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된 후부터 저에게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외출 시 사진기와 수첩을 꼭 챙깁니다. 또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전에는 가볍게 듣고 즐기기만 했던 남들과의 대화를 이제는 메모 혹은 기억을 해 놓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습관을 신랑에게까지 강요를 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 가는 신랑에게 뭔가 학교에서 재미난 일이나 쓸 소재거리가 있으면 잘 기억해 와, 사진 찍어와~~ 등등 주문을 하곤 합니다.
해외 블로거인 저는 블로그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이 말은 국내 블로거는 블로거 운영이 쉽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블로그 운영은 모든 블로거들에게 어려운 숙제이자 삶의 한 부분이지요. 제가 사는 영국은 한국보다 9시간이 늦기 때문에 국내 블로거들이 발행을 시작하고 방문자들과 소통 할 때 저는 취침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서 피곤한 날에는 예약 발행을 하거나, 발행되는 것만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일 저 일 하다 보면 한국은 이미 오후 시간이지요.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늦은 밤 혹은 새벽까지 이웃 블로그 방문을 하다 보면, 아침에 신랑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줘야 하고, 아침도 챙겨줘야 하는데, 신랑이 늦게까지 블로그 일을 하고 못 깨는 저를 위해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나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신랑은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등 떠밀어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래도 이 정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며 자랑스러워 합니다.
좁은 한인 사회가 있는 캔터베리에 살다보니, 울 신랑은 "내 이야기 좀 그만 쓰면 안 되겠냐"고 하지요. 종종 캔터베리 시내 혹은 학교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제 글을 읽고 "~ 하셨다면서요?" 이렇게 아는 척을 하면 참 머쓱해 하네요. 특히 어제같은 경우, 신랑은 자신이 써 준 결혼 기념일 카드 내용의 글을 보더니, 너무 창피하다면서 닭살 돋는다고 난리네요.
블로거 배우자들이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사생활 노출 아닐까 싶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한편, 블로거를 하는 저를 보는 가족들의 반응도 가지각색 입니다. 이번 한국에 갔을 때에 제가 아침부터 블로그 글 발행 때문에 노트북을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니깐, 그 모습을 본 동생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봅니다. 친정 부모님은 하루 종일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저의 건강을 걱정하십니다. 사실 블로그 운영한 후부터 목 뼈가 일자로 되는 바람에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두 달간 받고 왔거든요.
다행히 저는 신랑이 블로그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글 제목도 같이 생각해 주고, 소재거리도 자주 물어다 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아무 탈 없이 블로그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들은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 주고 도와주어야 좀 더 편안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는 가족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
블로거로서 가족들의 사생활을 지 켜주지 못 해 미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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