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 주부이지만, 워낙 요리에 관심이 없어 김치를 제가 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살았어요. 영국에 오니, 김치는 그립고,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김치는 받기가 무섭게 동이 나지요. 그러다가 울 신랑이 워낙 김치를 잘 담그니, 전 옆에서 조금 거들뿐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는 통 관심이 없고, 결과물인 김치 맛보기에만 열중했었지요. 그러다가 신랑이 최근에 너무 바빠서 제가 모든 요리에 책임을 지게 되었어요. 언제 김치를 먹었는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요즘, Tesco에서 배추가 반 값 세일로 55p에 팔길래 얼른 8개를 사왔지요.
바쁜 신랑에게 김치을 담가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배추를 그냥 놔두고 있자니, 말라 버릴까 걱정이 되었어요. 안되겠다 싶어, 이번 기회에 내 생애 첫 김치를 담가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배추를 잘라 소금에 절였어요. 여기 배추 크기는 한국의 배추 한 포기의 약 1/4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냥 먹기 좋게 잘라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편리해요.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 약 5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어요.
다음은 김치 속에 들어갈 무로는 스웨이드를 선택했습니다. 한국 무처럼 생긴 것을 캔터베리에서 구하기가 다소 힘들어서요. 스웨이드는 딱딱해 자르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참 맛있답니다. 이번에 전 스웨이드 한 개를 몽땅 채로 썰어서 넣었어요.
스웨이드를 한 개 다 채 썰어 놓은 거에요. 팔이 무척 아프답니다.
다음으로는 김장 속을 만드는 일이에요. 전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수고스럽지만, 양파, 생강, 마늘, 매운 빨간 고추를 다 갈아 넣었어요.
스웨이드, 양파, 매운 빨간 고추, 생강, 마늘을 넣은 모습이에요. 여기에 파와 찹쌀 죽, 매실 엑기스, 설탕 조금, 새우젓, 액 젓(Fish sauce)을 듬뿍 넣어 비비면 됩니다. 전 양파를 갈다가 손에 상처가 나서, 신랑이 대신 비볐습니다.
울 신랑이 김치 속 재료와 배추를 섞는 모습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졌어요. 먹음직스러워 보이나요? ㅎㅎ
김치을 담근 날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돼지고기 수육이지요. 전 김치을 담그고, 신랑은 옆에서 고기를 삶았지요.
양파와 삶은 돼지고기 (rasher)
신랑이 만들어준 새우젓 양념장과 함께 먹는 돼지고기에요. 진짜 맛있었어요. ㅎㅎ
배추 8포기를 담았는데, 약 3통밖에 나오질 않았어요. 이제 당분간 김치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생애 첫 김치는 신랑의 계속되는 잔소리와 가르침으로 인해, 성공을 했지요. 다음 번에는 신랑 없이 저 혼자도 척척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김치 담그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주변의 일본, 중국 친구들이 울 신랑이 담근 김치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이번에 제 김치는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일본인들에게 선보였다가 국물까지 마신 대박 났지요.
이번 기회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요리를 안해 봐서 못하는 게 아닐까요?
여하튼 제 생애 첫 김치는 성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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