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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아무도 몰라주는 외국에서 겪는 주부 우울증, 심각해

by 영국품절녀 2012. 2. 17.

 



얼마 전 방송인 김지선이 과거 남편에게도 말 못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일하는 연예인의 이미지, 다산의 여왕, 남편의 내조 등등 쾌활한 성격으로 행복할 줄만 알았던 그녀에게도 역시 우울증이 있었네요.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본 한국에 사는 많은 주부들은 "주부 우울증"이라는 것을 누구나 한번씩은 혹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주부들이 마냥 부럽기만 한 해외 사는 한국 주부들도 우울증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출처: MBN 충무로 스포츠 서울 TV)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 주부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을 한가지 꼽는다면?

 

너 외국 가서 사니깐 정말 부러워~”

 

저 역시 한국 방문 시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저에게 꼭 하는 말은 영국 사니깐 부러워” 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보듯이 외국 생활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부럽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또한 단지 해외 여행만 다녀 온 한국인들도 그렇고요. 하지만 해외에서 사는 것, 말 그대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국 생활이 부러운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영국은 여행 혹은 단기간 어학 연수로는 제격이지만, 장기간 생활하는 것은 별로이다입니다. 아마 해외 사시는 분들은 저의 말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영국에 사는 한 한국 주부의 넋두리에요.


인생이 뭔지, 사는 게 뭔지, 우리가 뭔지.......

어제가 허무하고

하루가 팍팍하고

내일이 공허하고

 

부모가 무의미하고

부부가 대면대면하고

형제가 남과 같고

자식이 짐스럽고


 

글을 읽는 내내 글쓴이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 저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 글에 동감한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영국 사는 한국 주부들의 고통 및 우울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사실, 해외 사는 한국 주부들은 스트레스 풀 데가 없습니다.
한국어로 수다를 떨 친구조차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 특히 남편과 싸워도 그저 혼자 삭힐 수 밖에 없어요. 나가서 쇼핑을 막 하자니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그렇다고 문을 박차고 나갈 데도 없지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하고는 전화를 해도 항상 겉도는 말들뿐이고, “부럽다느니”, “복에 겨워 그렇다느니” 등..
외로운 이 땅에 달랑 자기만 내버려진 듯한 기분이 들겠지요.


부모님에게 말하면 속상하실 게 뻔하고요. 영국에서 오래 산 한국인들은 겉만 한국인이지 이미 영국인이 다 되어 말도 잘 안 통하는 것 같고, 주변에 아예 속 마음을 터 놓을 또래 친구들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가장 가까운 남편과의 관계가 악화되기라도 하면 해외 생활은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해외 생활은 한국보다 남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좀 길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남편이 양육, 가사 일 등을 알아서 분담해 주면 좋으련만, 크게 도움이 못 되니 다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일부 학업 및 직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주부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그러다 보니, 부부 관계는 안 좋을 수 밖에 없고요.


한국 주부들의 댓글이 엄청 달렸던 몇 가지 사연을 소개해 볼까요?

유학생 남편은 학교에서 어린 여학생하고 문자나 하고 함께 다정하게 사진 찍고 매일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잘해야 할 부인에게는 신경도 안 쓴다.  / 학생인 부인에게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달라, (수업 준비할 것이 태산인데) 잠자리에 꼭 함께 들기를 강요한다. / 아이들까지 한국에 있는 시댁에 다 보내고, 남편 내조하러 영국에서 사는데, 무기력한 남편은 학업의 진전이 안 보인다. 


 

대부분이 일부 몰지각하고 이해심 없는 남편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동의하는 말이 남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였어요.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일 수도 있겠지만요. 가끔 잔소리 심하게 하거나 격렬하게 싸우고 난 뒤에 잠시 변한 척은 하지만요.

 

 
영국 사는 한국 주부들의 이런 심정 누가 알아 주나요?
영국에서 마냥 행복할 것으로 믿는 부모 및 친구들에게 이런 말들을 어떻게 하나요
?
친구들에게 속사정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이해는커녕 서로 다른 생활로 인해 별 동감도 안 될 텐데요.



 

특히 전업 주부인 한국 주부들은 크게 할 일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 때문에 정신이 없다지만요.) 영국 겨울은 일조량까지 적으니, 밖을 봐도 우울해서 나가기 싫고 하루 종일 집에만 쳐 박혀 있으면 그냥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립니다. 저 역시 우울한 날씨와 무기력해지는 체력으로 인해 잠에서 깨지 못해 신랑이 학교에 간 지도 모른 채 이미 오후가 되어서 일어나는 날도 종종 있었답니다. 보통 주부들의 경우 우울증 증세가 무기력함, 의기 소침, 대인 기피, 슬픔 등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따라서 스스로 동기 부여가 없는 경우, 영국 사는 한국 주부들은 외로워서 미쳐버립니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라는 것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입한 클럽(영국 사는 아줌마 모임)에서도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의사를 만나 우울증 약을 처방 받은 주부들이 꽤 있더군요.

참고로 영국에 사시는 분들 중에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GP에 가서 상담하시면, 우울증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하니, 지체마시고 GP 예약 하세요.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공감해 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은 해외 사는 한국 주부들에게 큰 고통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아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우울증 꼭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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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