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자신의 시어머니가 한국 사극에 빠져 있다는 루마니아 대학원생에 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극만 보는 유별난 유럽인 시어머니, 못말려 (관련 글)
영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그녀는 남편과 떨어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루마니아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가 자주 오는 것 같았습니다.
울 신랑: 영국에서 혼자 지내기 힘들지 않니?
루마니아 여학생: 아니, 난 지금 영국 생활을 너무 즐기는 중이야.
울 신랑: 정말??? 무엇이 그렇게 좋은데??
루마니아 여학생: 영국의 대학원 시스템과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루마니아의 대학과 비교해 너무 좋은 것 같아.. 솔직히 루마니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야~~
저도 요즘 할 일이 많아서 신랑을 따라 연구실에 같이 가곤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도 영국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하고도 잠깐 이야기를 해 봤는데요. 원래 자기는 6월말에 루마니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시 이 곳에 지원해서 적어도 영국에서 반 년이상 연구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 여학생은 공부를 하다가도 가끔 자신의 루마니아 친구와 온라인 채팅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녀의 루마니아 친구는 거의 한국 영화, 드라마, 예능에 푹~ 빠져 있다고 했어요. 특이한 것은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까지 섭렵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저도 안 보는 1박2일까지 즐겨본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저는 한국 드라마, 영화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예능까지 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놀랐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예능을 보고 재미있어한다니, 루마니아와 웃음코드가 비슷한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동유럽 국가 중 루마니아는 특히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고 해요. K-POP 팬들이 모여 만든 4인조 여성 그룹 "JUNNO GIRLS" 가 있을 정도니까요. 코믹 춤을 너무 잘 추네요. ㅎㅎ 마지막에 개그 콘서트에서 유행시킨 "감사합니다"코너를 따라하는 장면까지 나오네요. ^^ 진짜 대단한데요~~
그런데 어느 날 – 제가 시내에 볼 일이 있어 학교에 안 간 날입니다 - 그 여학생은 대뜸 한 울 신랑에게 "신현준을 아냐"고 물어보더랍니다. 그래서 안다고 했더니, 그가 출연했던 뮤직 비디오 음악에 대해 물어봤다고 해요. 그 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울 신랑은 눈만 깜빡깜빡 거리면서 "그게 뭐냐"고 되물었더니 그녀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 높여 하는 말~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뮤직 비디오를 모를 수가 있는 거야?? 루마니아 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런데, 한국인인 너는 왜 몰라???
그녀는 자신의 컴퓨터로 신현준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울 신랑을 막 구박하더랍니다. 신랑은 그 뮤직 비디오를 아무리 봐도 신현준만 알고, 무슨 노래인지는 통 모르겠더랍니다.
그런데 그 유럽 여학생이 말한 뮤직 비디오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Kiss의 여자이니까~
그 루마니아 학생은 이 뮤직 비디오 내용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고 해요. 실제 루마니아에서는 노래보다는 뮤직 비디오 내용 자체가 너무 슬퍼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는 뮤직 비디오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신랑은 한국에서 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에이트의 잘가요 내사랑"의 뮤직 비디오를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울 신랑이 무척 좋아하는 노래거든요.)
신랑은 집에 돌아와 갑자기 오래 전에 유행했던 "키스의 여자이니까" 뮤직 비디오를 보여 주더군요.
신랑: 혹시 "키스의 여자이니까" 알아? 뮤직 비디오는 신현준이 나오던데...
저: 당연히 알지... 내가 노래방에서 얼마나 많이 불렀던 노래였는데.... 그건 왜??
울 신랑: 오늘 그 루마니아 여학생이 물어보더라고...난 모른다고 했더니 난리인거야...
저: 이 노래 몰라?? 어떻게 이 노래를 모를수가 있지.. 이 노래 한 때 인기 많았었는데....
울 신랑: (버럭 화를 내면서) 모를 수도 있지... 오늘 안팎으로 이 노래 모른다고 왜 이리 난리들이야~
울 신랑은 학교, 집에서 두 여자가 "왜 모르냐고" 막 쏘아 붙여 황당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이 노래가 나온 지 한참 된 것 같아요. 역시나 10년이 지난 노래네요. 한국 가요를 종종 듣는 울 신랑이 이 노래를 몰랐던 이유가 있었어요. 군대 제대 이후(키스 음악이 나온 당시) 몇 년간 드라마, 영화 물론 음악까지 전혀 보지도 듣지도 않았었다고 합니다.
루마니아 한류팬 (출처: Google Image)
제가 늘상 하는 말이지만, 모든 유럽인들이 한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직은 소수인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도 1박2일까지 즐겨보는 유럽 한류팬이 있을 정도로 그 저변이 넓혀져 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울 신랑이 자기 전에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한류 때문이라도 자기도 K-pop 공부 좀 해야 할 것 같다고요. 종종 저 역시도 제가 모르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물어오는 한류팬들이 있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기하고 기분 좋은 유럽의 한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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