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난 외국 학생이 가진 한국의 이미지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인 = 김치"라는 수식입니다. 물론 김치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비교적 대도시 출신 외국인들에게는 불고기와 함께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 음식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중미 출신 대학생이 있는데, 제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깐 자동적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김치"였습니다. 그는 런던에 살면서 김치를 먹어 봤는데 무척 맛있었지만 자신에게는 많이 맵다고 했어요. 점점 외국 젊은이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질 뿐아니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해지곤 합니다.
최근에 울 신랑을 통해 들었던 "김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드릴까 합니다
신랑과 알고 지내는 동료 중에 작년에 박사과정에 입학한 1년차 독일인 남학생이 있습니다. 신랑의 전공이 정치학이기 때문인지 보통 다른 학과의 학생들보다는 정치학과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관심은 다소 있는 편입니다.
신랑과 독일인 친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뜸 그가 내뱉은 말~
난 김치를 좋아하고 참 맛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김치에 질려 버렸어~~
도대체 그 독일인 학생은 김치를 얼마나 먹었길래 "질렸다"라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알고보니 독일인 학생의 아버지가 현재 한국의 모 대학 교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 시절에 잠깐 생활 한 적이 있다고 했어요. 아마도 그 친구는 아버지가 거주하고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지냈다 봅니다. 그러면서 식사는 대부분 학교 식당에서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 식당에는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반찬이 있는데....다들 아시겠지요?
바로 한국인들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 입니다.
독일인 학생은 매일 나오는 김치를 먹으면서 처음에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나중에는 김치에 완전 질려버렸답니다. 또한 그는 그렇게 많은 종류의 김치가 있는 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전 그 독일인 학생의 말을 전해 들으면서, 전적으로 동감이 되더군요. 사실 영국에서 홈스테이 및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은 영국 "감자" 에 질려버리곤 합니다. 영국인들의 주식이 감자거든요. 그래서 감자는 메인 음식에서 빠짐없이 들어가 있을 정도에요. 예를 들어, 오븐에 구운 자켓 포테이토, 삶은 매쉬 포테이토, 튀긴 칩스 등등...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감자에 질려 홈스테이를 떠나기도 하는 등 음식 때문에 영국 가족들과의 생활이 힘들다면서 앞으로 감자는 당분간 전혀 먹고 싶지 않다는 한국인도 봤습니다. 물론 한국 학생들을 배려하여 밥 등 다양한 음식을 주는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요.
독일에도 김치와 약간은 비슷한, 물론 전혀는 맵지는 않은, "사우어 크라웃"이 있습니다. 저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요.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발효시킨 음식으로 김치보다는 신맛이 좀 강하기는 합니다. 한국에서도 정통 독일식 호프집에 가면 안주로 사우어 크라웃이 나오니 맛을 비교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한국에 있는 동안 김치라는 김치는 다 맛본 것 같았어요. 그는 어느 음식점에만 가도 김치가 반찬으로 항상 나오는데, 정말 한국 사람들 김치 사랑이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하긴 저희도 최근에 아는 한국 분 집에서 갓을 얻어와 갓 김치를 담았는데, 거의 한 달은 매일 먹고 있지만,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 것을 보면 전 토종 한국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마지막에 한 말이 압권이었습니다. 귀국 길에 대한항공을 탔는데, 식사로 또 김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오 마이 갓~" 이라고 절로 외쳤답니다. 한국에서 한국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 다녀온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한국 음식, 특히 김치는 먹고 싶은 생각은 아직까지도 없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젊은 유럽 친구들은 저에게 한국 음식 해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았었는데요, 그 친구는 지난 1년 동안 울 신랑에게 한 번도 한국 음식 먹고 싶다는 말 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요. 아마 정치학과 학생중에 한국 음식을 단기간에 과다 섭취한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학생은 언제쯤이면 한국 음식이 그리워 질까요? 아직까지는 과유불급이 딱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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