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방금 전국민을 밤새우게 한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은 밤잠을 설치셨을텐데요, 저와 품절녀님은 현지에 있어 잠을 설치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금메달 결정전은 아니지만, 오늘 경기가 아마 이번 올림픽 한국팀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BBC중계를 통해 본 한일전에 대해서 글을 쓰고, 내일은 카디프 밀레니엄 경기장에 갔던 친구에게 생생한 현장분위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는 지금까지 올림픽 경기 중에서 가장 긴장하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다른 종목이 지루했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다른 어떤 한국팀의 경기도 이번 축구경기처럼 약 2시간 동안 긴장하고 집중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경기의 해설은 주의 깊게 듣지 못하고 화면만 뚫어지게 봤습니다. 해설 자체도 경기 초반이라 그런지 선수들 소개 및 양팀이 예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물론 영국 축구 해설답게 상황 전개에 설명이 주를 이루네요. 참 영국인 해설자들은 한일전이 (아시아의) 더비매치라고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기는 했습니다.
사실 경기 15분이 지나면서 일본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본의 공격에 한국팀은 다소 거친 몸싸움을 통해 일본팀의 압박을 막아내다 보니 경고가 3장이나 나옵니다. 자칫 일본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경기는 전반 38분에 깨졌습니다.
전반 38분, 한국 수비진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박주영 선수는 침착하게 트래핑하고 수비수 3명을 제치고 그대로 슛. 드디어 선제골을 성공시킵니다. BBC 화면으로 보는 박주영의 선제골 장면이 정말 멋있더군요. 저희는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면서 승리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비교적 차분하게 해설하던 BBC 해설자는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자 흥분하며~
한국 1, 일본 0박주영, 한국을 위한 엄청난 환호... Great Visual Goal!!!!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 동안 BBC는 아무런 중계없이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며, 특히 화면에서 박주영 선수의 골을 여러 각도를 통해 무한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응원 온 사람들을 비춰줍니다.
후반이 시작되자 한 점을 뒤진 일본의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공격은 전반 초반에 비하면 날카로운 맛은 없어 보입니다. 짧은 패스 위주의 일본에 비해 긴 패스로 공간침투를 노리던 한국은 후반 10분, 구자철 선수가 헤딩 경합을 벌이던 공이 자기 앞으로 떨어지자 쇄도해 수비수의 발을 뚫고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BBC 해설자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2대0,… 이 골은 완벽히 한국을 위한 엑스터시입니다.
제가 봐도 오늘의 승부는 여기서 결정된 듯 합니다.
이때부터 한국은 수비를 더욱 단단히 하면서 더욱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줍니다. 김보경 선수의 중거리 슛이 일본 골피커 손에 맞고 골대에 맞고 나오게 되었는데, 만약 이 골이 성공되었으면 3-0으로 더욱 편한 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2-0으로 지나자 한국팀은 수비위주로 문을 잠그고 간간히 역습을 노리게 됩니다.
저희가 보기에 다소 수비적인 전술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BBC 해설자는 한국의 수비를 견고하다며 칭찬한 반면 일본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침투패스는 항상 일본을 위험에 빠뜨린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항상 (짧은) 패스로만 공격을 진행해,
이미 한국 수비는 다 들어와 버린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입니다.
“(박주영 선수의) 첫 골이 이 경기의 향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일본팀은 어떤 것을 시도해도 만들어나가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제가 봐도 일본 팀은 지쳤는지 안 하던 긴 패스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패스의 정확성은 전반에 비해서 확연히 떨어집니다.
경기종료 10분을 남겨놓고, BBC 해설자들은 한국팀을 다시 칭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번 예선부터 한국팀은 굉장히 잘 조직된(Extremely well-organised) 팀이라고 하며 수비가 굉장히 안정되었다고 하네요.
경기 종료 직전 일본의 헤딩골이 있었지만, 다시 보니 일본 공격수가 정성룡 골키퍼를 몸으로 밀었더군요. 해설자들은 심판이 정확하게 보았다고 하면서, 심판이 보기에는 이것이 경고를 줄만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주네요.
드디어 경기가 끝나자 해설자들은 한국의 승리를 축하하며 다시금 “또박또박” 말합니다.
한국 2, 일본 0.
경기 종료 후~ 충격에 쌓인 일본 선수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한국의 병역문제는 이미 꽤 알려진 이야기인가 봅니다. "이들은 한국팀의 동메달 획득을 축하하면서 이들은 올림픽 메달 뿐 만 아니라, 한국 정부로부터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다.” 라면서 웃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한국팀을 극찬합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잘 조직되었고 골 결정력도 있었으며 일본에게 어떤 찬스도 주지 않았다. 또한 육체적으로도 앞섰다. 한국은 아시아의 프라이드입니다.
사실 구자철 선수의 골이 터진 이후부터는 조금 편안하게 봤습니다 품절녀님은 심장 쫄깃해진다면서 경기를 듣기만 하면서, 친구와 카톡으로 서로 문자 중계를 합니다. 2대0 승부가 거의 확정된 경기 종료 10분 전이 되어야 슬슬 자리를 옮겨 경기를 보더군요. ㅎㅎ
All photos copyright BBC
예선을 거치는 동안 일본팀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Rising Sun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대한민국에 막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네요. 같은 호텔에서 묵는다고 하던데 밤새도록 이어질 한국 선수들의 환호성을 일본 선수들은 어떤 기분으로 들을까요? 아무튼 박주영, 구자철 선수, 그리고 모든 한국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 내일은 한일전을 직접 본 친구를 통해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다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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