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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유독 외국인이 만족한 BBC 올림픽 중계, 왜?

by 영국품절녀 2012. 8. 14.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올림픽이 끝났는데도 여러분을 뵙네요. 품절녀님이 워낙 공사다망 하셔서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이번 런던 올림픽을 기다리면서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도 그렇게 살지 않았고요. 성화 봉송이 왔을 때에만 '아~ 올림픽 진짜 하긴 하는가 보다' 라는 느낌 정도였죠. 더군다나 한국에 살지 않다 보니 친구나 직장동료 등과 함께 올림픽을 즐길 수도 없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 이사문제도 올림픽에 신경을 덜 썼던 이유 중에 하나이겠죠.

 

그런데 막상 올림픽이 시작하자 한국에서 못지 않게 올림픽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일련의 오심 사태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요 -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만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바로 색다른 BBC만의 중계입니다.

 

(출처:  BBC)

 

한국 TV나 인터넷 중계는 아무래도 한국팀 위주이고 우사인 볼트와 같은 유명선수나 미국 농구 드림팀이 나와야지 중계를 해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이번 한국 중계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그랬었네요.

 

이에 비해 BBC는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거의 모든 종목의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를 해 주었습니다. 만약 해설할 사람이 없으면 경기화면만이라도 중계를 해 줄 정도였습니다. 비록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예선은 어쩔 수 없이 특정 선수들의 경기만을 보여주더라도 8강 이상일 경우에는 빠짐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보고 싶은 한국 선수들의 경기 뿐 만이 아니라, 비록 한국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승마와 조정과 같은 국내(한국) 비인기 종목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국이 개최국이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는데요, 베이징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선명한 화질로 모든 경기들을 다 즐길 수 있었어요. (출처: BBC)

 

또 다른 이유는 BBC의 해설입니다. 영국전과 일본전 축구 관련 포스팅을 할 때 잠깐 언급을 하긴 했지만 BBC의 해설은 약간의 무미 건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축구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때는 큰 목소리로 흥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BBC해설은 대체로 해당 종목의 규칙에 무지한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네요. 특히 제가 관심 있게 본 태권도의 경우, 해설자들은 지루할 법도 하지만 매 경기마다 차등적인 점수 시스템과 비디오 판독에 대해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한국 방송사의 올림픽 중계는 메달을 획득한 선수 및 경기 중심, 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선수와 그 가족의 사연 등,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중계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에 비해 BBC 중계에는 한국과 같은 드라마는 없지만 차분하고 꼼꼼한 경기 해설과 전 경기 중계라는 것을 목표로 모든 사람들이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어차피 다른 영국 언론에서 드라마를 만들기는 합니다.)

 

참, 올림픽 개/폐막식도 해설 유무(Commentary)를 선택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이번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은 뮤지컬, 슈퍼 콘서트, 패션쇼 등으로 진행이 되어 그냥 해설없이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출처: BBC)

 

현재 iplayer에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이 올라와 있어, 영국에 있는 분들은 다시보기 가능합니다.

                                                                          (출처: BBC iplayer)

 

한국보다 BBC 중계가 더 낫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다만 이번 BBC중계를 보면서 문득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 방송을 통해서 자국 경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니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한국의 방송 풍토가 딱히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 올림픽은 4년 후에 브라질에서 열립니다. 4년 후, 제가 어느 나라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 올림픽 때에도, 어느 나라에 있던지 이번 올림픽처럼 제가 즐기고 싶은 경기를 마음껏 시청하면서 – 친절한 해설과 함께 – 즐기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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