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해 영국의 1월 날씨는 거의 한국의 가을 날씨 수준일 정도로 쾌적하고 시원했지요. 작년 11월은 영국 기온 측정이래 가장 추운 날로 등극할 정도로 추위에 강한 영국인들마저 “extremely cold”, “Freezing”이라는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어요. 작년 영국 전기 가스를 공급하는 British Gas가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다는 뉴스가 한동안 톱을 장식했지요.
작년 겨울 폭설이 쏟아진 날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지요.
2월 들어서부터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더니 영국 전역에 폭설이 내리는 등, 히드로 공항은 폐쇄되었다가 다시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기 캔터베리에도 눈이 많이 왔지요. 보통, 한국인들은 겨울 날씨 영하 2,3도 정도는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한국 기사를 보니깐 한국은 바람까지 더해져서 체감 영하 20도가 될 정도로 살을 에는 추위였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상한 것이 영국 겨울 온도는 단지 영하 1도만 내려가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느껴집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나 했더니, 다른 한국인들도 영국에서는 영하권만 되도 엄청 춥다고 하더군요. (영국 북부에 계시는 분들은 정말 어찌 사시는지, 가스 전기세가 얼마나 나오는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제가 영국 영하 온도 날씨에 영국인들의 반응을 보고 참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영국인들은 한국인과는 피부, 생활 습관 등이 달라서 그런지 더위에는 약하고 추위에는 강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국인들이 영하 온도를 대하는 반응은 예상과 다르게 좀 격한 것 같습니다. 먼저, BBC 기상 예보를 보면, 영하 1도만 되어도 "harsh, severe, freezing, very cold" 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영국인들마다 “Isn’t it cold?, It’s extremely cold or freezing.”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겨울 날씨는 어떠냐고 묻지요. “한국은 영하 10도 이하다”라고 하면 깜짝 놀라곤 하지요.
요즘 캔터베리는 영하권으로, 바람도 간혹 세차게 붑니다. 그래서 장갑을 끼지 않는 손은 한국에서 영하 10도 이하에서 느낄 수 있는 듯한 살이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런데 영국인들은 입으로는 계속 춥다고 하면서 옷은 그렇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겉옷은 두툼하고, 목도리 및 장갑, 모자 등을 착용했지만, 영국 여자들은 여전히 가슴 부위는 깊게 파진 상의, 얇거나 소매없는 티 정도만 입는 것 같습니다. 또한 남자들은 반팔을 입고 다니거나, 얇은 잠바만 입고 다니기도 합니다. (단, 연세 드신 분들은 제외)
어찌 보면, 영국 사람들의 "춥다"라는 말은 물론 정말 추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하권 날씨에 하는 자연스러운 안부 인사 정도로 보입니다. 그들은 원래 안부 인사가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니까요.
이번 주도 여전히 영하 권을 맴도는 날씨가 지속될 것 이라고 해요. 물론 제가 사는 곳은 영하 1~3도 정도에 머물지만요, 그래도 체감 온도는 엄청 낮은 것 같습니다. 저는 영국 겨울이 워낙 적응이 안 되니, 영하로 떨어진다는 기상 예보만 봐도 이미 몸은 떨고 있네요. 어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 안되는 흐리고 추운 영국 겨울이 지나고 날씨 좋고 따뜻하고 맑은 영국 봄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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