웃 혹은 친구 집에 맡겨 놓는다고 해요.
이런 말을 듣고 저희도 바로 다음 날 열쇠를 카피해서 옆 집 할머니에게 맡겼답니다.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신랑의 핸드폰 줄에 달려 있던 열쇠가 떨어져 나간 거에요. 옆 집 할머니에게 열쇠를 가지러 갔더니만, 그 열쇠가 뭔지 몰라서 버렸다고 하시네요. ( 꽤 연로하셔서 기억력이 쇠하셨나 봐요.)  다행히 신랑은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뒷 문의 잠금 장치를 풀어 놓았다고 합니다. 옆집과 저희집은 낮은 나무 담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손쉽게 넘어가 열 수 있었답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후부터 저희는 외출할 때마다 열쇠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이런 아픈 사연을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요, 저에게는 영국에서 가장 춥고 힘들었던 순간이에요. 영국에서 사시는 분들, 집 열쇠는 꼭 '기억력 좋고' 신뢰할 만한 친구에게 맡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