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 구장에서 본 영국인의 응원 문화, 이색적

오늘 한국 대 가봉 전 경기를 보고 방금 집에 도착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아시겠지만, 웸블리 구장에 7만 6천명이 넘는 관중들이 모였답니다. 사실 저는 런던에서 열리는 한국 경기이므로 “아마도 웸블리 구장은 한국 홈 그라운드 일거야”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런던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다른 지역에서 사는 한국인들도 많이 올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그건 오산이었습니다.

웸블리 구장으로 가는 길에~~  

 

물론 한국인들도 많았지만, 영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수가 상당히 많은 거에요.

 

 

 

이상하네… 왜 외국인들이 웸블리 구장으로 가는 것일까??

 

정말 신기했던 것은 한 외국인의 손에는 태극기가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직접 그려서 만든 태극기였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웸블리 구장으로 가는 길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옷,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 태극기를 든 영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유니온 잭을 가지고 응원을 가는 영국인들도 꽤 많았고요.

 

 

 

 

 

전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한국 대 가봉 전 경기를 영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일까??

 

영국인들의 말을 직접 듣고 보니 그 수수께끼는 풀렸습니다.

일부는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영국인들이 한국을 응원하러 온 것이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올림픽 축구를 즐기기 위해 미리 표를 샀던 것이 바로 한국 대 가봉전이었던 것이에요.

 

여기에서 전 영국인들의 흥미로운 축구 응원 문화를 봤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단지 올림픽 축구를 즐기려는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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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대 가봉 전에 온 영국인들은 올림픽 축구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것처럼, 영국 빨간 축구 티를 입고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유니온 잭을 가지고요. 특히 가족 단위로 온 영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상당히 많이 띄었습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은 축구장에 소풍을 온 것처럼 유니온 신나게 흔들거나 사진 찍기에 바빴지요. 보통 축구 경기보다는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사진 찍고 음식 먹으면서 여유롭게 축구를 관전하는 모습이었답니다. (사실 그들은 승부에 관심이 없으니까요. ^^) 제 옆에 앉았던 영국인 부부도 자신들은 웸블리 구장에서 올림픽 경기를 즐기기 위해 왔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지 몰랐다고 "Fantastic" 을 외치시더군요.

 

 

 

 

특히 전반전 때에는 한국의 아까운 공격이 다 실패로 돌아간 후 한동안 경기가 지루해질 때쯤 갑자기 관중들의 파도타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경기를 보느라 관심이 없었지만, 대부분 영국인들은 경기가 지루했는지 그 때부터 그칠 줄 모르는 그들의 파도타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축구 경기보다는 약 몇 분 동안은 다들 파도타기에 심취에 끝날 줄 몰랐지요. 제가 대략 세워보니 열 번 넘게 파도타기가 있을 정도였어요. 나중에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지쳐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 국가 (한국 혹은 가봉)를 선택, 그 해당 국기를 흔들면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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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앉은 좌석은 선수들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꽤 가까웠는데요, 아쉽게도 대부분 가봉을 응원하는 영국인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들리는 대한민국 응원 소리를 듣고 저와 신랑은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쳤어요. 그 때마다 제 주변의 가봉을 응원하는 영국인들은 신기한지 저희들을 쳐다보았고요.  그들은 저희들을 보란듯이 가봉 선수가 골을 잡으면 얼마나 크게 응원을 하는지요.

 

 

 

 

 

다행히 제 앞쪽과 뒤에 앉은 몇몇의 영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저희들과 함께 한국을 응원하는데 동참해 주었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제 줄의 맨 앞 쪽에 앉아있는 영국인 꼬마들은 한국을 응원하는지 한국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얼마나 아쉬워하던지요. 그들을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한국을 응원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답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쉬지않고 코리아를 외쳤던 중국, 독일 어린이~~

 

 

또한 한 영국인 할머니는 손녀와 태극기를 흔들면서 응원을 하는 거에요. 왜 한국을 응원하냐고 물었더니, 손녀가 태극기를 프린트해서 한국을 응원한다고 하셨답니다.  이 분들은 태극기를 아예 착용하고 계셨고요.

 

 

 

이 곳 웸블리 구장에는 많은 한국인 응원단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영국인들이 한국보다는 가봉을 응원했어요. 교회나 단체 등지에서 가봉팀을 위한 서포터스를 조직해서 응원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봉 응원단의 수가 적으니까요. 또한 가봉이 한국에 비해서 열세라고 느껴서인지 그들의 편이 되어 응원을 해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앉아 있던 좌석은 가봉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 입장~

 

 

 

                                                   기성용의 멋진 코너킥 포즈~~

 

 

     두 국가 국기 챙겨와서, 기분 내키는 대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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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영국인들은 아예 두 나라의 국기 모두를 준비해 오는 센스도 보였습니다. 둘 다 준비한 후 분위기 봐가면서 응원을 하려고요. 한 영국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큰 아들의 얼굴에는 가봉 국기의 페이스 페인팅, 막내 아들 얼굴에는 태극기가 그려 있었어요. 그들을 본 많은 한국인들과 SBS 방송 관계자들도 흥미로운지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들은 인기 만점이었답니다.

 

 

 

 

한국과 가봉 국기 모두 준비한 영국인 아저씨~~

 

 

 

이처럼, 영국인들은 다른 나라의 경기를 지루하게 혹은 관심 없이 보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응원 준비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승부에 관심이 크게 없다 보니 전반전 끝나기도 전인 루즈 타임에 이미 다들 화장실이나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뜨고요. 후반전 경기 끝나기 십분 정도 남겨 두고는 많은 영국인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우루루~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ㅎㅎ

 

 

 

 

한 골이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고 저희들도 밖으로 나왔는데요.

밖에서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어요.

 

바로 “한국 학생들의 호랑이 코스튬”이 었답니다.

캠브리지에서 온 한국 남학생들은 Primark에서 직접 구입한 호랑이 복장을 하고 한국 축구 응원을 하러 온 것이에요. 그들이 밖에서 사진을 찍자~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신기한지 너도 나도 같이 사진을 찍겠다고 난리들이었답니다.  어떤 영국인은 한국 호랑이라고 자신의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게 하기도 하고요.

 

  

 

 

네덜란드 출신 아저씨는 호랑이 옷을 입은 한국 학생들에게 오렌지 색깔은 자기네 것이라며 우기시면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지요. 굳이 가방에서 오렌지 옷과 모자를 꺼내서 착용하시고 사진을 찍으신 거에요. ㅎㅎ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저희들은 집에 가는 것이 참 막막했답니다. 다행히 신랑이 이리저리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서 다행히 12시 전에 집에 왔습니다. 정말 영국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대형 태극기는 경기 규정 상 사용할 수가 없다해서, 웸블리 구장에서는 펼치지 못했답니다. 다들 아쉬운지 경기 끝나고 구장 밖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친 모습을 봤습니다. 원래는 제대로 다시 접으려고 펼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ㅎㅎ

 

 

 

다소 몸은 지쳤지만, 골이 안 나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상대 팀의 축구 경기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영국인들의 축구 응원 문화를 봤네요. 다만, 앞으로 있을 한국 - 영국의 축구 경기는 이렇게 느긋하게 보지는 못할 거에요. 이제 영국과의 8강입니다. 전 벌써부터 영국과의 경기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꼭 영국에게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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