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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한국 여성이 전혀 몰랐던 영국인의 시집살이

by 영국품절녀 2012. 3. 12.



많은 한국 여자들이 시댁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넝굴째 들어온 당신'의 여자 주인공이 결혼 이상형으로 "능력 많은 고아"를 꼽는다고 해서 이슈가 되기도 하고요. 주변 한국 아줌마들은 모이기만 하면, 시댁 흉보기에 온통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포탈 사이트의 글만 보아도 시댁과 관련한 다양한 사연들이 하루에도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오죽 한국 아줌마들이 답답하고 힘들면 이럴까? 하는 생각에 이해가 되기도 하지요.

 

보통 한국 여자들은 생각하기에 영국은 시집살이가 없을 거야하고 단정 짓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시집살이의 정도를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므로 시집살이가 없는 것은 아닌 가 봅니다. 사실 시집살이라는 것이 본인이 느끼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시부모님의 잦은 전화와 방문이 A에게는 사랑과 관심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B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 상대방의 성격과 환경에 의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일 것 같아요.

 


평범한 영국 가정에서 일어나는 고부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 한국과 너무도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영국도 시부모와 함께 살기도 해~


저는 영국인들은 무조건 결혼하면 따로 독립해서만 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국 실업률 증가 및 비싼 집값으로 인해 점점 영국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따로 사는 비율이 훨씬 높긴 하지만요.) 제 주변에도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시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함께 살다 보면, 시부모의 눈치를 봐야 할 때가 많지요. 거기다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힘들수도 있어요.

 

특히 영국인 시어머니 중에는 며느리 시집살이를 엄청 시키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특히 자신이 반대한 결혼을 한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고 합니다. 외출하는 며느리에게 자기 아들이 벌어 온 돈을 쓰는 게 아깝다고 남에게 험담을 하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집안 일을 하며, 자신을 정성껏 돌보는데도, 게으르고 성격이 이상하다며 며느리를 힘들게 한다고 해요. (그 분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그 고통을 감당해 내는 것 같았어요.) 어떤 부잣집 시어머니의 경우에는 며느리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집으로 들어와 살라고도 했답니다. (남편의 만류로 다행히 함께 살지는 않았다고 해요. 그래도 가족 모임을 할 때마다 참 힘들다고 합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영국 여성들의 약 60% 이상이 고부갈등 (Mother in law and Daughter in law  conflict)으로 장기간의 결혼 생활이 불행하고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합니다. 또한 캠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가 쓴 책 [What Do You Want From Me?] 에서 보면, 대다수의 영국인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는 아들을 향한 지나친 집착과 며느리인 자신에게 질투를 느낀다고 적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어머니들도 자신의 며느리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보통 영국과 같은 서양 국가에서는 장모와 사위 (Mother in law - Son in law) 관계가 안 좋다고 알려졌잖아요.
이를 반영하듯, 영국에는 장모 관련된 농담이 있어요.
'Two men were in a pub. (두 명의 남자가 펍에 있었습니다.)
그 중 한명 曰: "My mother-in-law is an angel." (우리 장모는 천사야.)
그랬더니, 옆에 있는 친구 曰:  "You're lucky. Mine is still alive."' (넌 운이 좋구나, 우리 장모는 아직 살아계셔.)

이해 하셨나요?
얼마나 장모가 싫었으면.....

그런데 영국에서 조사한 20년에 걸친 연구 결과는 좀 달랐어요.
영국 기혼 남녀를 상대로 조사해 보니, 75%가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했으며, 단지 15%만이 장모 - 사위간의 갈등을 꼽았다고 합니다. 

                                                                                (출처: www.guardian.co.uk)




                          아마존 베스트 셀러인 "며느리가 알아야 할 규칙" 이에요. 
                                               (출처: 구글 이미지) 
                           

영국의 가족 모임도 한국 만만치 않아

 

영국에서는 국제 결혼 혹은 타 지역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면, 여자 쪽에서 결혼을 합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결혼을 하면 여자들은 남자를 따라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크게 직업, 학교 등의 문제가 아니면 보통 영국 남자들은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곳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국제 결혼을 한 한국 여자들은 보통 남편의 부모가 사는 지역에서 살고 있어요.

 

영국인들은 일년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활절, 크리스마스, 생신, 다양한 기념일(결혼, 가족 생일, 어머니의 날 등)에는 가족이 모두 함께 만나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가족들마다 더 자주 모이는 경우도 있고요. 영국인과 결혼한 한국 친구는 시부모가 가족 모임을 좋아해 자주 시댁에 간다고 합니다. 또한 시어머니께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티타임을 갖자고 집에 오시고요. 주말에는 시부모와 함께 뮤지컬, 영화 등을 보러 런던에 가기도 한다는 군요.

사람에 따라 시부모와의 잦은 만남을 시집살이라고 생각하여 싫을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친구는 가족 모임을 즐깁니다. 심심한 영국 생활에 유일한 친구가 시댁이라고 하면서요.  (,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시어머니는 집안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요. 그저 옆에서 가볍게 도와주는 정도로 충분하지요.)
 

이에 반해, 영국인과 결혼한 일본 여자 친구는 시댁의 방문에 정색을 합니다. 신랑의 직장 때문에 시댁과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시부모가 아들을 보고 싶다며 자주 오라고 하시나 봐요. 그런데 그녀는 가족 모임이 너무 싫다고 안 갔으면 하더군요. (물론 시부모님께서 잘해주시지만요.) 그녀는 오로지 남편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도 남편은 부모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기 때문에 자주 가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며 불평이 대단했지요.

 

영국에 살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영국이어서 특별할 것도 한국만 유독 시집살이가 있는 것도 아니더군요. 여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전에 미혼인 한국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영국은 시집살이가 없을 것 같아 영국인과 결혼하고 싶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여기도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요. 물론 국제 결혼을 하신 분들은 그래도 한국 시어머니보다는 영국 시어머니가 낫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일부 한국 미혼 여성들 중에는 단순히 한국 시집살이가 싫어서, 영국은 뭔가 다를 것 같다는 환상만으로 결혼 상대자를 영국인으로 찾는 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영국 시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집살이가 있을 수도 있고요. 또한 시집살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상치 못한 시부모님 혹은 다른 가족들의 행동과 말이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분명 있거든요.

또한 영국인과 결혼해서 시집살이 없을 것이라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그들이 실제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르면서요. 솔직히 한국도 모든 며느리가 다 시집살이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 주변에도 보면 좋은 시부모님과 고부갈등이 전혀 없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저 역시 영국 오기 전에 2년 정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었는데, 고부간의 갈등은 없었거든요.


 

따라서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요
영국인 남편을 둔 한국 여성들 그저 부러워 하지 마세요. 결혼 생활,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