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올림픽이 끝났는데도 여러분을 뵙네요. 품절녀님이 워낙 공사다망 하셔서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이번 런던 올림픽을 기다리면서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도 그렇게 살지 않았고요. 성화 봉송이 왔을 때에만 '아~ 올림픽 진짜 하긴 하는가 보다' 라는 느낌 정도였죠. 더군다나 한국에 살지 않다 보니 친구나 직장동료 등과 함께 올림픽을 즐길 수도 없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 이사문제도 올림픽에 신경을 덜 썼던 이유 중에 하나이겠죠.
그런데 막상 올림픽이 시작하자 한국에서 못지 않게 올림픽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일련의 오심 사태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요 -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만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바로 색다른 BBC만의 중계입니다.
(출처: BBC)
한국 TV나 인터넷 중계는 아무래도 한국팀 위주이고 우사인 볼트와 같은 유명선수나 미국 농구 드림팀이 나와야지 중계를 해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이번 한국 중계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그랬었네요.
이에 비해 BBC는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거의 모든 종목의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를 해 주었습니다. 만약 해설할 사람이 없으면 경기화면만이라도 중계를 해 줄 정도였습니다. 비록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예선은 어쩔 수 없이 특정 선수들의 경기만을 보여주더라도 8강 이상일 경우에는 빠짐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보고 싶은 한국 선수들의 경기 뿐 만이 아니라, 비록 한국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승마와 조정과 같은 국내(한국) 비인기 종목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국이 개최국이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는데요, 베이징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선명한 화질로 모든 경기들을 다 즐길 수 있었어요. (출처: BBC)
또 다른 이유는 BBC의 해설입니다. 영국전과 일본전 축구 관련 포스팅을 할 때 잠깐 언급을 하긴 했지만 BBC의 해설은 약간의 무미 건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축구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때는 큰 목소리로 흥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BBC해설은 대체로 해당 종목의 규칙에 무지한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네요. 특히 제가 관심 있게 본 태권도의 경우, 해설자들은 지루할 법도 하지만 매 경기마다 차등적인 점수 시스템과 비디오 판독에 대해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한국 방송사의 올림픽 중계는 메달을 획득한 선수 및 경기 중심, 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선수와 그 가족의 사연 등,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중계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에 비해 BBC 중계에는 한국과 같은 드라마는 없지만 차분하고 꼼꼼한 경기 해설과 전 경기 중계라는 것을 목표로 모든 사람들이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어차피 다른 영국 언론에서 드라마를 만들기는 합니다.)
참, 올림픽 개/폐막식도 해설 유무(Commentary)를 선택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이번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은 뮤지컬, 슈퍼 콘서트, 패션쇼 등으로 진행이 되어 그냥 해설없이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출처: BBC)
현재 iplayer에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이 올라와 있어, 영국에 있는 분들은 다시보기 가능합니다.
(출처: BBC iplayer)
한국보다 BBC 중계가 더 낫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다만 이번 BBC중계를 보면서 문득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 방송을 통해서 자국 경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니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한국의 방송 풍토가 딱히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 올림픽은 4년 후에 브라질에서 열립니다. 4년 후, 제가 어느 나라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 올림픽 때에도, 어느 나라에 있던지 이번 올림픽처럼 제가 즐기고 싶은 경기를 마음껏 시청하면서 – 친절한 해설과 함께 – 즐기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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