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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BBC에 나온 김치의 세계화, 우려되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4. 2. 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제가 지난 주에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다는 소식은 이미 품절녀님께서 포스팅을 했네요. 댓글을 통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것 감사 드립니다. 막상 제출하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아쉽기도 하네요.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일단은 조금 쉬었다가 차분히 최종 구술 시험을 준비해야겠네요. 그런데 지금 기분은 군대에서 막 제대해서 어리둥절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김치 (Kimchi)" 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영국 온 이후로 제가 줄곧 김치를 담가왔습니다. 약간 부끄럽긴 하지만 주변에서 먹어본 분들은 꽤 맛있다고 칭찬도 해주시더군요. 딱히 비법은 없습니다. 그저 넣어야 할 것만 듬뿍 넣어주면, 어느 정도 맛은 나오는 것 같으니까요. 제가 집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보니 김치가 생각 이상으로 유명하네요. 특히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친구들 중에서는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한 중국인 부부에게 제가 담갔던 김치를 조금 싸서 줬더니 너무 맛있었다면서 송년 파티에 초대해 주더군요. 스케일이 다른 중국인들, 그 날 중국음식 배 터지도록 먹고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2월 4일), 영국 BBC에 김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런던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김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확실히 요즘 유럽 젊은이들은 매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기성 세대보다는 덜한 것 같긴 합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세계에 김치 알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약 100억에 가까운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고, 민간 기업에서도 "덜 맵고 덜 짠 김치" 를 개발 중에 있더군요.

 

(출처: BBC)

 

 

 

BBC에서는 한국 정부가 김치에 대한 투자를 하는 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우선 서구 음식이 점점 국내 식탁을 점령하면서 김치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랍니다. 기사에는 "사람들이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김치를 잘 먹지는 않잖아요"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품절녀님은 파스타 먹을 때에도 김치를 먹는데 말이지요. 또 다른 이유로 BBC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은, "한국 정부가 김치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아이콘으로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 이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한국 김치 알리는 영국 남자

 

아무래도 BBC 뉴스의 소재로서는 북한보다 인기가 덜한 한국 관련 내용이니 반가운 마음에 읽어 봤습니다. 그런데 읽은 후의 느낌은 왠지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부가 김치 관련 R&D 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니다. 다만 정부의 문제는 음식 홍보나 마케팅에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몇 년 전, 영국에서 겪었던 조금은 황당했던 제 경험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작년 런던 템즈강 페스티발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한국 전통 문화와 음식, 그리고 K-POP을 알리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거의 한국의 모 식품기업의 홍보 무대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양일간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대형 스크린에서는 행사 중간마다 그 기업의 TV 광고로 도배되었으며, 그 기업의 음식들만 잔뜩 있었지요. 또한 그 기업이 영국에서 개업한 한식 레스토랑의 광고도 물론 빠지지 않았어요.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아 음식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됩니다. 다만 대기업 한 곳에서만 협찬을 받아야 했는지는 의문이더군요. 한국 음식 문화 축제인지 그 기업 홍보 무대인지 도무지 구분이 되질 않았습니다. 과연 정부가 주도하는 것인지 기업이 주도하는 것인지 조차 헷갈리더군요. 무엇보다도 짙은 상업색은 템즈강 페스티발이라는 행사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또한 제가 참 답답했던 광경을 목격했는데, 한식 소개면 적어도 런던 현지 한식 레스토랑 소개 및 위치가 들어있는 정보 책자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한국 문화원에는 잘 만들어진 런던 한식 레스토랑 소개 책자가 있거든요.) 한식 식재료에 관심을 보이는 한 영국 아저씨가 한식 레스토랑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런던에는 많은 한식 레스토랑 있으니 찾아 보세요."  했습니다.

 

 

이에 비해 매년 제가 사는 작은 소도시에서 열리는 

태국 음식 축제는 꽤 인상적입니다.

 

 

소규모지만, 주요 영국 도시를 찾아 다니며 태국 음식을 홍보 및 판매하는 한편, 간단한 전통 무용 등을 공연합니다. 태국 정부와 현지 태국 음식점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교민 및 유학생들이 음식 홍보 행사에 참여하더군요. 즉, 행사에 대한 모든 비용과 감독은 정부 쪽에서 맡지만, 현장 행사는 현지 레스토랑, 교민 및 유학생들이 주도했습니다.

 

 

 

 

특히 태국 관광청이 한 켠에 부스를 마련해서 태국 음식 및 현지 음식점 소개 및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홍보와 프로모션도 진행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매년 열리지만 영국 현지인들의 관심은 꽤 높아 보였습니다.

 

 

 

BBC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김치가 싸이처럼 전 세계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나온 김치 대모님(Grand Master)은 궁극적으로 외국인들도 집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조리법을 개발하고자 한답니다. 꼭 김치를 한국의 상징적인 음식으로 세계인에게 알려야만 하는가라는 논의는 뒤로 하고서라도, 한국 정부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 잡을지 의문이 듭니다.

 

 

싸이는 한국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순수하게 그의 캐릭터와 음악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한 때 사로 잡았습니다. 사실 싸이가 아이돌이 중심인 K-POP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만, 세계인들은 아이돌 대신 싸이를 선택했지요. 단순히 비교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세계인들에게 어떤 특정 음식을 무조건 강요하기 보다는,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경험하게 하고 그들 스스로 개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을 선택하게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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