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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자격보다 피부색이라고요? 한심한 영어 교육 현실

by 영국품절녀 2011. 10. 12.



"원어민 강사가 한국에 오는 이유"와 "그 글에 대한 댓글의 하소연"은 아직도 저의 블로그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요. 그런데, 수많은 댓글을 보면 국제 결혼 및 백인을 사귀는 한국 여성에 대한 비하로 자꾸 글의 의도가 흐려지는지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지요. 

이번 글은 원어민 강사의 자질 및 자격 논란이 생길수 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British Council & BBC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영어 사이트 포럼, 'Teaching English' 에서 한 원어민 영어 강사가 올린 "한국에서 영어 강사 구직에 관한 통념" 글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밝히고 있는 실제 한국 영어 교육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음을 아실 거에요.


여전히 진행 중인 "한국행을 택하는 원어민 강사들의 자격 논란"
그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것"을 밝히다.



1. 영어 교사 자격이 없는 원어민을 "선호"하는 한국 영어 교육 기관(학원,학교)의 현실

한국은 대형 영어 학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보습 영어 학원에서도 원어민 강사는 필수 요소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입니다. 요즘 한국 학부모들은 영어 학원 선택 시 원어민 강사의 존재 여부에 굉장히 민감하지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영어 학원에서는 당연히 원어민 강사를 고용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한국에 있는 많은 영어 학원에서는 영어 강사 자격증이 있는 원어민 영어 교사(Native speaking English teacher)를 고용하기 보다는 전공에 관계없이 학위(any degree)를 가진 원어민(Native speaker)을 쓰려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교사 자격증이 있거나 경험이 있는 원어민 강사보다는 그냥 초짜 원어민을 쓰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랍니다. 원어민 강사를 쓰려면 학원에서 제공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영어 강의 능력 및 적성과 상관없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경험, 무자격 영미권 원어민을 쓰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영미권 원어민들이 한국에서 영어 강사 일 구하기는 너무 쉬워!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 봅니다. 여전히 많은 영미권 대학 졸업자들은 영어 교사 자격증이 없이도 쉽게 취직이 되는 한국으로 모여 들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으로 오는 원어민들의 교사 자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물론,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가르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무자격 원어민 강사의 숨겨진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여기 캔터베리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 분의 말을 들어 보니, 일본,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그가 일본에서 강사 생활을 할 때, 함께 일하는 동료 원어민 교사들의 영어 실력이 너무 떨어졌었다고 하더군요. 문법 오류가 있는 문장을 보고도 이게 왜 틀렸냐고 반문을 하는데 아주 어이가 없었다고 했어요.

또한 한국에 있는 영어 유치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다수의 자질이 낮은 원어민 강사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욕을 가르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욕을 하는 것을 보고 해고했다고 하더군요. 또한 밤 늦게 까지 술을 먹어, 술 냄새 풍기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어민 강사들의 수요가 많다보니, 유치원 및 학원들은 원어민 강사를 쉽게 고용 및 해고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려면 무조건 자격증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영국인들도 그 자격증을 따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캔터베리에 있는 어학원에 CELTA(외국 인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 코스가 있는데요, 자격증을 못 따는 비율이 꽤 된다고 하거든요. 저도 그들이 실습하는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수업을 못 하는 영국인들도 꽤 많았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고 해도, 영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학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원어민 영어 교사의 대우 및 활용이 후진 한국 초등학교 현실도 참 난감합니다.  위의 포럼에 글을 올린 이는 한국 초등학교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교사 자격증을 가진 자신과 그냥 단순 학부 학위만 가진 원어민과의 대우(pay)는 똑같았다고 합니다. 또한 초등학생을 위한 수업 내용도 너무 기대 이하였으며, 그들이 영어에 대한 관심도 없었으므로, 자신이 하는 일은 고작 단순한 애 보기(babysitting)정도 였다고 했어요.

그의 경험을 통해, 저는 한국 초등학교에서 관리하는 원어민 교사에 대한 자격 및 영어 수업 원어민 활용도에 대한 문제점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원어민 영어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무자격 원어민 강사들과 대우가 같으면,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과연 될까요? 또한 그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 또한 미비하니, 정말 무자격 원어민 강사들은 큰 준비없이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원어민 영어 강사는 백인만 선호하는 한국 학생 및 학부모

앞에서 말한 원어민 강사는 한국인 입양아라고 합니다. 그는 영어 교사 자격증이 있어 어디에서도 영어 강사로 일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원 및 학교 등 구직을 위한 전화 인터뷰에서는 언제나 OK를 하며 빨리 보고 싶다고 그에게 아주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만나고 나면, 자신은 영어 교사 자격증이 있는 원어민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오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스스로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직 실패 이유로 들고 있더군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 이유가 클 것 같아요.)

솔직히, 한국인들은 백인 강사를 선호하는 것은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원어민 강사 = 백인" 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지요. 학부모, 학생들이 백인 강사를 원하기 때문에 학원도 백인 강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대구의 한 학원에서는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 1년 경험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인이 캐나다 출신으로 속이고 영어 강사를 하다가 잡혔다고 하네요.

결론은,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던 호주 원어민이 한 말이 한국의 영어 교육 현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Finding work in Korea was a piece of cake."  한국에서 일(영어 강사)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나요?
백인인 원어민은 "한국에서 영어 강사 자리는 따 논 당상"이라는 사실을요. 아참, 거기다가 하나 더~ 무자격이어야 더 좋아요. 아니면 영어 강사 자격과 경험이 넘쳐도 이력서에는 없다고 해야 겠지요? 그러면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취직은 쉽거든요.



도대체, 왜 무자격 원어민들에게 우리의 영어 교육을 맡겨야 하는지 분통이 터집니다. 분명 자격과 경험이 충분한 원어민 영어 강사들도 실제로 많은데 말이지요. 특히 한국 어머니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혹은 학원에 있는 원어민 강사가 충분한 자격과 경험이 있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최근 들어 원어민 강사 자격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많은 영어 학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자격 원어민들을 고용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문제 의식을 가지고 대처한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무자격 원어민 강사의 문제도 점점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영어 강사는 피부 색깔이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것은 아니겠지요?