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에 하나가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보기" 입니다. 한국 인터넷을 통해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순간 이동하는 능력이 있다면 참 좋겠다' 싶어요. 한국에 있었을때에는 퇴근한 신랑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심야 영화를 자주 보러다녔는데요. 제가 사는 영국 시골에도 오데온이라는 작은 영화관이 있지만, 크게 보고 싶은 외국 영화가 없었던터라 아직까지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네요.
전에 브리스톨에 살 때에는 버스를 타고 약간 외곽으로 나가면 VUE라는 대형 멀티 플렉스가 있었어요. 그곳은 한국의 코엑스 영화관과 비슷해서인지 친구들하고 자주 갔었거든요. 거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한국 영화 "괴물"이었어요. 그 당시 그 곳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된다고 해서, 그 당시 브리스톨에 살던 한국 인들이 단체로 그 영화를 관람했었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관객이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고, 단지 두 명만 영국인 젊은이였어요. 그들이 저희들을 보면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왜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사실 영화가 저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래도 타지에서 한국 영화를 영국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재작년에 여기 캔터베리 켄트 대학교 내의 영화관에서는 가수 비가 나오는 "닌자 어쌔신"이 상영되었습니다. 물론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지만, 비가 나오는 영화라서 그런지 관심이 가더라고요. (시간이 안 맞아 보진 못했지만요.)
칸 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유명 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초대되곤 합니다. 아무래도 유럽 영화제들은 흥행과 좀 거리가 있는, 즉 대중성 보다는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주로 출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 영화를 좋아하는 유럽인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습니다. 특히 그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복수 시리즈 3부작인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을 좋아하네요.
특히 신랑과 같이 공부하는 프랑스 친구들이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더군요. 예전에 프랑스 친구들에게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갔을 때, 한 친구는 복수 시리즈물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저보다 더 깊게 알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올드보이에서 본 산낙지 먹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저에게 산낙지를 먹어 본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어요. 그들을 통해, 저는 프랑스인들은 작가의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느낌이지요.)
Trilogy of vengeance (복수 시리즈)
한편 제가 만나본 영국인들 중, 영화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저도 본 영화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조직의 보스(김영철 분)가 자신의 부하(이병헌 분)를 왜 그렇게까지 다루어야 했는지 의문이거든요.
유명한 대사와 명장면을 볼까요?
달콤한 인생의 명장면 중
부하: "저한테 왜 그랬어요?"
보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부하: "아니 그거 말고, 진짜 이유요... 많이 생각해 봤는데, 진짜 모르겠거든요...
"나 진짜로 죽이려 했어요? 7년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한 날...."
제가 개인적으로 로맨틱 영화광이라 이런 장르에는 약하거든요, 혹시 이 대화의 의미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보스의 여자 (신민아 분)에게 아주..그것도 매우 살짝 관심만 갖은 것이 죽일 만큼 잘못한 것인지 이해가 사실 안되거든요. 뭐 감정을 들킨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요.
이 밖에도 유럽인들이 관심 있는 한국영화는 전쟁 영화인 "JSA"나 "태극기 휘날리며", 그리고 공포영화인 "장화 홍련"도 공포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울 신랑 절친 독일인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전쟁 영화의 마스터 피스라고 하면서 이보다 나은 전쟁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극찬까지 했다고 하네요. 예전에 유럽 및 미국에서 일본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작가주의가 강한 일본 영화는 평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한국영화도 단지 국제 영화제를 넘어서 영화를 좋아하는 유럽인들 - 특히 반헐리우드 성향의 유럽인들 - 에게는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막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유럽인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에게 외국영화가 어필하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될 때에는 독어 더빙을 했다고 들었거든요. 유럽에 영화의 한류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영화가 꾸준히 유럽인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에요.
한국 영화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더욱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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