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이 페막한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자꾸 BBC Sports 사이트에 들락날락 거리게 됩니다. 올림픽 내내 울고 웃고 화내며 아쉬워하는 등 그 짧았던 시간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한국에 있는 분들은 폭염 속에 시차도 맞지 않아 늦은 저녁 및 새벽에 경기들을 보셨지만, 아쉬운 마음은 매 한가지일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오늘은 런던 올림픽 결산 마지막 편입니다.
일단, 여러분들께 질문 하나 던져 볼게요.
여러분들은 런던 올림픽 시상식 도우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영국 여자들의 외모가 별로네.
영국 여자들은 몸매 관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나?
영국은 남자도 도우미를 하네?
외모, 몸매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주변의 한국인들은 다들 한 목소리로 “이번 런던 올림픽 여자 도우미들 체격 진짜 좋다~” 라며 한마디씩 던지더군요. 실제로 시상식을 볼 때마다 상당히 튼실한(?) 몸매의 도우미들을 볼 수 있었을 거에요.
사실 영국 여자들이 체격이 좋고 살집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날씬하고 몸매 좋은 여자들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정관념인 "도우미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만 해야 한다" 를 확~ 깨버린 런던 올림픽이였습니다.
(출처: BBC)
보통 영국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성별, 나이, 외모 등 외적인 조건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입사 지원서(이력서)에 사진은 절대 첨부하지 않아요. 전에 영국에 온 한국 여학생이 사진 없는 이력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어요. (한국은 무조건 사진이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한국은 사진관이 많은가요?)
이번 런던 올림픽 시상대 도우미들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성별, 외모, 인종 등을 뛰어넘는 다양성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면은 한국이 정말로 배울 만한 점인 것 같아요.)
(출처: http://infortica.com/london-2012-olympics/victory-ceremonies/)
저는 런던 올림픽 시상식 도우미들의 몸매를 보면서, 한국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행사 시 도우미들의 외모, 몸매를 참 중시하는 편이지요. 특히 절대로 뚱뚱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다들 마른 몸매에 어리고 예쁜 여자들로만 뽑는 경향이 큽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설날마다 열리는 씨름 대회에 참석한 VIP 외국 손님들을 위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도 VIP 손님 접대 도우미들은 다들 키 크고 몸매 좋은 여자들이었답니다. 시급도 저보다 그 몸매 좋은 도우미들이 훨씬 높았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저와 그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그 사실을 알고 다들 울컥했답니다. ㅎㅎ
이처럼 한국은 올림픽도 아닌 씨름 대회와 같은 국내 행사 및 작은 지역 행사조차도 외모를 보고 도우미들을 채용하는데요, 영국은 크고 작은 지역 행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번 국제 행사인 런던 올림픽 시상식 도우미들도 외모에 관계없이 선정한 것 같습니다.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살다 온 저는 처음에는 올림픽 시상식 도우미를 보면서 그들의 건장한 체격에 놀라기도 하면서 “하필 저런 몸매를 가진 여자를...” 다소 의아해했지만 곧 그런 저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도 의식하지 못하게 “외모 지상주의”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외적인 조건(키, 인종, 외모) 에 제한이 없어 보이는 런던 올림픽 도우미 (출처: Google Image)
이번 런던 올림픽을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외모 지상주의 편견을 알게 되었고, 그나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편견을 가진 분들은 “왜 날씬하고 예쁘고 어린 여자들만 도우미가 되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라는 반문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한국 TV 에서 나오는 마른 몸매에, 과하게 인위적인 이목구비를 한 여자들의 모습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외모에 신경을 덜 써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영국처럼 한국도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 입니다. (영국에 사는 한국 여자들, 나중에 한국 가기 겁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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