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등 대도시에는 한인 슈퍼, 레스토랑 등이 많이 있지만, 제가 사는 시골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한인 가게가 전혀 없어요. 다행히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태국, 중국 슈퍼 및 켄트 대학 교내 슈퍼에서 쌀, 라면, 양념 등 한국 음식이 팔고 있지만요. 한국 식품을 사려고 중국 슈퍼에 가 보면, 외국인들이 다양한 라면 종류 중에서 유독 신라면을 고르는 것을 봅니다. 아마도 한국 라면이 가장 맛있다는 증거겠지요. 이처럼 점점 한국 음식 맛에 중독되어가는 외국인을 볼 때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시내에 나갔다가, "한국 음식"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시내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어떤 외국인 남학생이 신랑을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꾸벅하는 거에요. 전 백인이 그렇게 인사를 하니깐 좀 낯설더라고요. (전에 중국인 학생이 인사를 했었을 때도 그랬지만요.) 알고보니, 인사 한 학생은 지난 학기에 신랑이 가르친 정치학과 학부생(불가리아)으로, 영국인 친구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두 백인 대학생들이 각각 들고 있는 투명 비닐 봉지에는 "조선김"이라는 글자가 박힌 한국 양념 김만이 달랑 두 개씩 들어있는게 아니겠어요. 그들은 저희에게 태국 슈퍼에서 사온 한국 김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무척 좋아하는 한국 식품이라고 했어요.
바로 이 김이었습니다. 상품 홍보 아니에요. ㅎㅎ (출처: 구글 이미지)
"쌀밥에 싸 먹으면 맛있어요"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보니 먹는 법도 잘 아는 것 같았어요. 옆에 있던 영국인 학생은 일본으로 교환학생 갔다가 한국 김을 먹어 보고 그 이후로도 종종 먹는다고 하더군요. 전 한국의 양념 김은 일본인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유럽인들도 짭짜롬한 양념 김 맛을 좋아하나 봅니다.
하나 더, 아는 분을 통해 들었던 사연입니다.
올해 영국 대학교에 입학한 한국인 남학생은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가장 만들기 쉬운 고추장을 넣은 소세지 야채 볶음을 만들고 있었대요. 같은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 친구들은 그것을 보더니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답니다.
영국인 대학생들: 그게 무슨 요리냐?
한국인 학생: 한국 음식인 소세지 야채 볶음이야. 맛 한번 볼래?
영국인 대학생들: (한 입씩 먹더니) 와~ 맛있다.
(고추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맛있는 소스를 어디서 살 수 있어?
고추장 맛 한방에 중독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다음 날, 영국인 친구들은 직접 산 고추장을 한국인 친구에게 건네며, 소세지 야채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했답니다. 한국인 학생은 자신이 만든 매콤한 소세지 야채볶음을 눈 깜짝 할 사이에 맛있게 먹어 치우는 영국인 친구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했다고 했다고 해요. 사실 고추장은 중독성이 강한 소스인 것 같아요. 한국인들도 점점 더 맵고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것처럼요.
그 이후에 그 영국인 친구들은 한국 친구와 함께 슈퍼에 가서 모두 고추장을 하나씩 구입했다고 합니다.
보통 영국인들은 고추장, 김 등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대요, 요즘 어린 영국 및 유럽 대학생들은 좀 다른것 같아요. 이들은 새로운 음식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고요, 매운 음식도 곧잘 먹어요. 물론 여전히 영국 중장년 분들은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만요. 나이가 든 영국인일 수록 입맛이 더욱 보수적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일전에 식사 초대해준 교회 영국인 할아버지 내외는 중국음식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하셨거든요.
비록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 많은 아시아 음식 속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음식이지만, 조금씩이나마 영국 및 유럽 친구들이 한국 음식 맛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 슈퍼에서 파는 라면 중에서도 한국 라면의 인기가 높은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동양 학생들이 주요 고객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보니 영국인들도 점점 한국의 맛에 중독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해요. 지금까지는 제가 만든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영국인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한국 음식에 빠져 직접 한국 식품을 구입까지하는 그들이 한국인으로서 참 신기하면서도 기쁩니다.
저 역시 영국에 있는 동안,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많이 알리도록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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