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영국 대학에 입학한 한국 학생들을 보면, 국제 학교를 졸업한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이른 조기 유학이 아니더라도, 외고 혹은 일반고를 다니다가 도중에 영국행을 선택한 유학생들도 꽤 많고요. 게다가 최근에 자녀의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과 관련되어 노현정, 박상아가 검찰 소환 예정이라는 기사도 있었듯이, 외국인 학교 부정 입학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요. 특히 요즘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국제 중학교 입학에 관심이 온통 집중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부모 및 학생들은 국내보다 "외국 교육"을 선호하는 것일까요?
먼저, 제가 영국에 온 한국 학생들에게 들었던 말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갑니다.
왜 영국으로 공부하러 왔니?
Oxford University (Source: Google Image)
그들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외고생들) 어차피 외국 유학을 할 계획이었는데, 미리 앞당긴 것 뿐이에요.
(국제고 졸업생)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외국에서 공부하는게 낫다고 해서 유학 왔어요.
(일반고 졸업생) 한국 대학 교육, 별 것 없대요.
(명문대 대학생들) 대학 졸업한 선배들을 보니, 미래가 암울해서요.
(Source: search.kukinews.com)
일부 한국 유학생들의 대답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건대,
유학 온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한국 부모 및 학생들은 공교육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 제가 봐도 요즘 많은 한국인들은 공교육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선행학습을 미치도록 시키지요,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에게 더 배울 것이 많고 무한 신뢰를 하고요.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는 것인데요, 제가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교사 엄마를 둔 친구들이 훨씬 학원 및 과외에 몰두하는 것을 봤습니다. 영국에서도 보면, 한국 학생들의 부모의 직업이 교사 혹은 교수들이 참 많답니다.
2. 국내 대학 4년내내 배운 것이 없다 or 대학 나와봤자 미래가 없다.
한국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닌 그저 취업을 하는데 필요한 학위증을 주는 용도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이러니 국내 대학을 졸업한 일부 한국인들은 대학 교육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지요. 게다가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보다는 취업 스펙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토익 등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천편 일률적으로 대기업, 교사, 공무원 등 고시 준비에만 치중하는 졸업생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들 역시 암울한 미래가 두려운 것이지요.
제가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요, 취업이 그렇게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에서는 해외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을 우대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분야마다 다를 것이지만요, 해외 대학 교육을 더 높이 평가하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어학 능력에서도 국내 대학 졸업자들보다는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여긴다는 거에요. 최근에 영국 대학 석사를 졸업한 한국인의 말을 들어봤는데요,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하자마자 (자신의 전공과 관련하여) 상당히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되었답니다. 비록 그가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했어도, 그 당시에는 들어가지 못했던 곳을 이번에는 쉽게(?) 들어간 거에요.
취업 인터뷰 중 한 대목~
영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나?
"음.. 거긴 못 들어봤는데..."
(사실 한국인이 아는 영국 대학이라면, 고작 해봤자..옥스포드, 캠브릿지, LSE 정도 아닐까요? )
"그래도 한국대학 보단 낫겠지, 영어도 잘 하겠고..."
이런 이유로, 한국 학생들은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리나 봅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들 역시 자녀를 해외 대학에 보내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귀국해서 직업을 구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혹은 아예 해외에서 취업을 하기를 바라기도 하지요.
전에 어른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국은 정말 큰일이다, 경제 사정이 어느 정도 괜찮으면 다들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있으니... 한국에서 돈을 벌어... 해외에 다 퍼주네...쯧쯧..
(지방에서 사셨던 분) 동창회를 나가보니, 나만 서울로 자녀들을 대학 보냈더라고.. 난 서울로 대학을 보내는 것도 돈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나는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였어... 내 주변 동창들은 다들 애들을 해외로 대학을 보냈어..
저희 부부는 대학까지 다 한국에서 나온 경우라서 그런지,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해외에 나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사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긴 합니다. 게다가 해외 유학을 선택한 이유 역시 한국 공교육 신뢰 추락, 대학 교육 질 저하 및 취업난을 통해 일어난 일이니까요. 한국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점점 늘어나는 교육 외화 유출은 한국 경제에 득보다는 실이 크겠지요. 저 역시도 유학 경험이 있는 자이기에 절대로 해외 유학을 반대하지는 않지만요, "한국 대학 나와봤자 뭐해?" 라는 이유로 유학을 선택하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느낌 지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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